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되면 오늘도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자세로 하루를 시작한다. 두 아이가 만들어내는 온갖 상황들의 조합은 언제나 나의 예상을 뛰어넘기 때문이다. 둘이 잘 노는가 싶다가도 1분 만에 상황이 역전되어 난투극이 벌어지기 일쑤다.
어제는 서로 자기가 엄마를 더 사랑한다며 초반까지만 해도 꽤 흐뭇한 장면이 연출되었는데 아니나 다를 순식간에 분위기가 살벌해지더니 사랑을 받는 대상인 나를 비롯해 승자 하나 없는 싸움으로 끝났다.
며칠 전에는
“어머, 이안이도 여기에 점이 있네. 엄마랑 똑같네.”
라고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내 말에 첫째의 표정이 불쑥 어두워졌다.
”이안인 좋겠다….(시무룩). “
아… 허벅지에 난 점 하나로 이렇게 시무룩해질 일인가. 엄마를 향한 아이의 사랑은 언제나 그렇듯 내 상상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둘째는 “엄마 얼마나 사랑해?” 물으면
“투 밀리언 투웬티 사우전드….”
이라며 자기가 아는 최대치의 숫자를 끌어 주절주절 답한다. 그런데 이 말은 동전 뒤집기처럼 엄마가 자신의 요구 사랑을 들어주지 않을 때면 유 돈 러브 미?라는 무시무시한 말로 둔갑해 나를 나약하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을 들었다 놨다, 이쯤 되면 밀당의 천재인가.
얼마 전에 아는 동생이 물은 적이 있다.
“언니는 이걸 다 알고도 과거로 돌아가면 다시 같은 선택을 할 거 같아요?”
아이들이 없었으면 얼마나 우아하게 늙을까 생각해 보지만 감탄하는 법을 잊은 나에게 늘 사소한 감탄을 안기는 이 꼬물이들을 어찌 외면하겠는가.
개미가 무서워 침대 위에서 내려다보면서도 개미를 위한 놀이터를 만들어주는 너.
개미가 부끄러움이 많은 것 같다고, 괜찮다고. 해치지 않겠다고 말하는 너.
하루를 마치고 누웠을 때 “디스 이즈 어 굿 데이”라고 말하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너를 알아버렸는데.
내가 외출하고 돌아오면 첫째가 내 책상에 카드나 편지를 놓아둘 때가 있다. 박준 시인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에서 편지를 받는 일은 사랑받는 일이고 편지를 쓰는 일은 사랑하는 일 이랬는데. 내가 없는 시간에도 나를 사랑하고 있었구나, 싶어 울컥해진다. 가지 말라고 바짓가랑이 붙잡으며 눈을 부라렸을지언정 편지에는 늘 “유 아 더 베스트 맘 인 더 월드”라고 적어놓는 아이.
그날 마주 앉은 동생에게 1초도 주저 없이 말했다.
“응, 결혼은 모르겠는데 아이는 꼭 가졌을 것 같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