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상남도 마산에서 태어났고,
창원에서 자랐다.
최근에 마산, 창원, 진해가 통합되어
내 고향은 창원인 것.
지금 부모님 댁에 가면 남해안이 펼쳐져있는 뷰를 마주하게 되는데,
내가 여기저기서 거주한 적이 있지만
내가 살았던 곳 중에 가장 추운 곳이 서울이다.
서울의 추위는 익히 잘 알고 있었고,
창원에 있을 때는 경량패딩이나, 두꺼운 패딩이라도 롱패딩은 소유하지도 않았었다.
감사하게도, 서울로 이동이 확정되고 나서,
내가 지금까지도 너무나도 잘 사용하고 있는 두꺼운 장갑과 오리털이 두둑하게 든 롱패딩이 없었다면,
5번의 겨울을 잘 날 수 없었을 것이다.
내가 서울로 온 게 12월이라,
내가 맞이한 서울의 첫겨울은
5년 넘게 가족과 함께 살다 새로운 공간에 덩그러니 놓여져 더 춥게 느껴졌었던 것 같다.
그리고 여러 번의 한파를 거치면서 어느 정도 꽤 익숙해졌다.
5년 전만큼은 아니지만, 난 그래도 눈이 오면 좋아서
추워도 괜히 한 번도 밟히지 않은 곳들을 꾸욱꾸욱 밟으면서 퇴근하곤 한다.
나에게 눈이 온다는 건
어릴 적 너무나도 귀한 경험이었기에,
눈이 꽤 자주 오는 곳에 살아도 새하얗게 덮인 지붕과 도로, 그리고 나뭇가지들을 보면
어린 시절 내가 뛰쳐나와 뽀드득뽀드득 흰 눈을 밟는다.
이번 겨울에는 잠옷도 예전보다 안 입게 되는 것 같다.
사실 회사 안은 덥고, 점심때 운동을 하니 너무 두껍게 입고 가면 답답해지니까.
잠옷도 상의는 입지 않고, 아주 추울 때만 잠옷바지만 입고 출근을 한다.
겨울에 시베리아의 찬 공기가 한반도를 덮칠 때면
공기에 비친 풍경이 한 층 채도가 높아진다.
더 푸른색을 띠는 한강과
새파란 하늘.
느낌인지는 모르겠으나,
사람도 적고, 그래서 더 정갈한 조용한 골목길들.
불현듯 그 사람과 함께 했던 겨울의 도쿄 여행이 생각난다.
가장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서로를 보듬어주며,
갑자기 그러고 싶어서 도쿄 골목골목을 아주 세차게 뛰었던 기억.
처음 함께 했던 명상.
그 조그만 방에 기대었던 벽.
너무나도 차갑고 깨끗한 공기로 폐가 정화되는 듯한 상쾌함.
요즘에 주위 집들이 보일러를 많이 틀어서 그런지,
환기도 시키고, 하는 대도 집이 따뜻하다.
그래서 보일러를 켜지 않은지도 꽤 오래되었다.
별로 춥지가 않고, 포근한 집.
아마 그래서 내가 올해 덜 춥게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이동할 때는 당연히 손이 얼어붙는 것 같지만,
이도 역시 나에게 익숙한 공간으로 들어가면 서서히 녹아지는 것.
빌딩 꼭대기에서 하아얀 구름처럼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를 바라본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흩뿌려지는 안개같이 아름답다.
이왕 이렇게 익숙해진 거,
보고 싶었던 아바타 3을 보러 용산까지 나가볼까.
어후. 엄두가 잘 나지 않는다.
이번 구정에 창원에 내려가면 얼마나 따뜻할까.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포근한 곳.
이렇게 일 년, 일 년이 지나갈수록
서울이란 도시도 나에게 조금은 포근하게,
그렇게 적응하고 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