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15

by 류류류


나 자신의 위치를 잘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모든 것이.


나는 훨씬 더 나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여기서 자부심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을 한심하게 지켜봤었다.

굳이 이 정도 가지고 왜 저렇게 자랑스러워하는지.라고 생각하면서.


그들의 하루하루가 여기에서 녹아 지금의 그 사람들을 만든 것인데,

그건 생각하지 못했다.

보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만족스러운 내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으리라.

지금 내 모습과 위치를 바라보고 인정하는 것.

거기서부터 모든 변화가 시작된다고 했다.

난 지금 나를 사랑하는 가족들과 가끔 티격태격 되지만 꽤 화목하고 따뜻하게 살아가고 있고,

아직까지는 큰 어려움 없이 모두 나름 건강하게 무사히, 감사하게도, 생활하고 있다.


한국에 큰 회사에 다니고 있고, 5년 넘게 근무해 왔다.

학벌이 좋지 않아서 처음에 중요하게 봤던 언어능력과는 별개로 1년 동안 촉탁직으로 회사를 다녔었고,

그 경험으로 회사와 주위 사람들에게 애사심이나 애정을 가지지 않았다.

내가 무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랬기에 모두가 싫었다.

그렇게 잘나지도 않은 것들이 나를 그렇게 본다는 사실에 자존심 상했고, 상처 입었었다.

(지금 돌아보면, 나를 그렇게 본다고 '생각'했던 게 더 컸던 걸 안다.

근데, 그때는 몰랐었다.

괜찮다, 몰랐으니까.)


연인관계에서도 상처 입었었다.

내가 급하게 급하게 의지하려고 제대로 된 선택을 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은 그냥 그랬던 사람이었고,

나의 부주의와 내가 나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음으로써 벌어진 비극,

내가 책임이 있는, 내가 만들어 낸, 내 선택으로 빚어진 일이었다.

그전에도 계속해서 그랬었고, 내가 만든 과거들로 만들어진 과거였다.


그랬던 내 모습을 증오하고 자책하지 말자.

나에게 화살을 두 번 쏘는 거니까.

대신 그랬던 나를 인정하고, 후회했으니 더 나은 내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내 선택에 더 신중해지자.

첫째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잘 알고,

둘쨰로 아무나 만나지 말고,

셋째로 내가 안정감을 느끼고 함께 더 나아질 수 있는 동반자를 찾는다는 생각으로 신중하게,

급하게 마음먹지 말고 천천히.


나와 타인은 다른 것을 이해하는 것도 내 마음의 위치와 내 위치를 아는 것이다.

존재의 종류는 동일하지만,

각각의 존재는 다르기 때문에 타인을 시기 질투하는 것은 나의 위치를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것이다.

내가 선택하지 않았고, 않을 사람과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는 지인들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가질 필요 자체가 없다.

(그래도 안다, 질투는 자연스럽다는 것을. 이제는)


나와는 다른 위치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기에.

이렇게 과거의 일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나가자.

한 순간에 싹 할 수 없으리란 건 잘 알고 있고, 계속해서 마음의 근육을 늘려나가야 하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비가 오지 않을 때는 아침에 자전거를 타거나,

내가 몸을 움직여 땀을 흘릴 수 있는 그나마 할만한 것들을 찾아보자.

무리하지 않으면서.

무리하지 말자.

무엇이든 적당히.

약간 부족한 듯이.


난 지금도 충분히 가지고 있으니까.

한 번에 어마어마한 운과 부만을 쫓지 말자.

그러면 더 잡히지 않을 것만 같다.

그만큼 급하기 때문에 이성적인 판단도 어려울 것 같고.

남들의 성공에 휩쓸려 성급한 결정들을 내리지 말자.

결국 인간관계와 모든 게 다 비슷한 마음가짐으로 대해야 하는 거구나.

그렇게 내 마음의 위치를 알고, 중심을 잘 잡으면 모든 것이 점점 더 나아질 것이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해도 내가 세상에 존재하는 내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이 점점 더 나아질 거고,

결국 그게 행운을 불러들인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적어도 다가오는 행운을 감사하게 잘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눈을 가지게 되겠지.

내가 그 사람을 놓은 것을 후회하게 될까.

그냥 지금 이렇게 조용히 나 혼자서 차분히, 그리고 천천히 바라봐야겠다.


그냥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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