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조금씩 나를 다시 만나는 시간

엄마가 된 후,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시작한 일들

by 진아

출산 직전, 내 몸무게는 76kg이었다.


임신 전 평소 몸무게가 60kg쯤 되었으니, 임신으로 약 16kg 정도가 늘어난 셈이다. (사실 정확한 수치는 알지 못한다. 임신을 알았을 무렵 나는 이미 살이 오르고 있었고, 체중계에 오르지 않고 있었다.) 임신 중 평균적으로 10kg 정도가 느는 게 일반적이라던데, 나는 꽤 과하게 찐 편이었다. 핑계를 대자면, 입덧 한 번 없었던 덕에 오히려 입맛은 더 좋아졌고, 임신 전엔 안 먹던 아침까지 챙기며 하루 세끼에 간식까지 꼬박꼬박 잘 먹었으니 어쩌면 이 정도 찐 걸 다행이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출산 후, 산후조리원과 산욕기를 거치며 약 10kg은 빠졌다. 하지만 나머지 5~6kg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몸은 늘 부어 있었고, 아침에 일어나면 가볍기는커녕 더 피곤했다. (사실 ‘아침에 눈을 떴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격스러운 일이었다. 아이가 밤새 푹잤고, 나 역시 잘 잘 수 있었단 뜻이니까.)


거울 속 내 모습이 낯설었다.

아직 남아 있는 임신선과 튼살 자국, 그리고 축 늘어진 뱃살. 하지만 그보다 더 낯선 건 그 모습을 보면서도 점점 익숙해져가는 나였다. 게다가 엄마가 되고 나서 변해버린 몸 뿐만아니라 시간도, 생각도, 감정도 모두 아이 중심으로 돌아가다보니 하루가 끝나면 오늘 내가 뭘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날이 많았다. 엄마로서 하루는 열심히 산것 같은데, 나 자신으로서는 텅 빈 것 같은 느낌. 점점 나를 잃어버리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내가 아니야.'

임신 전의 내 모습이나 체형을 말하는게 아니다. 무엇이든 시도해보고, 몸이든 마음이든 움직여보려고 하던 예전의 나다운 모습이 사라졌다는 사실. 그게 문제였다. 이대로 흘러가다보면 진짜로 나를 잃어버릴 것 같았다.


그런 나를 조금씩 움직이게 한 건 의외로 아주 사소한 것들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따뜻한 물 한 잔을 마시고,

점심 한 끼만 제대로 먹고, 그 외의 시간엔 간단히 먹으며 공복을 유지해보는 간헐적 단식. 처음엔 그저 체중계 숫자를 바꾸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하루하루 실천하면서 느낀 건, 몸보다 마음이 먼저 달라진다는 거였다.


그리고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출산 이후 처음하는 운동이었고, 무언가를 꾸준히 해보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처음 몇 번은 낯설고 어색했다. 자세는 엉망이고, 근육은 찢어질 것 같고, 온몸이 뻐근했다. 하지만 그 시간만큼은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누구 엄마도, 누구 와이프도 아닌 그냥 ‘내 몸’에만 몰입하는 한 시간. 운동을 마치고 나올 때면 온 몸에 땀이 난 만큼 마음도 조금 가벼워졌다. 작지만 분명한 변화였다.


식습관도 바뀌기 시작했다.
두부, 오이, 당근 같은 채소들을 장봐 정리해두고, 흰쌀밥을 현미밥으로 바꾸고, 저녁은 간단하게. 공복 16시간을 지키는 것도 처음엔 힘들었지만, 이제는 루틴이 되었다.


아이를 재우고 나면, 어떤 날은 나도 같이 뻗어버리기도 하지만 가끔은 유튜브로 요가 영상을 틀어놓고 30분쯤 몸을 움직인다. 또 어떤 날은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읽으며 나를 위한 조용한 시간을 갖기도 한다. 이런 루틴 덕에 지금까지 12kg을 감량할 수 있었고, 체형만큼이나 내 감정과 태도를 바꿔주고 있다. 뭔가를 제대로 하지 못하더라도, 나를 위해 뭘 하려는 마음을 유지하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엄마가 된다는건 매일 아이를 먼저 챙기고, 그다음에야 겨우 나를 마주하는 일에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를 지키는게 결국 아이를 지켜내는 힘이 된다는걸 이제는 안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30분의 운동, 가벼운 공복, 정돈된 식사- 완벽하진 않지만 나를 단단히 버티게 해주는 이 루틴으로 매일 조금씩, 나를 만나려 한다.


나를 위해 건강하게 차려먹은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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