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22

by 류류류

5개월이 되어간다.

그 사람이 나와 지내기 위해 자기가 있던 곳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지.


코로나로 전 세계가 출렁이고, 그로 인해 그의 상황도 좋지 않다.

근데 모든 상황과 그 상황 속에 그 사람과 그 상황 속에 우리의 모습이 보기 싫다.

굳이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의 상황이 점점 나아지는 것 같지 않아서 짜증이 난다.


나중에 나는 그때의 우리를 이렇게 표현했다.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처럼 아무리 헤엄쳐도 나아지지 않는

마치 힘이 빠져버린 연어 같다고.


그 사람이 지금 제일 힘들 거라는 걸 잘 알지만,

아침에 일어나지도 못하는 그 사람의 모습이, 주말의 내 모습과 겹쳐서일까 한심해 보인다.


화를 내거나 싸움을 만들진 않을 것이다.

그마저도 지쳤나 보다.

내가 이때까지 너무나도 많은 감정들을 연애에 담아두었나 보다.


이것도 비우자, 이때까지 내가 해오던 물건 비움의 연속으로 말이다.

난 과거에 많은 물건들을 사들였던 사람은 아니었지만, 되돌아보면 의식적인 소비를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과거 사진에는 물건들이 화장대 위에 가득했고, 이것들을 치운다고 반나절을 소비하기도 했다.

재작년 말부터였던 것 같다.

의식적인 소비, 좀 더 Sustainable 한 소비, 적게 가지는 기쁨.

깔끔한 집을 보면서 기분 좋아했던 것이.


처음엔 누가 봐도 쓰레기인 것들을 버리기 시작했고,

어느 정도 방에 물건만 남게 되었을 때는,

내가 1년 이상 사용하지 않거나, 봤을 때 안 좋은 기억들을 불러일으키는 물건들을 팔거나 기부하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신기하게도 버리면 버릴수록 기분이 너무 좋았다.

개운했다.

상쾌했다.

텅 빈 공간을 보며 즐거웠다.

소소하지만 정말 확실하게 즐거웠다.

그리고 지금은, 좋아하는 것만으로 최소한의 생활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아직까지도 매달 한 번씩 기부를 할게 생긴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지만,

지금은 살 때 가격을 생각해서 놓지 못하고 있었던 것들. 중복되는 사진들.

내 안의 감정과 연결 짓고 있는 물건들을 천천히 시간을 두며 정리하고 있는 중이다.


조그마하고 조용한 오피스텔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상하게도 우울하다. 요즘.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이에 대한 내 진짜 마음을 알고 싶어서였다.


두려운 것을 하라고 했는데, 지금 나는 두려운 것들을 선택하기 두려워 멈춰있어 우울한 것일까.

그 사람이 말하는 진정한 나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가족과 친구와 사회에 갇혀 살아가려고 해서 그런 것일까.

나이는 점점 들어가는데,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제일 쉽게 할 수 있는 때가 아닐까.


오늘 친한 동생한테서 연락이 왔다.

임신을 했고, 2달 후에 결혼을 한다는 소식. 축하했다.

원래 빨리 결혼하고 빨리 임신하고 싶어 했던 애라 놀랍지 않았다.

누구든 자기 나름의 생각이 있고, 그에 책임지면서 살아가면 그만이다.

아무것도 책임지고 싶지 않아 해서 무기력한 것일까.


10시 30분이 지났는데도 그 사람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좋지 않은 관계에 둘러 쌓여있어 그런 것일까.

아니면 내가 좋지 않은 사람이라 그런 것일까.

남들도 다 이렇게 살아가는 걸까.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마음을 비우고 현재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면서?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나도 그렇게 해야 하나.

내 마음이 너무 여러 군데로 흝어져있어 힘에 겹다.


이 마음들도 물건처럼 비워내야 할까.

어떻게 비워낼 수 있을까.

내가 읽고 있는 많은 책들 중에 명상의 중요성을 말하지 않은 책이 없다.

명상이 답일까.

어떻게 하면 좀 더 차분하고 고요하며 강한 내가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형형색색의 잉크들을 내 속에 뿌려도,

그 깊이가 무척 넓어 결국 투명하게 유지되는 호수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하기는 할까.

오늘도 나는 나에게 질문만 많이 하고, 대답은 많이 듣지 못했다.

이전 02화2020.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