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23

by 류류류

요즘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빨리 잠자리에 든다.

어제도 9시도 되지 않아서 잠이 들었고, 딱히 그렇다고 뭐 아침이 너무나도 개운하고 그렇지는 않다.

어제 연봉발표가 났는데, 3프로 인상되었다.

그냥 제자리 수준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선임(대리급)을 다는 사람의 초봉은 올라 결국엔 선임 3년 차인 나와 6만원 차이가 나게 되었다.

월급이 아니라, 연봉이.

기분이 나빠서 더 일하기 싫어졌다.

집에 와서 엄마에게 얘기했고, 엄마는 같이 기분 나빠해 주었다.

오늘 아침 아빠와 남자친구에게 이 얘기했는데,

뭐 어쩔 수 있냐, 비교하지 말고 불평하지 말고 다녀라. 는 말이 돌아왔다.


내가 원한 건 그냥 공감이었는데.

나도 어쩔 수 없다는 거 잘 알고 있다.

이렇게 나온 거고,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되는 거니.

그래도 2년간 선임으로 일했던 거에 대한 보상이 전혀 없는 것 같아 씁쓸하긴 했다.


예전에 한번 C를 줬던 사람들의 얼굴이 생각나며 재수 없기도 했고.

어제는 많은 이야기들을 들었다.

친했던 동생이 임신을 하고 결혼한다는 소식과,

아기를 키우고 있는 친했던 언니가 송도 오피스텔에 투자해서 1억을 벌었다는 얘기 등.

모두 자기 살길 찾아서 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에 비해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 싶었다.


증권사 통해서 하고 있는 투자는 손해와 이익을 번갈아 타며 결국 또이또이 정도고,

무서워서 지금 이 상황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서있으면서 불평만 하는 존재가 된 것 같아

역겨울 때도 있다.

(6년 뒤의 내가 보기엔,

그때의 내가 놀라울 정도로 나에게 혐오감을 표현하는데 거리낌이 없다는 것에서 조금 놀라웠다.)


변화를 하고자 하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가 나를 옥죄어 무척 어렵게 만들고 있음에 답답할 때도 있다.


코로나가 끝나면 나에 대해서 알아보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해보면서 1년 정도 쉬고 싶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알고 싶다.

지금 나가지 않으면, 10년 차 선임들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거고,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심플하게 내가 원하지 않은 모습이라 싫다.

(나는 그렇게 11년 차 선임이 되어있다.

하핫, 역시 그만둔다고 얘기하는 사람치고 그만두는 사람 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밍구스럽고 웃기다.)


사실 그리 나쁘지는 않다.

내 여유시간도 꽤 되고, 점심시간도 여유롭고, 5시에 (이제는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고 바로 퇴근할 수 있고.

내가 원하지 않는(거의 대부분의) 회식에 참석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나라는 사람에 익숙해져서

별 말 없고(적어도 앞에서는).


그런데, 나는 원래 대게 사교적인 사람이었다.

사람들과 같이 얘기하고 공감하는 걸 좋아하고,

서로에게서, 또 같이 배우며 발전하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런 내가 여기서는 왜 이렇게 5년이나 적응하지 못하는 걸까.

팀을 바꿔보려고 했으나, 워낙 사람들이 많이 그만두는 곳이라, 다른 곳으로 보내주지 않았다.

그쪽 임원과 얘기가 다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C를 준 그 임원이 딱 잘라 거절했다고 한다.

나에게 여러모로 엿 먹이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면서, 그 짧은 몸뚱이가 보기 싫어진다.

(웃긴 건 나는 결국 몇 달 후 이 사람 덕분(?)에 서울로 사내이동할 수 있게 된다.)


요즘엔 오디오 북을 많이 듣는다.

영어로는 Found time이라고 한다는데, 다른 것들을 하면서 들을 수 있어 찾아진 시간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물론 이는 생각이 필요 없는 다른 것들에 한정된다.

청소나, 샤워나, 그런 것들을 할 때.


나의 태도가 잘못된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바꾸기 위한 에너지가 없는 느낌이다.

그러고 싶지 않다. 그러면서 더 이렇게 고립되는 것 같다.

8시에 업무를 시작해서 지금 사무실은 왁자지껄하다.


파트 미팅을 하는 사람들. 전화를 하는 사람들. 삼삼오오 앉아서 협의를 하는 사람들.

그 속에 내가 있다.

덩그러니. 커피를 마시며.


오늘은 중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를 만나 점심을 먹기로 했다.

결혼하고, 예쁜 애기도 있는.

중학교 때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있고, 나는 지금 변화가 필요하다. 진정한 좋은 내 모습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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