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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고기자리 Jul 26. 2023

I Eat 브루클린?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무조건 영어를 잘할 거라는 편견이 강하다. 하지만 아이들이 언어를 배우는

과정은 어른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곁에서 지켜보면 그 과정은 생각보다 더디고 지난하다.


얼마 전 둘째가 당당하게 말했다.


"아이 잇 브루클린(I eat Brooklyn!)"


"응? I live in Brooklyn이라고 해야지."


"노노. 아이 잇 브루클린."


한참을 실랑이하다가 알았다. 아이가 하고 싶은 말은 브루클린이 아니라 브로콜리라는 걸. 그 사실을 깨닫고 얼마나 웃었는지. 브루클린, 브로콜리 그러고 보니 발음이 헷갈리긴 하는구나.


한국인들이 헷갈려하는 대표적인 두 단어, 치킨과 키친은 아직도 웃음을 자아내는 단골 단어다. 내가 문법을 교정해 줘도 계속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말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She를 He라고 하고 does라고 해야 하는데 do라고 하고 현재완료를 써야 하는데 과거형을 쓴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나를 비롯한 한국인들이 눈으로는 알지만 입으로는 모르는 문법을 익히는 과정을 아이 역시 고스란히 거치는 중이다.


궁금할 때도 있다. 내가 영어를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본인이 티브이나 학교에서의 대화를 통해 습득한 것인데도 왜 문법이 깨지는 걸까. 하지만 한국어를 배우는 아이들 역시 특정한 단어를 올바른 문장에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걸 생각하면 지금 아이의 언어 발달 사항이 이해가 간다.


동시에 역시 언어는 말로 배워야 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번역을 업으로 삼은 나조차 여기 처음 왔을 때, 아니, 지금도 막상 말이 나올 때에는 어버버버 할 때가 잦으므로. 내 입으로 외우지 않은 말은 100퍼센트 내 거라는 확신이 없으므로.


지금은 아이들이 아는 영어 단어, 철자를 아는 단어가 나보다 훨씬 적지만 나는 이해 못 하는 슬랭으로 자기들끼리 대화를 주도받는 날도 금방 올 거다. 지금은 엄마가 잘 되지 않는 R 발음을 가르쳐주려고 둘이 경쟁적으로 내 앞에서 으르렁거리지만 나중에는' 엄마는 어차피 못 해' 이러면서 아예 무시하려는 날도 올 거다.


그날이 오기 전에 이 엄마는 '아이 잇 브루클린' 같은 귀여운 문장을 주섬주섬 담아두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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