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권의 책을 연달아 진행하느라 여름이 지나 가을이 오고 있는 것도 놓칠 뻔했다. 2권은 넘겼고 2권은 거의 마무리 단계이며 나머지 한 권은 다음 주부터 시작할 참이다. 그래도 이제 마지막 1권이라는 생각에 심적인 부담에서 벗어난 기분이다.
글을 쓰고 싶어 근질거렸지만 남의 글을 보며 만족해야 했던 시간들이 쌓였는지 일정을 하루치 앞당겨 진행해 조금의 틈이 생기자마자 글을 쏟아내고 있다.
그 사이 이웃 브런치 작가님들의 출간 소식 혹은 계약 소식이 줄줄이 들려왔다. 그들의 소식은 나에게 큰 기쁨이었다. 누군가의 새로운 출발을 이렇게 순수한 기쁨으로 응원한다는 건 어떠한 마음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건 나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과 닮아 있었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우리들은 확신이 있어서 행동에 옮긴 게 아니라 행동이 이어지다 보니 확신이 생겼다는 공통점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 확신이 책이라는 실체로 우리 손에 쥐어질 때만큼 황홀한 순간이 어디 있을까. 지금 할 일에 집중하다 보면 내일의 기회가 찾아올 거라는 믿음. 그 믿음의 증거 아니겠는가.
굳이 책으로 출간되지 않더라도 브런치에 올라오는 글들을 그 자체만으로도 묵직한 힘을 지닌다.
다양하고 구체적인 타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프리랜서로 일하는 지금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기분이 든다.
그렇게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고 나의 글을 다듬다 보면 나의 일상도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리라는 확신이 생긴다.
'쓴다'는 동사의 힘을 믿는 어느 소설가처럼 우직히 다음의 순간을 고대하며 꼬박꼬박 글을 쓰는 하루가 쌓이다 보면 언젠가 미래에 당도해 있을 거라는 믿음. 브런치에 글을 쓰는 우리의 공통적인 믿음일 거라 본다.
브런치에 글을 써서 대단한 한 방을 노리는 작가도 있을 수 있겠지만 나에게 브런치는 꾸준히 글을 쓰는 내가 되도록 나를 껴안아 주고 등도 토닥여주는 포근한 품에 가깝다. 어느 사회생활에서도 용납하지 않는 너그러운 품을 지닌 그런 곳 말이다.
공감과 칭찬이 난무하는 이곳에 글을 쓰지 않을 이유가 도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어스름한 시간에 일어나, 혹은 아이를 재운 후에, 아니면 피곤한 몸을 이끌고 퇴근해서 글을 쓰고 있을 모든 브런치 작가를 응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