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침잠이 많은 편인데,
진짜 내가 아침잠이 많은 체질인 건지,
아니면 지금까지 습관이 그렇게 들어서 익숙해진 건지 갑자기 의문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해야할지, 그렇기에라고 해야할지, 나는 새벽의 고요함을 좋아한다.
바깥세상도, 내 손에 들린 폰의 디지털 세상도 한국 기준 고요한 시간.
아주 가끔 눈이 일찍 뜨일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천천히 움직이며 새벽을 만끽한다.
약간 안개가 끼어 있는 깨끗한 새벽 공기를 좋아한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지만 특히 겨울 새벽에 그 차가운 공기가
내 폐를 가득 채울 때의 그 상쾌한 놀라움이 한 번씩 그리울 때가 있다.
인생을 100년으로 봤을 때 35세가 오전 8시 24분이다.
그럼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새벽이 되는 것이다.
몸보다 정신이 먼저 늙는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세상 다 산 사람처럼 시큰둥했던 나를 돌아보게 된다.
산속의 온천에 있으니, 밤에 빨리 잠들고 그래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게 된다.
비가 보슬보슬 내려 실내에서 온천욕 하며 맛있는 거 먹고, 따뜻한 커피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 인생에 해가 지는 저녁은 어떤 모습일까.
새벽하면 엄마가 생각이 난다.
가족의 아침을 준비하기 위해 우리보다 일찍 일어나서 요리하셨던 그 셀 수 없이 수많은 새벽.
그때 엄마는 어떤 마음으로 새벽을 하루하루 맞이했을까.
나는 지금 온전히 나만을 위해서도 새벽에 일어나지 못하고, 일어나지 않는데,
타인을 위해 새벽에 일어나는 건 어떤 마음가짐에서 가능한 걸까.
가끔 일이 있어 새벽에 길을 나설 때, 늘 생각보다 많이 깨어있는 사람들의 모습에 놀라곤 한다.
나보다 하루를 먼저 시작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는지 새삼 직관하며 놀라워한다.
새벽과 아침을 잘 시작하는 것이 하루의 마지막인 밤을 잘 정리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 같다.
사실 그렇게 치면 모든 시간 중 중요하지 않은 시간은 없으니.
모든 게 다 중요하다면, 다 중요하지 않게 되는 걸까.
어찌됐든 우리 삶에서 가장 소중한 재화를 꼽자면 시간인 것 같다고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