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 아이들과 분식집을 차렸습니다.

산천 요리생 마지막이 아니길

by 서진

“다음 시간엔 즉석떡볶이를 해보는 게 어때?”

“즉석떡볶이요? 먹어 본 적 없는데. 떡볶이랑 달라요?” 아이들이 말똥말똥 날 쳐다본다.

“테이블에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냄비에 담은 떡볶이 끓이면서 먹는 건데. 너희 안 먹어 봤구나! 해볼래?”

“네! 네! 네!”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나도 떡볶이를 좋아한다.

어렸을 때 학교가 끝나면 우리를 기다렸다는 듯, 따뜻한 김을 내뿜는 어묵과 떡볶이가 준비된 학교 앞 분식집으로 친구들과 쪼르륵 달려갔었다.

떡볶이 철판 앞에 삼삼오오 다닥다닥 붙어있던 나와 친구들은, 연두색과 하얀색이 알록달록하던 접시에 아주머니가 깨알같이 세어 주시던 밀 떡볶이를 받아 들면 행복했었다. 입천장이 델까 봐 호호 불어가며 어묵 국물을 씁씁 거리며 마시고, 몇 가닥 들어있지 않은 불어 터진 어묵을 골라 맛나게도 먹었었다. 빨간 국물이 떨어진 하얀 블라우스를 볼 엄마를 떠 올리다가도, 한 손으론 물을 묻힌 화장지로 얼룩을 벅벅 닦으며 입은 열심히 오물댔었는데.


아! 그리고 그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던 납작 만두 그리고 김말이, 난 이 조합은 40년이 넘어가도록 먹고 있다. 절에서도 스님들 간식으로 채소를 듬뿍 넣은 떡볶이들 만들어 드리면 좋아했었다. 그리고 17살이나 차이 나는 동생 두부도 떡볶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걸 보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아쉽게도 내가 요리를 가르치고 있는 학교 앞엔 분식점이 없다. 겨우 한 15~20분 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만둣집과 편의점만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 아이들과 함께 즉석떡볶이 가게를 차리기로 했다.

동아리 분식집 메뉴는 꼬치 어묵과 김말이 그리고 즉석떡볶이이다.

먼저 육수를 끓이기

“얘들아, 멸치 똥을 따야 해! 배를 가르면 까맣고 물컹한 거 보이지 이걸 제거하는 거야. 아니면 국물이 텁텁해져.”

“선생님, 까맣고 물렁물렁한 요게 다 똥이에요? 쪼끄만 멸치에 똥만 들었어요?” 아이들이 똥이면 더러운 거지? 라며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보고 엄지와 검지만으로 제거하고 있다.

“하하하 내장이야. 까맣게 똥같이 생겨서 그렇게 부르나 봐. 더럽지 않습니다.”라고 하며 국물용으로 보관해 놓았던 다듬고 남은 무와 양파를 냉동실에 꺼내왔다.

커다란 냄비에 준비된 멸치를 넣고 냉동 무와 양파, 행주로 닦아 놓은 다시마, 대파 파란 잎 한 움큼, 마늘 그리고 후추를 넣어 어묵탕과 떡볶이용 육수를 끓였다.

이제 김말이

아이들이 점심시간에 물에 담가 불려 놓은 당면을 가져왔다. 끓는 물에 당면을 삶아 채에 거르자 뜨거운 김이 확 올라오자 아이들이 “으악!” 하더니 뒷걸음질 친다.

“걱정하지 마! 선생님이 찬물에 식혀 줄 거야. 자 봐봐 요렇게. 다음엔 너희가 해야 해?”

“네 선생님, 그런데 그 김에 델 수도 있겠어요.” 하며 아이들이 조심스럽게 다가온다.

“그러니까 조심해야지. 한꺼번에 부으려 말고 조심스럽게 천천히. 이렇게. 채에 걸러 물기를 빼고. 테이블로 가자”

아이들이 우르르 따라온다.


“우스가 1학년 동생들 데리고 만들어봐.”

도마 위에 올려 썬 당면을 볼에 담았다. 그리고 간장, 마늘, 설탕과 후추를 섞어 만든 양념을 당면에 넣고 잘 버무려 주었다. 아이들이 주무르며 “느낌이 이상해…. 흐흐흐” 하더니 돌아가며 죽이 되도록 주무르고 있다.

“그만. 그만. 죽 되겠어.”라고 소리치는 내 목소리도 안 들리는지 아이들끼리 키득거리고 있다.

삼등분한 돌김에 양념된 당면을 넣고 돌돌 말아놓은 김말이를 밀가루와 물을 1:1 비율로 반죽한 튀김옷을 묻혀 180도 기름에 튀겨내기 시작한다. 그래도 몇 번의 튀김 요리를 해봤던 아이들이라 그런지 나름 프로다운 몸동작으로 온도를 맞춰 노릇노릇 튀겨낸다.


마지막 꼬치 어묵

“재범이는 김 선생님이랑 꼬치 어묵을 만들자. 자 봐봐. 어묵을 길쭉하게 반으로 접어서, 돌려가며 꽂아주는 거야. 요렇게.”

“선생님 잘 안 되는데요.”

“천천히 요렇게 돌려서~ 됐지?”

재범이랑 김 선생님이 눈이 빠질 듯이 어묵과 꼬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커다란 어묵 봉지 하나 반을 해치웠다.

육수의 반을 냄비에 옮겨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주고 어묵을 넣었다. 제법 분식집 티가 나기 시작한다.


밖에서 방과 후 수업을 끝낸 아이들이 웅성대는 소리가 들린다.

“친구들 하나씩 가져다줄래?”라는 소리에 동아리 아이들이 함박웃음을 짓는다.

“그래도 돼요?”라며 우스가 하나씩 집어 숫자를 세기 시작한다.

“그럼. 대신 그릇에 담아서 가야지” 방울이와 불꽃이도 꼬치 어묵을 들고 우스를 따라 친구들에게 뛰어나간다.

“선생님 애들이 맛있대요.” 하며 뿌듯해하는 아이들 얼굴이 환하다.


“그럼 이제 다 준비가 되었나요?”

“네!”

“자 냄비에 양배추, 파, 떡, 어묵, 쫄면과 고추장, 고춧가루, 설탕, 간장, 마늘 그리고 물엿으로 만든 양념장을 넣는다. 그리고 끓여줍니다. 이것이 즉석떡볶이야.”

“선생님 00 다방에서 파는 떡볶이 같아요. 치즈 넣어도 돼요?”

“냉동실에 있나 찾아봐. 얘들아, 선생님들도 드시러 오시라고 해야지?”

하나둘 오신 선생님들이 꼬치 어묵을 드시고 맛있다며 아이들을 칭찬하고 같이 사진도 찍었다. 선생님들도 같이 둘러앉아 떡볶이도 먹으면 좋으련만, 내가 어려워 그런지 한 그릇씩 들고 교무실로 돌아가셨다.


“선생님 진짜 떡볶이집 같아요.”

“너희들 싸갈래?” 모두가 손을 번쩍 든다. 내 새끼들, 먹이 받아먹는 제비 새끼들 같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아이들과 일일 분식집을 차려보고 싶다. 통닭도 팔고 분식도 팔고.

음... 괜찮은데.


다음엔 만두를 가르쳐 볼까?

즉석떡볶이&꼬치어묵
김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