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로또

두 번의 베니싱 트윈

by GL

나는 첫 번째 시험관 첫 차수에 첫째인 아기 호랑이를 만났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첫 시도에 아기가 생긴 것이다.

그때 채취했던 난자가 15개였고 그중 8개가 수정되었다. 수정란 8개 중 5개가 5일 배양에 성공했고 2개를 신선이식으로 이식해서 첫째를 가졌다.

첫째는 원래 쌍둥이였다. 이식한 두 개의 배아가 둘 다 착상되었는데 둘 중 늦게 착상했던 아기는 8주 차에 심장이 멈췄다. 이런 현상을 베니싱 트윈이라고 하는데 이걸 첫째 때 겪었다. 잘 뛰던 심장이 멈췄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믿기질 않아 울기 직전에 나에게 난임병원 교수님은 말했다.

“엄마 정신 차려요. 뱃속에 남은 아기 한 명 있잖아. 그 아기한테 집중해요. 이 아기 살려야지!!”

교수님의 말이 흐릿했던 정신을 깨워주셨고 남은 아기를 소중히 열 달을 품어 첫째를 만났다.

그런데 이렇게 베니싱 트윈이 되면 2차 기형아 검사에서 이상소견이 뜬다. 2차 기형아 검사는 엄마 피를 뽑아 아이의 이상여부를 확인하는 검사인데 심장이 멈춘 아이의 DNA가 엄마인 내 혈액 속에 남아서 이상 소견으로 검출되기 때문이다. 1차 기형아 검사인 목 투명대 검사에서 턱걸이로 정상소견을 받았던 첫째는 역시나 2차 기형아 검사에서 다운증후군 1:151이라는 수치로 고위험소견이 나왔다. 그래서 양수검사를 했고 정상소견으로 무사히 출산을 했다.


그렇게 태어난 아기가 돌이 지나고 또다시 11월이 되었다. 첫째 때 경험한 시험관시술과 임신 과정을 떠올리며 같은 계절에 둘째를 가지기 위한 또 다른 여정을 시작된 것이다.

우리에겐 3개의 수정란이 동결되어 있었기에 이번에는 동결수정란을 이식하는 동결이식으로 진행되었다. 그전에 자궁경이라는 시술을 먼저 진행했는데 내가 제왕절개를 했기 때문에 있을 수 있는 자궁 내 유착 부분을 제거하는 시술이었다. 유착을 제거하고 착상이 잘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후 3개의 수정란을 해동했고 해동 결과 2개만 상태가 괜찮아 2개를 이식하고 1개는 폐기하기로 했다. 선생님은 둘째인데 두 개를 한 번에 다 이식하는 것에 대해 괜찮은지 물었지만 나는 이미 첫째 때 베니싱 트윈을 겪었던 터라 주저 없이 두 개를 이식하겠노라 답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첫 시도만에 두 배아가 다 착상에 성공했다. 또 동시에 착상해서 둘 다 심장도 잘 뛰었다. 그래서 임신확인서도 다태아로 발급받았고 태명도 만수&무강이로 지었다. 난임병원에서는 10주가 유산의 고비이기 때문에 10 주가 지나면 졸업이라는 것을 시켜주고 출산을 위한 병원으로 전원을 하게 한다.

그런데 둥이를 임신해서 무사히 10주를 넘기고 다태아 확인서를 들고 전원한 출산 병원으로 간 나는 첫 진료에 또다시 베니싱 트윈을 겪게 되었다. 무강이의 심장이 더 이상 뛰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주까지 멀쩡히 잘 뛰던 아기의 심장은 거짓말처럼 멎어있었다. 그렇게 또다시 단태아 엄마가 된 나는 첫째 때 교수님이 해준 말을 마음속으로 되새겼다.


‘정신 차려 콤이 엄마! 만수를 살려야지!

슬퍼할 때가 아니야!‘


다음 수순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만수는 1차 기형아 검사를 넉넉히 통과했는데 2차 기형아 검사는 패스했다. 담당 교수님도 의미 없는 돈낭비와 피 뽑기는 하지 말자고 하셨고, 바로 2주 후 양수 검사를 실시했다. 다행히 만수는 정상소견으로 결과가 나왔다.

첫째와 둘째 모두 시험관 첫 시도만에 가진 나는 두 번의 로또를 맞은 거와 다름없었다. 두번의 베니싱 트윈을 겪었음에도 두 아이를 만날 수 있음에 너무나 감사했다. 이제 남은 기간 행복하게 아기를 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첫째가 있는 둘째의 임신생활은 생각보다 녹록하지 않았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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