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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킴 Jan 25. 2021

“친구들아, 고맙고 사랑해.”



내 전공이 중국어임에도 지금까지 나는 중국 영화나 중국 드라마에 빠져본 적이 없다. 영화를 좋아하고 천 편이 훌쩍 넘는 많은 영화를 봤지만 그동안 내가 본 영화 중에 중국 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다(물론 그중에 정말 좋아하는 영화도 있지만). 


중국어 자체를 너무 좋아하다 보니 중국어로 써진 문장 표현에서 느끼는 감동이 한국어보다 훨씬 더 와 닿을 때도 많았다. 중국 고전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물에서 받는 느낌은 또 다른가 보다. 뭐가 문제인지는 모르지만.


그런 내가 요즘 중드에 빠졌다. 친구의 소개로 며칠 전부터 보기 시작한 드라마가 있는데.. 처음엔 그저 실생활 중국어를 접할 일이 없으니 공부 차원에서 보자 했다. 


화려한 도시 상하이를 공간적 배경으로 요즘 젊은이들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굉장히 현대적인 드라마였다. 일단 현대 중국이 이렇게 많이 변모했구나 놀라워하면서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디지털 시대를 반영하는 새롭게 생겨난 중국어 표현들을 접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보다 보니 점점 빠져들더라. 개성이 각자 다른 세 친구가 서른 즈음에 겪게 되는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보면서 자연스레 내 생을 함께 돌아보는 시간이 되더라. 


무심한 남편과의 일상, 그 안에서 소통의 부재에 염증을 느낀 친구가 이혼 후 깨닫게 되는 ‘평범한 일상과 공기처럼 곁에 있어주던 남편의 소중함’... 구질구질한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화려하고 안정된 삶을 꿈꾸던 직장 여성이 그동안 자신이 좇던 헛망을 여러 좌절을 맛보며 알찬 내용으로 단단하게 채워가는 모습... 그리고 완벽한 가정이라 믿었던 결혼이 하루아침에 산산조각 나는 과정에서 더 이상 그 누구의 아내, 엄마, 딸이 아닌 오롯이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가고자 결심하는 현명함... 


이 세 친구들의 좌충우돌 성장기가 그저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고 자꾸 나와 대입하며 보게 되더라. 주인공들의 시련과 아픔에 코끝이 시큰해지기도 했다가 나는 감히 못할 일들을 당당하게 해내는 주인공들을 보면서는 대리만족도 하게 되고... 어느샌가 나는 그 세 친구를 응원하고 있더라.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세 친구들의 찐 우정이었다. 사람이 살면서 어찌 늘 웃게 되는 좋은 일만 있을 수 있겠나. 누구나 좌절 속에서 절망하며 실의에 빠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 과정이 고통으로만 끝나지 않는 건 늘 곁을 지키며 함께 견뎌주는 든든한 친구가 있기 때문이다. 


세 여인의 우정은 정말이지 부러울 정도로 진하고 눈물겨웠다. 그런 친구들이 내 편으로 남아있는 한 제 아무리 힘든 일이 닥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용기 낼 수 있으리라. 나 역시 이미 경험한 일이기도 하고... 드라마를 보면서 나의 지나온 날들을 떠올리며 미소 짓게 되던 대목이기도 했다. 어쩌면 이것이 내가 평소 나답지 않게 중드에 빠져들게 된 진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문득 내 주위의 모든 이들이 감사했다. 나에게 힘이 되어주었던 친구들에게 고마웠노라 인사하고 싶어 졌다. 그들이 나와 함께 해주었기에 지금 내가 여기, 이렇게 평범한 일상을 다시 살아내고 있는 것이리라.


“친구들아, 고맙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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