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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주 Apr 27. 2018

"이런 결혼은 하지 마" 썰

학설은 아닙니다. 사적인 의견입니다.


여기, 한 구루가 있다. 동그란 얼굴에 왜소한 체격. 누가 봐도 그저 평범한 아줌마일 뿐이지만, 어떤 이들은 그녀를 구루라 부른다. 단지, 결혼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렇다. 이태원 밤거리를 쏘다니며 함께 외로움을 달랬던 무리 중 유일하게 결혼한 내가 ‘구루요, 아직 탈출하지 못한 이들이 바로 내 친구들이다. 그리고 그런 이들이 내게 묻는 질문은 하나다. 저기 말이야, 꼭 결혼해야 할까?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나 역 365일 삽질을 반복하는 게 결혼생활이니까. 하지만 내 주변의 결혼한 이들, 그리고 결혼을 한 번 다녀온 이들의  표본들을 통계 삼아 어떤 ‘썰’들은 말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일명, 이런 결혼만은 하지 말아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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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떠밀리는 결혼은 하지 말아라. 바로 단독 결정 썰이다. 이는 내 지인이자 현재 유명 항공사에 몸담고 계신 P양의 지론이기도 하다. P양은 “여자라면 30살을 넘기지 말아야지”라는 가족의 성화에 못 이겨 결혼을 추진한 케이스다. 신랑이 될 남편의 인성, 조건이 나쁘지 않다는 점도 한몫했다. 하지만 현재 그녀는 남편과 별거 중이고, 친정과는 인연 두절 상태다. P양의 논리는 이렇다. “막상 결혼을 하니 허탈함이 들었다. 한창 일할 나이에 사회적 시선에 맞춰 억지로 결혼한 느낌이다. 서른 살이 넘으면 ‘노처녀’가 된다는 말은 누가 하는 것이냐. 그 말이 무서워 결혼하니 너무 후회가 된다”. 부모의 결정에 따르면 효녀는 될 수 있다. 하지만 내 인생의 주인은 될 수 없다. 그리고 제일 아쉬운 점은 P양의 원망을 그 누구도 보상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경제적 불안함을 핑계로 도망가지 마라. 취집 부정 썰이다. A는 나와 광고회사를 함께 다닌 친구다. 그 누구보다 총명했던 그녀는 공모전 여왕에 독보적 카피라이팅을 자랑했던 에이스였다. 하지만 늘 24시간 대기조로 살아야 했던 광고인 생활을 힘들어했고, 그 힘듦의 끝에 당시 사귀고 있던 남자 친구에게 그만 취집을 가버렸다. 한동안은 행복해했다. 하지만 곧 후회가 찾아왔다. 주체적 성격 탓에 “옷 한 벌 사달라는 것이 그렇게 치사할 수가 없었다”로 시작해, “부모 효도관광 한 번 제대로 시켜줄 수 없다”, “남편 기분에 맞춰 사는 게 우울감이 든다”라는 자조까지 이어진 것. 결국 그녀는 최근 학습지 선생님을 시작했다. 한 번 도망치니, 점점 더 내 영역이 없어지더라. 내가 바로 서지 않으면 행복한 결혼생활은 없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기도 하다.   


육아 도피자는 피하라. 육아 일심동체 썰이다. K는 나와 언론고시를 함께했다. PD가 된 그는 누구보다 열렬한 연애를 통해 결혼을 했지만, 아이가 생긴 후 180도 달라졌다. 바로 육아만은 아내와 함께하기 싫어한 장본인이었던 것. 그는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한단다. “난 호날두가 부러워. 그는 돈이 많으니 애를 낳아도 돈이 해결하잖아. 힘들게 본인이 늙어가며 고생할 필요 없고. 그리고 뭣보다 여자 친구는 계속 바뀌고 있어! 정말 잘난 놈이란 말이야” 지금, 당신은 애 둘 아빠의 발언을 듣고 계신다. 이 핑계, 저 핑계 대어가며 ‘육아가 하기 싫어’ 집에 들어가지 않는 그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든다. 본인 같은 남자는 결혼에 적합하지 않다며 스스로를 디스 하는 그의 이야기는, 한 대 쥐어박고 싶다가도 어딘가 모르게 참 쓸쓸해진다. 대체 그 부인은 무슨 죄람.   


자신의 효도를 미루는 남자를 멀리해라. 말하자면 효도는 셀프 썰이다. 대학 동창인 J는 한번 결혼을 다녀왔다. 결혼생활은 전반적으로 불행했다. 너무 효도를 미루는 남자를 만나서. J의 남편은 시댁과의 관계에서 참 강압적이었다. 종갓집 장손인 그는 시부모님이 모시던 제사를 결혼 1년 만에 상의 없이 옮겨 온 것은 물론(그것도 무려 한 달에 두 번을 차리는 제사를), 맞벌이를 하던 J가 하루는 동태전을 시장에서 사서 올려놓자 제사상을 엎어버렸다 했다. 매일 부인에게 시댁에 문안전화를 하길 원하는 것은 물론(그가 처가에 전화 한번 안 했음은 물론이다), 어려운 경제사정에 시댁에 용돈을 드리지 못했을 때는 폭언을 일삼았다 했다. 누구를 위한 결혼이었을까. 왜 그토록 본인의 효도를 J에게 미루려 했을까. 그래서 J가 말한다. 야, 효도는 무조건 셀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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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더 많은 썰들이 있다. ‘섹스 중독자 기피 썰’, ‘막말 배우자 기피 썰’, ‘지나친 구두쇠 기피 썰’ 등. 하지만 너무 많은 썰들을 남발하면 당신이 결혼이 하기 싫은 요소들만 잔뜩 나열하게 될 것 같아, 더 이상은 언급하지 않으련다. 그만큼 결혼은 참 말이 많은 일상의 시작이란 말을 하고 싶었다. 동화 속 한 장면처럼, 드라마 속의 해피엔딩처럼 화사한 웃음만 가득 채워지는 꽃동산이 아니란 것이다. 때문에 그 누구보다 환상이 아닌 현실에 발을 딛고 결혼을 생각하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당신이 원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그 가치를 꼭 ‘결혼’이란 제도를 통해 획득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장단의 저울질’을 제대로 해보라는 것.   


아이러니하게도, 그 저울질을 통해 당신은 결혼이란 제도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진실로 “이 사람이면 안 돼”하는 사람이 나타나기 전까지 구태여 의무처럼 결혼할 필요도 없고, 정말 어떤 이와 사랑에 빠지게 되더라도 ‘결혼’이란 형식이 최선인지도 또 생각해 볼 일이다. 사랑은 하고 싶지만 의무감을 나누고 싶지 않다면 ‘동거’라는 옵션이 있을 수 있고, 그런 최소한의 의무감까지 나누고 싶지 않다면 ‘연애’라는 방식을 지속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실제 이런 공감대의 일부가 ‘초 솔로 사회’의 현실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두려움의 발로라기 보다는 정말 ‘저울질된 장단’이 만드는 어떤 대안들.   


꼭 결혼을 할 필요는 없다. 정확히 당신의 명확한 의사가 전제되지 않은, 결혼을 꼭 할 필요는 없다.

망설일 당신을 위해. 친구 C가 추천하는 또 한 명의 구루인 듯 유명한 가수의 명언을 들어본다.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 다가올 사랑이 두렵지 않아 <김연자 님의 아모르파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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