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을 쓸 테니, 너희는 요리하거라. 2

산천 요리생, 마지막이 아니길

by 서진

교실로 돌아가는 내 발걸음이 무겁다.


아이들에게 생각을 달리하면, 글을 쓰는 게 어렵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얘들아, 선생님이 너희들 이야기를 글로 옮긴 거 궁금하지?”

“네네네네.”

그래서 브런치에 올린 아이들 이야기와 귀촌 이야기를 보여줬다.

“선생님 옆에서 진짜 뱀을 보고 있는 거 같아요.”

“맞아 내가 이때 이런 얘기했었는데.”

“선생님 왜 내가 불꽃이에요?”

나의 핸드폰과 보조 선생님 핸드폰을 양쪽에서 들고 눈을 떼지 못하고 종알종알 질문을 해댄다.


“선생님도 처음엔 어려웠거든, 잘 보이려고 해서 그랬나 봐. 편하게 네 생각을 써봐. 내가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지 생각하고, 말이 나오는 대로 써서, 읽어봐. 그리고 앞뒤 문장이 맞게 고쳐보는 거야. 나도 잘 안되지만, 노력 중이야.”하고 아이들을 둘러봤다.

“다시 써볼 거지?”

“네~에” 투덜댈 줄 알았는데 다행이다.


자 이제. 복습이다.

“좀 전에 1T와 1t 그리고 1컵과 등분을 나누는 걸 알려줬지? 문제 2/3컵을 3배로 하면 몇 컵이 될까?”

계산기를 못 쓰고, 칠판에 적어가며 계산하는 일은 요리동아리 규칙이다. 아이들이 보드에 칠판에 숫자를 적고 손가락으로 암산을 하는 듯,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생각이라는 걸 하고 있다.

“얘들아, 너희가 컵을 들고, 밀가루를 떠내고 있다고 상상을 해봐?”

2/3 밀가루가 들어있는 컵을 3개를 그려보게 했다. 한 컵을 들고 밀가루 반을 덜어 2/3컵에 담고, 또 한 컵에 담아보라 했다.

“컵 2개는 가득 차고, 하나는 비었네요?”

“이제는 수학적으로 생각을 해봐.”

다시 컵을 그리고 숫자를 적어가며, 투덕거리는 아이들이 귀엽다.

“자 다음. 2/3컵을 2.5배로 하면?”

칠판에 적고 손가락을 구부리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듯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아이들.

“숙제야. 다음 수업까지 풀어와.”

아우~ 아우~ 소리를 내면서도 “계산기 쓰면 안 되죠?”

“안 돼에.”

“선생님 중간고사 80점 이상 받아야 하죠?” 이제는 알아서들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선생님 우리는 시험이 처음인데 50점은 안 되나요?” 1학년 아이들이 조르르 달려와 두 손을 모으고 나란히 서서 고양이 눈을 하고 날 바라본다.

“안돼. 너희도 70점은 받아야 해. 아니면 방과 후 수학 수업받던가!” 3학년 형님들이 동생들에게 훈계한다.

내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3학년 형님들을 바라보자 ‘헤헤헷’하고 웃으며 딴짓을 하기 시작한다.

“선배 그럼 우리 페널티 받아?”

“아마 그럴걸.” 하며 날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이들.

“뭔데요?”

“아마도 선생님 집에서 1:1 과외를 받을걸?”이라며 래도가 날 바라보고, 겨울 방학 내내 우리 집에서 과외받았던 경험이 있는 재범이와 그리가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 요리반에 예외란 없구나. 난 그래도 선생님 집에서 1:1 과외받는 게 좋을 것 같아.”라는 말이 끝나자마자, 재범이와 그리가 조용히 하라는 듯 손을 살짝 흔든다.

"그런데 밥도 주고 간식도 준다."라고 얘기하며 돌아선다.

"진짜요?" 그러더니 1학년 아이들이 날 쳐다보고 있다.

"자자 정리하고 가자."

“선생님 아까 읽던, 방역복 얘기마저 보고 싶어요.”

“숙제 다 해오면 보여줄게.”


찹찹한 심정으로 학교를 나왔다.

위이잉, 위이잉 동생이다.

“응. 어디야?”

“언니 목소리가 왜 그래?”

“그냥.”

“나 집에 가고 있어. 언니는 수업 끝났어?”

“응 나도 집에 가는 중. 집에서 봐.”


학교에서 있던 일을 듣던 동생은 “해도 해도 너무하네.”

“애들 자기소개서 얘기하니까 오히려, 나보고 뭐라는 줄 알아? 애들이 요리 수업 있는 날만 숙제해 오고, 다른 날은 숙제 안 해오는 걸 어떻게 생각하냐는데.”

“언니 아이들 숙제는 선생님들 소관 아니야?”

“그러게, 그걸 내가 왜 책임져야 하지..? 하지만 어쩌겠어. 그만두더라도 올 수업은 잘 마무리해야지.”

“애들이 언니 말만 들어서 그래. 그래서 선생들은 언니가 미운가 보다. 그래도 애들이 있잖아.”

정말 그래서 내가 미울까?

로터리에서 사정을 들으시고, 말일까지만 보내주면 서류는 정리해 다시 작성하면 된다는 연락을 주셨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환영받지 못했던 우리의 이야기를 기억해 주시는 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럽다. 그리고 나와 아이들을 응원해 주는 내 동생 두부.

“언니, 선생님들에게 부탁하지 말고, 집에 아이들 불러서 서류 작성하고, 밥도 먹일 걸 그랬다.” 이 말에 모든 것이 사그라든다.

그래! 내 편이 되어주는 이들과 아이들이 있어, 난 괜찮다.


웃자. 다시 웃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