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줄 세우기를 좋아하는 사회답게,
어느 정도 나이에는 어떤 걸 해야하는 암묵적인 기준이 있고 특히 나이를 기준으로 조건을 많이 다는 사회다.
나는 평범하게 대학을 졸업했고, 해외에서 인턴십을 했고, 거기서 대학원을 갔고, 졸업하고 취업을 했다.
호주에서 20대 초반에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며, 한국에 돌아가서 취직한 나이도 25살이니까.
기억난다. 취업 준비를 1년 조금 안 되게 했었는데, 내 생애 최저 몸무게를 찍었다.
그땐 내가 죽어도 이 사회에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거라는 생각과 함께 자존감이 바닥을 쳤었다.
생각해 보면 뭐 지금이라고 내가 죽는다고 사회에서 신경 쓸 것 같진 않지만, 그땐 아무튼 그랬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고, 어릴 적 상상했던 내 35살 모습과는 차이가 꽤 난다.
난 '어른'이 되어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음은 어린아이 그대로다.
지혜롭고 슬기로워졌다기 보단, 그러려고 부단히는 노력하면서 여전히 조금은 불안한 어린아이.
나이는 무겁게 바라본다면 무거울 수 있고, 가볍게 본다면 숫자 그 자체만큼 가볍다.
몇 년 전부터 회사를 그만두거나 쉬고, 내면을 찾아서 명상 센터나, 절이나, 세계 여행을 꿈꿨으나 항상 이래서 저래서 미뤄져만 왔다.
지금은 내가 그걸 진정으로 원하는지조차 잘 모르겠다.
정신적으로 나이 드는 게 정말 무섭다고 느끼는 게,
평균적으로 본다면 아직 살아온 날보다 살날이 더 많은데, 뭐 좀 다 시큰둥하다.
20대 때 했던 것만큼 설레지 않고, 신나지 않고, 해보지 않고 그렇겠지. 라고 재단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그래서 나는 이것저것 뭐든 그냥 해보려고 한다.
처음 해보는 것도, 다시 해보는 것도, 그냥.
이런저런 생각으로 나이를 떠나서 내가 해볼 수 있는 경험을 못 하고 넘어가지 않도록.
결국 지금이 내가 살아갈 인생 중 가장 젊은 나이고,
내가 경험해 보게 될 일들은 타이밍이 맞을 때 나에게 꼬옥 맞는 상황으로 다가오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