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을 쓸 테니, 너희는 요리하거라. 1

산천 요리생, 마지막이 아니길

by 서진

“선생님 소설 같아요!”

“방울이가 저예요?”

“글쎄?”

킥킥거리며 웃던 래도가 “나범이가 00형이죠?”라며 날 툭툭 쳐댄다.

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글쎄? 비밀이야! 자. 자. 이제 청소 시작하자. 오늘 배운 거 복습하고 가야지.”

아이들이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이리 주고, 다음 수업에 또 보여줄게.”

“선생님 우리도 가입해서 볼 수 있어요?”

“나도 잘 모르겠는데??? 너희도 브런치에 가입이 되나?”


시작은 이러했다.

‘서울 국제로터리 3650 지구 서서울로터리클럽’에서 아이들 장학금 160만 원을 보내주신다는 소식이 왔다. 지인과 지인의 입을 통해 전해 들으신 로터리 클럽 관계자분이 추천하셨다고 한다. 작년 한 해 동안,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요리 축제에 참여해, 스스로 만족감과 성취감을 이룬 아이들이, 다시 한해를 생활과 학습 등 모든 면이 개선된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는 아이들에게 격려금을 전하고 싶다는 연락이었다.

“올해도 축제에 참여하나요?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아쉽게도 참가를 못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 소식이 더욱 반갑습니다.”

불참가에 나보다 더 화들짝 놀라시는 분께,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장학금은 올해 요리대회 출전의 꿈을 접은 3학년 3명과 2학년 1명, 총 4명에게 40만 원씩 나누어 전달하고 아쉬움을 달래 주기로 했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아이들은 학교에 소속이 돼 있기에, 기쁜 소식을 전하고 도움을 청하려 동아리 담당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으나 만남의 시간을 잡을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동아리 선생님께 동의를 구하고 교장 선생님께 직접 연락을 드려, 만날 약속을 잡았다.

서울 국제로터리 3650 지구 서서울로터리클럽’에서 전해 온 소식대로 교장 선생님께 설명했다.

“좋은 일이긴 한데, 서울엔 연고도 없는데, 왜 우리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준답니까?”

나의 지인이 아이들 소식을 전해 줬고, 신문 기사도 읽었다고 하네요. 어른도 하기 힘든 일을 해냈다고 격려를 하고 싶다는 연락이라 다시 설명해 드렸다.

“여기서도 안 알아주는데, 서울에서 왜? 축제 참여에 대한 일을 알지요?”

‘내가 아는 서울 사람이 전하고 전해서 된 일이라고! 여기 사람들은 관심이 없을지 모르지만 어떤 이는 대단하다고 했다고!’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어찌 되었든 감사하고, 아이들도 노력한 일에 대한 보상을 받으니 좋은 일이지 않습니까?” 난 차분히 설명하려 노력했다.

“그러네요.” 그때까지도 교장 선생님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계셨다.

아이들이 학교 소속이라 학교 최고 어르신인 교장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자기소개서를 써서 제출해야 해, 선생님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요리 수업 중 찾아오신 3학년 담임선생님께 아이들 서류 작성을 도와 달란 부탁을 했다.

“애들이 각자 써오면, 그때 보죠.” 선생님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내 눈을 피한다.

자기소개서는 어른들도 힘들어하고, 더군다나 아이들이 처음 써보는 거라, 선생님 도움이 필요하다는 부탁드리자, 선생님은 시선을 피했다.

‘그래도 선생님인데 신경 쓰겠지.’

그리고 날이 지나고, 아이들에게 전화가 왔다.

“선생님 장학금 신청 사유에 뭐라고 적어요?”

“선생님들이랑 상의 안 했어?”

“담당 선생님이 안 계셔요.”

“요리기구를 사고 싶다던가, 요리책을 사고 싶다. 아니면 재료를 사서 요리를 해보고 싶다. 그도 아니면 요리학원에 다녀보고 싶다. 너희들이 돈을 받으면 뭘 하고 싶은지 생각을 해봐.”


그 후, 선생님에겐 연락이 없었고, 추석이 지나 학교를 찾았다.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온다.

“선생님 여기요.”

“우하하하, 이거 가족관계증명서 같아. 자 봐봐. 할아버지와 할머니 보다, 조부모님이라고 쓰고. 네가 생각했을 때, 조부모님과 부모님 그리고 형·동생들과의 관계, 포근하게, 사랑스럽게, 서로 존중하는 마음을 주고받았다. 홀로 되신 어머니이지만, 외국에서 시집을 오셨지만, 농사를 지으시며 힘들지만, 부모님이 너희를 위해, 그리고 너희는 가족들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는지 써야지.”


선생님들에게 다시 부탁하려 탕비실을 찾았다. 다행히 1.2.3학년 담임선생님과 동아리 담당 선생님까지 모두 모여있었다. 그런데 모두 눈을 피한다.

난 어찌해야 할지 몰라. 조용히 커피를 탔다.

“그리가 자기소개서를 안 써왔어요.” 3학년 담임선생님이 핸드폰에 눈을 떼지 않고 말을 한다.

“죄송해요.”하고 말했지만 ‘아! 내가 왜 죄송하지?’

“그리가 다른 아이들보다 잘 썼던데요.”

“그럼요. 한 줄 쓰고 물어보고, 한 줄 쓰고 물어보고 다른 애들보다 낫겠지요.” 아이의 담임선생님이 심드렁하니 투덜댄다.

“아직 다른 아이들 건 안 보셨나 봐요?”

핸드폰을 보고 있던 선생님의 입이 옆으로 돌아가고 대답은 안 한다.

“그리에게 숙제 안 해오면 요리 수업 못 들어온다 했으니 잘해 올 거예요. 그리가 약속했어요.”

“선생님! 요리 수업 있는 수요일만 숙제 잘해오면 뭐 해요. 다른 날은 숙제 안 해도 괜찮아요?”

이건 뭐지? 나 지금 여기 그리 학부모로 서 있는 건가?

오히려 선생님들이 자기 아이들을 감싸야하는데, 왜 버리지 못하냐는 이 선생님들을 설득하는 거지.

이 수상한 분위기를 돌려야 했다.


담당 선생님께 “오늘 아이들 수업 사진을 하나도 못 찍었네요. 바쁘셨나 봐요. 그래도 가끔 와서 찍어주세요.”

“이제는 알아서 찍고, 수업할 때도 되지 않았어요?”라고 얼굴도 마주하지 않고 말하는 선생님, 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렇다고 내가 여기서 쏴 붙이면 싸움이 날 것 같은 답답한 공기였다.


“그런가요?”하고 마음을 가라앉히려 탕비실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