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목욕에서 샤워기로
산후조리원 기간이 끝나갈 무렵이 되면, 엄마 아빠는 아기 목욕시키는 법을 배운다.
30년 넘게 내 몸만 씻다가 말 그대로 갓 태어난 작은 몸을 씻기는 건 꽤나 무섭고 낯선 일인지라 초보 부모는 배움이 필요하다. 준비물은 아기 몸이 겨우 들어가는 작은 욕조 2개와 천기저귀.(목욕 후 수건으로 쓰인다.) 욕조 하나는 목욕용, 하나는 헹굼용이다.
처음 남편과 내가 단둘이 처음 태이 목욕시켜보던 날을 기억한다. 아이가 추울까 봐 거실에 물 담긴 욕조를 가져다 놓고 서툰 손짓으로 씻기느라 거실은 물바다가 되었고, 목욕물에 우리 옷도 다 축축해졌더랬다. 그랬던 초보 엄마 아빠는 시간이 지나고 아이가 크는 만큼 목욕도 점점 익숙해져, 이제는 서로의 도움 없이도 혼자서 아이를 씻길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그러던 어느 날, 비누칠을 해주기 위에 잠시 세워두었는데 작고 튼튼한 허벅지로 욕조 위에 턱 하니 버티고 서있는 것이 아닌가. 비록 아직 팔에 기대 선 상태였지만, 이제는 통목욕을 졸업해도 괜찮겠다 싶었다. 당근으로 샤워 핸들을 장만하고, 그동안 썼던 욕조 두 개를 닦고 햇빛에 말려 포개 보관했다. 이제 곧 태이보다 작은 아기의 욕조가 되어 주겠지.
태이가 쓰던 물건을 중고로 팔 때가 오면, 왠지 마음이 이상해진다. 갓 태어났을 때부터 쓰던 물건일 때 더 그렇다. 그때의 태이를 떠나보내는 마음이랄까. 아이를 품에 안고 머리를 감기던 날들, 배냇머리가 한 움큼씩 목욕물 위에 둥둥 떠다니던 장면. 욕조 안에서 제법 목을 가누며 두 손으로 물장구를 치던 모습들. 그 모든 장면이 또렷하게 떠오른다.
매일 조금씩 자라는 아이를 만나는 건 분명 기쁜 일이지만, 어느새 작디작던 태이의 날들을 하나씩 떠나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오늘따라 유난히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