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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킴 Dec 13. 2020

첫눈 온 날의 단상.


올해 첫눈이 왔단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까똑에 첫눈 인증샷이 속속 도착했다. 저 멀리 영종도 친구로부터, 양평 동생으로부터, 그리고 서울의 지인으로부터... 다양한 장소에서 날아온 첫눈 내린 아침 풍경과 함께 하루를 시작했다.


거실로 나와 창문을 여니 눈의 흔적은 온데간데없고 비 온 뒤 거리의 촉촉함만이 내 두 눈에 담겼다. 까똑으로 온 첫눈 소식이 없었다면 안 믿을 뻔했다. 커피 물을 올리다가 마음 따뜻한 첫눈 메신저들에게 나지막이 말을 걸었다.  


“모두들 고마우이~^^ 첫눈 보여줘서”

그리고 커피를 만들어 컴퓨터 앞으로 돌아와 앉았다. 내일 마지막 수업을 위한 자료를 마저 만들까 영화 한 편을 볼까. 결국 넷플릭스 클릭... 이미 웬만한 영화는 다 봤음에도 요즘 그냥 한 번 둘러보는 게 습관이 되었다. 별 기대 없이 보기 시작한 영화가 맘에 들면 왠지 뿌듯하달까.


그렇게 영화 한 편을 보고 바로 어제 하루 종일 컴 앞에 앉아 있었음에도 다 끝내지 못한 수업자료를 불러냈다. 그리고 친구들의 번역문을 꼼꼼하게 읽으며 체크하고 마지막에 코멘트를 달았다. 올해의 마지막 수업이라고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도 들고 그래서 더 오래오래 친구들과 대화하듯이 자료들을 들여다봤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듯이 말이다.


코로나와 함께 공부하느라 우리 친구들도 참 외로웠으리라. 강의실에서 왁자지껄 웃으며 얘기도 나누면서 그렇게 공부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친구들은 서로를 얼마나 그리워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친구들은 너무도 의연하게 현실을 받아들였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주었다. 그 역시도 참 감사했다. 마지막 학생의 번역문에 코멘트까지 다 쓰고 나서 모니터에 대고 학생들인 냥 말을 걸어본다.


“한 학기 동안 수고했어요. 친구들...”


이렇게 나는 또다시 한 학기의 끝에 와있다. 아.. 지금은 한 해의 끝이기도 하구나. 시작이 있으면 늘 끝은 있다. 그러니 무서운 속도로 재확산되고 있는 그래서 이렇게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은 코로나도 분명 끝은 있겠지? 그래... 올 것이다. 이 코로나의 끝도 반드시.


그날을 위해 우리는 지금을 슬기롭게 건너는 중이니까.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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