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

by 류류류

나는 공간의 공기와 사람의 표정에 쉽게 물든다.

어떤 날은 조용한 색으로, 어떤 날은 밝은색으로 물드는 사람. 그렇게 나는 늘, 주변의 분위기에 따라 달라졌다.


20대 초반, 나는 남반구의 낯선 하늘 아래 있었다.

그곳의 사람들은 자기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꺼냈다.

잘한 일은 자랑했고, 못한 일도 웃으며 털어냈다. 그 솔직함이 신기했다.

그리고 그 당당함이 나를 자유롭게 했다.


그곳의 하늘은 늘 맑았고, 사람들의 말투는 투박하고 햇살처럼 따뜻했다.


나를 숨기지 않아도 괜찮다는 확신이 처음으로 들었다.

경상도에서 자란 나는 늘 “겸손해야 한다”라는 말을 들으며 컸다.

나대지 말고, 조용히 있어라. 그러면중간은 간다.


그 말들은 내게 많은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오랫동안 마음속 벽이 되었다.

원하는 것을 말하면서도 눈치가 보였고, 잘한 일을 인정받으면서도 괜히 밍구스러웠다.


하지만 그곳에서 처음으로 나를 있는 그대로 꺼내놓았을 때,

사람들은 오히려 반짝이는 눈으로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때 알았다.


자랑은 자만이 아니라, 나를 인정해 주는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고.


한국으로 돌아온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이곳에서는 여전히 겸손이 미덕이고, 자랑은 조금은 가볍다.

가끔은 그 사이에서 나도 모르게 작아질 때가 있다.


마음속에서는 환히 웃고 있는데, 입 밖으로는 “별거 아니에요”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올 때처럼.


사람의 마음이란 참 복잡해서, 함께 슬퍼해 주는 건 쉽지만 함께 기뻐해 주는 건 어렵다.

그래서일까. 우리의 자랑은 자주 목 끝에서 멈춰 선다.


나는 요즘, 그 중간쯤에서 서성인다.


자랑하되, 덤덤하게. 겸손하되, 나를 깎지 않게. 빛나되, 눈부시지 않게.


사람은 누구나 자기 안의 좋은 면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그건 살아 있음의 증거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은 조용히, 나를 자랑해 본다.

그 자랑이 누군가의 마음을 따뜻하게 덮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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