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은 나에게 익숙한 곳.
아빠의 고향인 남해는 말 그대로 완벽한 시골의 섬.
4살 즈음에 한 달 남짓 남해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기도 했고,
30대 중반인 지금도 일정이 없는 명절이면 온 가족이 당일로 남해에 다녀온다.
할아버지 할머니 성묘도 다녀오고, 지금은 큰아빠 큰엄마가 계시는 곳에서 점심도 먹고,
나가서 10분 거리에 있는 잔잔한 남해 앞바다도 거닌다.
오늘도 동생과 함께 집 주변 텃밭에 나 있는 상추, 호박, 감을 따고 천천히 거닐었다.
혼자 갔을 때는 바다를 바라보다가 돌아올라오는 편인데, 오늘은 동생이 개구리와 게를 보고 싶어 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갯벌로 들어갔다.
물고기를 보고, 돌을 들어 올려 큰 게도 잡아보고,
발이 푹푹 빠지는 갯벌에서 둘 다 직관적으로, 몸이 기억하는 대로, 멈춰 섰다가 다시 길을 되돌아가며
함께 웃었다. 그렇게 시골의 순간들을 온몸으로 만끽했다.
그래서 나에게 시골은 유년 시절, 가족과 친척,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담고 있는 따뜻한 고향이다.
할머니와 여름밤, 청개구리 소리를 들으며 잠들던 기억.
할아버지가 직접 대나무를 잘라 연을 만들어 주시곤, 그 연을 날렸던 기억.
태어나서 처음으로 황소개구리를 발견하고 동생과 얼어붙었던 기억.
차가운 겨울날 아궁이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군고구마를 호호 불어 먹으며 깔깔대던 기억.
지금 도시에 살지만, 난 늘 시골 같은 공간을 좋아한다.
사람이 많지 않고, 수풀이 우거지고, 나 외에도 많은 생명체가 숨 쉬는 공간.
그래서 난 여기서도 공원을, 한강을 찾는다.
시골에서 아빠와 싸우고 바닷가에서 엉엉 울고 있는데, 옆에 큰엄마가 같이 울었던 기억.
20대 초반, 할아버지 댁 옥상에서 온갖 무게를 잡으며 심오한 생각에 잠겨 있던 기억.
그리고 집이 아닌 모두가 모이는 시골에서 불안한 감정이 올라와 아빠 차 창문 뒤로 나를 숨겼던 기억까지.
이 모든 일들을 품은 익숙함과 편안함이, 나에게는 곧 시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