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대표들의 착각 : 브랜딩은 아무나 하나
“지나 씨, 우리도 이제 브랜딩 해야 할 것 같아.”
어느 날 대표가 불쑥 말했다.
자기는 브랜딩은 잘 모르겠는데,
책을 좀 읽어보면 감이 올 것 같단다.
그래서 ‘브랜딩 책 하나만 추천해 달라’고 했다.
며칠 뒤, 대표님은 책 한 권을 사 들고 출근하셨다.
홍** 교수의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
책 표지가 해지도록 읽었단다.
3번이나 읽었다며, 이젠 브랜딩이 뭔지 알 것 같다고 하셨다.
그리고 말했다.
“우리도 슬로건 하나 만들자.
브랜드 느낌 나게.
감성적이고, 뭔가 멋있는 문구로.”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책 한 권만 읽은 사람이 가장 위험하다’는 말은 진리구나.
브랜딩은 슬로건이 아니라 방향입니다
많은 대표들이 브랜딩을 로고나 슬로건 만드는 일쯤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정작 브랜드의 ‘왜 존재하는가’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고객에게
-어떤 관점으로
-어떤 순간에 닿을 것인가
이 질문 없이 만든 슬로건은 그저 감성적인 단어 조합일 뿐이다.
철학 없는 말은 브랜드가 되지 못한다.
마케팅은 감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대표님은 본인의 ‘감’을 믿는다.
본인(혹은 와이프, 지인, 주변사람들) 이 좋다고 느끼면, 고객도 좋을 거라 믿는다.
수치도 맥락도 필요 없단다.
“그냥 느낌이야. 이 문구가 좀 더 간지 나잖아.”
“우리 고객층은 이런 거 좋아해. 내가 다 봤어.”
이 감각은 수년간 축적된 경험이 아니라, 책 한 권에서 나온 ‘사장 감성’일 뿐이다.
브랜딩은 멋을 내는 일이 아닙니다
“브랜드 느낌 나게 만들자.”
“감성 카피를 하나 뽑아봐.”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브랜딩이 마치 포장처럼 느껴진다.
예쁜 문구 하나, 세련된 비주얼 하나로 브랜드가 만들어질 거라는 오해.
브랜딩은 멋 부리기가 아니다.
고객과 약속을 어떻게 지켜갈지,
우리의 태도를 어떻게 일관되게 유지할지에 대한 설계다.
마케팅팀은 오늘도 혼란 속에 방치된다.
전략도 없고 기준도 없지만, ‘브랜드 느낌 나게 만들어라’는 지시는 있다.
- “요즘 애들은 이런 거 좋아하지?”
- “왜 이 글은 반응이 안 좋아?”
- “슬로건 좀 더 트렌디하게 바꿔봐.”
명확한 방향도, 의사결정의 기준도 없는 조직에서 브랜딩은 가장 빨리 소모되고, 마케터는 가장 빨리 번아웃된다.
대표님, 제발 전문가를 믿어주세요.
마케팅팀이 정답을 다 아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최소한, 감이 아니라 구조로 접근하고
일관된 기준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입니다.
책 한 권을 읽고도 브랜드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브랜드를 만들고 지켜가는 일은,
현장에서 수없이 부딪히는 실무자가 하고 있다는 것도 기억해 주세요.
마무리하며:
브랜드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대표님 혼자 만들 수도 없다.
브랜딩은 함께 만들어가는 언어이고, 일상의 판단이며, 조직의 습관이다.
브랜딩을 정말 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말하는 것’이 아니라, ‘듣는 일’이다.
다음 글에서는
“이 브랜드 말이 너무 많아요 - 브랜드 기준이 없는 회사의 공통점”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지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