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21

by 류류류

어제 그 사람이 회사 앞으로 찾아왔다.

같이 집으로 걸어가겠냐고 물어봐서, 안 그래도 천천히 걸어 귀가하려고 했던 나는 그러라고 했다.


일요일에 비가 와서 그런지 월요일은 눈이 부시게 깨끗한 하늘과 그에 비친 연둣빛으로 장관을 이뤘다.

산업단지에 있었던 나에게도 말이다.


그 사람은 하얀색 티셔츠를 입고 편안한 모습이었고,

나는 평소보다는 조금 더 신경을 쓴 오피스룩이었다.


얼굴도 안 좋은데 옷까지 구질거리면 더 별로일 것 같아서.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같이 걷기 시작했다.

조그만 연못의 돌다리를 건널 쯤에 곱창덮밥을 먹으러 가겠냐는 그 사람의 말에 그러자고 했다.


점심때 밥 대신 잠을 선택해서 배가 많이 고팠다.

그 사람이 내 등을 톡톡 두드렸다.

뭐지 하고 혼란스러워하는데 손을 잡고 걸어도 되냐고 물었다.

그래서 이렇게 흐지부지 되고 싶지 않다고 얘기를 했고 자기도 그렇다고 했다.


결론적으로는 흐지부지되었다.


같이 서로에게 섭섭했던 얘기들을 해나갔고,

생각을 바꿔서 회사에서 알차게 보낸 내 일과를 공유해 주었다.

그 사람은 진심으로 칭찬해 주고 들어주었다 가만히.


밤에 유튜브에서 배운 5년 후 내가 가고 싶은 목적지를 정해서 하루하루 조그마한 액션을 취해야 한다고

조잘조잘 얘기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는 순간 피식 웃음이 낫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보통은 어마어마하게 큰 싸움을 하고 헤어졌었지만,

이번엔 차분하게 결론에 도달했다고 생각하고 마음 아파했던 서로이기에,

지나가버린 비처럼. 이렇게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우리가 너무나도 이상하고,

너무나도 또 우리 같았다.


오늘은 만나서 서로의 목표를 정하고,

어떻게 그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지 같이 얘기해 봐야겠다.

(6년이 지난 지금 읽으니 정말 이상하고 웃기다.)


오늘은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했다.

넉넉잡아 30분 정도 걸려, 차를 타고 올 때보다 많이 걸리지만,

아빠가 아침마다 태워주시는 게 고맙고 미안해서,

그리고 이제는 서른이니까 뭐든 나 스스로 하고 싶었다.


정신 차리고 딱. 일어나고자 할 때 일어나고,

아침에 알아서 (비가 오지 않는 이상) 출근을 하고,

저녁에 알아서 퇴근을 하고.


내 인생이니까 내가 주인공이 되고 싶었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스스로 잘. 하고 있다는 것을.


화요일이 보통 제일 피곤한 날인데,

난 어제 그렇게 집에 와서 샤워를 하고 바로 뻗어 9시 정도에 잠이 들었다.

죽은 듯이 잤던 것 같다.

또 일어나서 장갑을 끼고 처음에 약간을 추워하며 회사로 출근했다.


내 마음의 욕심을 내려놓으려고 한다.

노력한다고 늘 되는 것은 아니며.

인생엔 내가 생각 치도 못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그 일들로 너무 상처받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잘못한 부분을 생각하고 그 행동을 다시 하지 않기만 할 것이다.

가족과 연인에 대한 기대감도 조금은 놓아두기로 했다.

나도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기에.


그냥 나를 사랑해 주는 진실에 초점을 맞추고,

내가. 더 잘 아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에 힘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Clearly 현재까지의 연애경험이 비춰주기에는 나는 잘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었고, 감정의 기복이 심했다.


얼마 전에 읽은 내용에 의하면, 나는 자존감이 낮다고 한다.

그래서 늘 상대방의 마음을 확인하기를 바라고, 동시에 나는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불안했고, 그 불안함과 절망적인 느낌을 타인에게 쏟아내었다.


내가 힘드니까.

남을 돌볼 마음을 가질 수 없었다.

이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지금 뭐 내가 당장 성인군자가 되지는 않겠지만.

하나하나 해나가 보려고 한다.

지금 나는 인간관계로 알게 모르게 힘들어하고 있으니까.


무엇이든 변하지 않으면 지금의 상태가 지속될 것이고,

나는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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