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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고기자리 Oct 26. 2020

<쓰기 중독자의 브런치 덕후 생활>

서평입니다

내가 브런치를 처음 시작한 게 올해 4월 초였으니 이제 6개월 조금 지난 셈이다.


브런치는 글 쓰는 사람의 성장을 돕는 아주 훌륭한 플랫폼이기도 하지만 동지(코붱님의 말을 빌리자면 '문우')를 얻을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를 과연 동지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서로의 경조사를 모른다. 상대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모른다. 그저 글을 통해 드러나는 그를 알 뿐이다. 하지만 글 속에서 우리는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들도 모르는 나의 모습을 드러낸다. 오히려 그들이 모르는 나의 내밀한 모습을 글로 소통하는 사람들만 알 때도 많다. 그렇다면 우리는 동지가 맞다.


코붱님은 나의 그런 동지 중 한 명이다. 초보 브런치 작가에게 친절한 공감의 댓글로 먼저 손을 내민 그녀는 내가 브런치를 통해 알게 된 소중한 인연이다.




그녀의 종이책이 출간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또 다른 책의 출간 소식이 들려와서 사실 좀 놀랐다. 하지만 전자책을 내 본 경험이 있는 나로선 그녀의 다음 행보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종이책이 정답은 아니다. 콘텐츠의 성격에 따라 전자책도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있다. 나의 초라한 성적과는 달리 코붱님의 새 책 <쓰기 중독자의 브런치 덕후 생활>은 유명한 두 분 사이에 끼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부러운 마음을 한 가득 안고 책을 펼쳤다. 아니 전자책이니 터치라고 해야 할까. 이제 막 브런치 초보 작가의 타이틀을 뗀 나로서는 그녀가 어떠한 상을 차려놓았을지 너무 궁금했다.


브런치를 해 본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에 나도 모르게 키득거렸나 보다. 구독자 수에 집착하고 자다가 문득 생각난 내용이 날아갈까 봐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어둠 속에서 글을 써 내려가는 모습에 어찌 공감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나의 경우 샤워할 때 집중적으로 생각이 나서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올 때면 늘 작가의 서랍에 두서없는 글이 한가득이다. 생각이 많은 날은 막 잠이 드려는 순간 왜 그렇게 많은 글감이 떠오르는지.


"마음속으로 몇 번 컨트롤 에스를 와다다 누르게 되면 나는 일어난다. 일어나서 그냥 쓴다."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여본 사람이라면 브런치 중독자가 맞다.


브런치 작가는 3만 명이 넘는다. 그중 활발히 활동하는 사람은 1/3이나 될까? 새로운 작가가 매일 같이 등록하고 있지만 초기의 야심 찬 마음도 잠시, 활동이 뜸한 이들이 많다. 그녀의 말처럼 각자의 사정이 있겠지만 브런치는 단순히 책을 내기 위한 발판으로서가 아니라 나의 꾸준한 성장을 위한 플랫폼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코붱님만큼이나 이 플랫폼을 잘 활용하고 있는 이도 드물지 싶다.


특히 브런치 북을 적극 이용하라는 말은 슬며시 등 떠밀며 그 위에 위로를 고명처럼 얹는 손길 같았다. 브런치 북의 순기능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자꾸만 주저앉던 내가 당장 브런치 북을 만들도록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렸으니 말이다.


그런데 중독자의 수준을 넘어 스스로를 덕후라 말하는 자는 달랐다. 모든 것이 완벽할 것만 같은 브런치에도 흠이 있음을 코붱님 덕분에 알게 되었다. 위로와 공감이 난무하는 이 세상에도 악플을 다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코붱 님은 악플 차단 기능과 댓글 창 삭제 기능까지 제안해 브런치팀의 의사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소극적으로 브런치를 이용하려던 내 입장에서 한 방 먹은 기분이었다. 브런치를 공부를 하러 왔다가 '퍼블리'라는 플랫폼도 알고 간다.




사실 이 책을 만나기 전에 나는 한 장의 사진을 먼저 보게 되었다. 전자책 출판사인 타박타박과 코붱님이 계약서를 우편으로 주고받는 사진이었다. 해외에서 일하는 출판번역가인 나는 한국 기업과 거래를 할 때 주로 온라인 서명을 이용한다. 그래서 두 분의 아날로그적인 계약 방식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그 계약 방식에 홀딱 반했다. 종이 계약서로 계약하는 전자책이라니.


한 상 배불리 먹고 나니 나도 뭔가를 해야 할 것 같다. 책을 읽었을 뿐인데 코붱님의 기운이 전해졌는지 나의 글발도 갑자기 한껏 승격된 기분이다. 그녀가 책에서 말한 것처럼 나 역시 글을 쓰는 과정에서 조금씩 힘을 빼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나의 색깔을, 결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다양한 시도 중인 코붱님 역시 아마 그 과정에 있는 듯하다.


누군가의 변화를 직접 보지 않고도 이렇게 적나라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또 어디 있을까. 코붱 님이 나의 문우라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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