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까지만 해도 저는 그래, 유튜브 까짓 거 하지 뭐. 생각했습니다. 가장 큰 욕심은 부수입이었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네요. 장단점 분석도 해보고 관련 서적도 읽어봤지요. 실제로 동영상도 하나 제작해 봤습니다. 결론은요? 저는 유튜브를 안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프리랜서라면, 아니 이제는 수많은 직장인들조차 유튜브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은퇴 자금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 쏠쏠한 부수입으로 활용하는 이들도 있고 아예 전문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도 있죠. 관련 서적들을 펼치면 실제로 하는 사람은 얼마 안 된다며 어서 빨리 채널을 개설하라고 유혹합니다. 절대로 쉽지 않다고 경고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어려운 것만도 아니라고 사람을 홀리죠.
지금보다 돈을 많이 버는 것밖에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날 저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습니다. 번역가인 저의 자아를 앞세우고 싶지는 않아서 조금 방향을 틀었지요. 저 자신을 대놓고 알리고 싶지 않아 살짝 뒤로 숨은 콘셉트였습니다. 그러니까 저 자신에서 시작했다기보다는 콘셉트를 먼저 만들고 억지로 그 안에 저를 깨워 맞추려고 했던 겁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떨어진 일들 때문에 정신없어서 유튜브는 잠시 뒷전으로 밀렸습니다. 그 한 달이 저를 정신 차리게 만들었던 걸까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라면 내가 이걸 꾸준히 할 수 있을까?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저는 그동안 제가 판 우물들을 봤을 때 그러지 않으리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게다가 제 안에는 모두가 유튜브에 뛰어드는 이 트렌드에 동참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는 반항적인 심리도 있었거든요. 나에게 맞지 않는 플랫폼을 기웃거릴 시간에 나에게 조금 더 맞는 우물을 파는 게 낮지 않을까 하는 합리적인 분석도 있었고요. 게다가 유튜브를 수익화하는 지난한 과정을 무시할 수도 없었습니다.
먼 훗날의 제가 또다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할지도 모르지만 정말 그런다면 그때는 정말 전하고 싶은 콘텐츠가 생겼기 때문일 거라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억지로 만들어낸 콘셉트가 아닌. 그런 날이 온다면 또 그거대로 좋겠네요.
시작도 못한 유튜브와 달리 제가 미미하게나마 수익을 본 자동 수익화 구조를 부끄럽지만 공개해 볼게요. 전자책과 티스토리입니다. 글 쓰는 게 업인 지라 결국은 글로 돈을 버는 방법이 가장 편했어요. 물론 수익은 정말 미미했습니다. 전자책은 2년 동안 70만 원가량, 티스토리는 1년 동안 400달러가량이었죠.
얼마 전에 본 어떤 유튜브 채널에서 내가 잘하는 일과 세상이 원하는 일을 접목하라고 했는데 저에게는 세상이 원하는 일을 제공할 능력이 없어서 그냥 제가 잘하는 일만 했더니 그런 귀여운 수익 밖에 보지 못했나 봅니다. 달팽이 같은 더딘 속도이지만 남의 돈을 버는 일이 어디 쉽나요. 주식투자든 부동산 투자든 자본이 있어야 하는데, 게다가 손해를 볼 확률도 있는데, 저는 밑자본 없이(물론 저의 시간이 투자되기는 했지만) 그 정도 성과를 냈으면 잘한 거 아닌가요.
티스토리의 경우 크몽에서 정말 눈딱 감고 아주 비싼 전자책을 구입하기도 했는데, 결론은 그 방법대로는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저의 시간을 그런 곳에 투자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제 방식대로 해도 수입은 나온다는 걸 알았기에 나름의 방법대로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한심해 보이겠지만 제가 티스토리를 통한 한 달 부수입 목표를 1000달러에서 100달러로 낮추면 가능할 테니까요. 처음에는 저도 큰 목표를 세웠는데 1년쯤 하다 보니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그렇다고 부수입을 창출하려고 거기에 매달려 있으면 그건 자동 수익화 구조가 아닐 테고요. 이런저런 고민 끝에 그냥 제 방식대로 가기로 했습니다. 작은 우물을 여러 개 파는 방향으로요.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런 시도도 하는 것인데 제가 거기에 집중하느라 아이들에게 짜증 내고 같이 못 놀아주고 하는 걸 보고는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든 날도 있었습니다. 뭐든 균형이 중요합니다. 나 혼자 사는 사람이라 괜찮다고 하더라도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일해서는 안 되잖아요. 그리고 그렇게 온종일 그곳에 매달려 한 달에 천만 원 벌면 뭐해요. 그분은 그렇게 번 돈으로 와이프 외제차도 사주고 건물도 사줬다고 자랑하지만 정말로 그 일이 좋아서 한 걸까요? 모르겠습니다. 저는 번역이 좋은 사람입니다. 무슨 일을 하든 그 바운더리를 벗어나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그래야 부수입을 버는 일도 꾸준히 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한국에 있었다면 더 많은 기회를 누릴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가령 강의라든지 하는 것들이요. 그래서 온라인 강의를 만들어 제공해 볼까 하는 생각은 하고 있는데 이 역시 시간과 품이 드는 일이라 현재는 상황이 받쳐주지 않네요. 예전에 온라인 강의 의뢰가 들어온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책 출간 등으로 정말 숨이 턱까지 차오른 상태라 고사했었는데 나중이 되니 아쉽더라고요. 기회라는 게 참 그래요.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고 하지만 저에게는 지금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두 아이들을 돌보는 시간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기회로 보이거든요. 그 많은 기회를 한꺼번에 안고 가는 게, 내 팔이 감당하는 선에서 적당하게 안고 가는 게 인생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