삶을 아름답게 읽으려는 노력

by 물고기자리

시인 메리 올리버는 《완벽한 날들》에서


"미는 목적을 지니고 있으며 그걸 직감하는 게 평생, 계절마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기회고 기쁨이다."라고 했다.


과거 나의 눈은 상품화된 물건으로 많이 향해 있었다.


싫증 나거나 빛이 바래버린 물건들 속에는 나의 해소되지 못한 욕망들이 철 지난 먼지처럼 엉켜 붙어 있었다. 20대 때 무수히 사들였던 옷들 중 지금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건 책조차 마찬가지였다. 삶이 가속도가 붙던 시절의 나는 그것들이 아름답다 생각했거나 아름다워지기 위한 나의 욕망을 그런 사물들에 투영했던 것 같다.




미국으로 나와 함께 건너온 개인적인 물건은 가까운, 혹은 한 때 가까웠던 이들에게 받았던 카드나 편지뿐이었다. 고심 끝에 그중 많은 것을 처분했고 내 이민 가방은 대부분 책이나 옷 따위로 가득 찼었다. 하지만 그렇게 낑낑대며 가져온 옷과 책들의 상당수가 지금 내 곁에는 없다.


끝끝내 매달려 있던 한 시절의 욕망을 나는 몇 년에 걸쳐 조금씩 흩뿌려 버렸다. 조금도 아쉽지 않았다. 거추장스러운 한 시절을 떼어버린 기분은 긴 머리를 싹둑 잘랐을 때의 그것과도 비슷했다.


한시적인 것으로 향하던 욕망을 거두니 다른 것들이 더 깊이 들어왔다.


풍경, 자연, 공간, 그 안의 식물과 동물, 우주, 아이의 얼굴. 문장과 삶 간의 거리.


삶을 아름답게 읽으려는 노력이었다.


나의 하루는 혼자인 삶을 아주 잠깐씩 갈망할 정도로 너저분하게 흐를 때가 많았고 이 세상은 비관할 거리로 가득 차 있었다. 남들의 욕망만으로도 후끈후끈한 지구였다. 삶의 아름다운 면을 찾아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허나 나에게 숨 돌릴 틈을 준 건 늘 마음을 주고 바라본 대상이었다.


매일의 자람이 눈에 보이지 않는 식물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 지금의 나라서 하고 싶은 일 따위가 떠올랐다.


충분한 시간을 쏟아 부어야 우리는 각자 가지고 태어난 재능과 개성을 발현할 수 있다. 한정된 공간에 오래 머무르면서 규칙적인 일과를 가지면, 마음속에서 서서히 일어나는 변화를 마주하게 된다.

《진심의 공간》, 김현진


다른 기술처럼 익혀야 할 것이다. 삶을 아름답게 읽는 법 또한. 책이 전해준 이야기와 삶 사이에 어중간한 끼인 채 자연을 바라보고 그 시간을 아깝다 여기지 않게 되기까지 나에게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무구한 표정으로 자는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억울함 같은 감정의 찌꺼기를 날려 보내는 건 상대적으로 쉬웠다.


공간에 대한 나의 내밀한 진심에 다가가는 일에도 욕심을 부리고 싶으며 우주의 무한함과 그 안의 나에 대해서도 눈을 밝히고 싶다.


아이에게도 내가 알게 된,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었는데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10여 년의 노력 끝에 얻은 것을 아이는 이미 손에 쥐고 있었다. 나 역시 다르지 않았을 텐데, 언제부터 헤매게 되었던 걸까.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온 내가 아이와 눈높이를 맞출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지 싶다.




스스로 구축한 우주 안에서 자신의 최대치를 사는 사람은,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하늘을 날고 있었다.

《진심의 공간》, 김현진


아름다움을 향한 눈은 개인적이다. 나만의 고유성, 대체 불가능함이 그 행위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만히 귀 기울이고 사랑을 담고 바라보면 그제야 들리는 시"처럼.






매거진의 이전글내리내리 아래로만 흐르는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