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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임 Nov 01. 2023

역시 밖은 위험해 1

못난 글

온몸이 굳은 듯한, 이 뻐근함은 뭐지?

잠을 자며 뒤척이려 몸을 움직이려는데 다리가 들리지 않는다.

발가락을 꼼지락, 꼼지락, 발가락은 움직인다.

꿈은 아니다. 난 살아있다.     


아침부터 이불을 세탁한다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던 두부가 길동이 예방접종을 위해 나가며 “언니 한 30분 정도 걸릴 거야. 나갈 준비하고 있어.”라고 머리를 산발하고 앉아있는 나에게 말을 던지고는 문을 닫았다.

분부대로 이빨을 닦고 세수하고 스킨로션과 에센스, 크림을 바르고 선크림으로 얼굴에 떡칠한 다음 인간용 추르를 입에 물고 노트북을 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온 두부는 뭐가 바쁜지 나오라고 재촉했다.

차에 기어 올라타고 앉아 “봤어? 마늘 대 올라온 거? 귀엽지?”하고 손가락으로 마늘 심은 곳을 가리켰다.


“응. 응. 언니 오늘 점심 뭐 먹을까?” 대충 대답을 하던 동생이 갑자기 밥타령.

“글쎄. 아무 생각이 없다.”

“저기 근대역사문화거리 가볼래? 근처에 내가 찾은 맛집도 있고, 크롬 빵집도 들리고.”

“오늘 할 일이 많은데, 텃밭 정리도 해야 하고, 창고 벽도 손봐야 하고 더 추워지기 전에 마무리해야지.”

갑자기 말이 없어진 두부가 “그냥 대충 살면 안 돼? 창고 벽은 내년에 하자며?”라며 기어서 들어가는 목소리로 구시렁대기 시작했다.

“요즘은 그 남장여자 이야기로 도배가 됐네. 이 얘기를 내가 꼭 알아야 하나? 그리고 그 사람 말을 믿은 그 여자도 이상해. 하긴 형사도 작정하고 덤비는 사기꾼에겐 당한다던데.”

“세상일 관심 없는 언니가 웬일이야? 왜? 갑자기 생각이 많아졌어?”

목포로 가는 내내 말끝마다 꼬투리 잡고 투덜거리는 동생의 말이 거슬렸지만,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     


은행 일을 마친 두부가 우리의 마티즈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다, “뭐 먹지?” 하며 날 슬그머니 곁눈질했다.

“문화거린가 거기 가자며?”라는 말에 발걸음이 빨라진 두부는 차에 올라타기가 무섭게 핸드폰을 들이댔다.

“여기야 여기, 내가 찾은 맛집. 짜장면이 맛있다는데. 여기서 가까워.”

요즘은 무슨 드라마에 푹 빠졌는지 계속 짜장면 타령이었다.

“가봐.”     

목포역을 지나 골목으로 들어선 그녀가 차를 세우고 “이쪽이야!”라며 아까와는 다르게 “여기가 말이야.”를 시작해 SNS에 나 온 중화반점 이야기를 읊어댔다.


40년 넘었다는데.

골목에 있는 허름한 중국집, 매일 줄을 선다던데 오늘은 한산했다. 바빠서 그런 건지, 좁아서 그런 건지 쌓여있는 물건들이 눈에 거슬리긴 했지만, 맛집이라니까라며 자리 잡고 앉았다.      

‘풍자가 왔다 갔구나.’라는 걸 알 수 있는 유투버 사진이 들어간 네모 패널이 벽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난 중깐. 언니는?”

“중깐이 뭐야? 짜장면 이름이야? 난 울면.”

“나도 몰라. 맛있다는데.”

중깐? 자장면과 간짜장 중간이야?라고 생각하고 둘러보았다. 모든 테이블에서 탕수육을 먹고 있다. 탕수육 맛집인가? 라며 두리번거리는데 짬뽕이 나왔다.

양을 보아하니 서비스? “저기요. 서비스인가요?” 딸일 것 같은 여자 점원이 피곤한 얼굴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바로 부먹 탕수육이 한 네다섯 개 정도 그리고 군만두 두 개가 올려 나왔다. 잇따라 나온 ‘중깐’. 유니짜장인가? 맛을 보고, 간짜장을 부어 짜장처럼 줘서 중간이구나 하며 한입 먹었다. 맛은 야채가 많이 들어갔네.

“저기 짬뽕, 탕수육 그리고 짜장면이 세트인가요?”라는 질문에 “아니요. 나머진 서비스예요.”라며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서는 아까 그 점원.

“나 또 물어보면 한 대 맞으려나?”

창피하다는 듯, 얼굴을 들지도 않고 먹는 두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없이 먹다 찍었음

‘중깐’이 7,000원. 이 정도면 가격 대비 맛도 구성도 괜찮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구나. 더 흥미로웠던 건 제면기, 중식 화구가 하나, 면 레인지 하나 그리고 휴대용 가스레인지 하나로 이 많은 요리를 해나가는 요리사님이 대단해 보였다.

“중깐이 뭔가요?”

“음식 중간에 먹어서 중깐이라고 불러요.”

“그럼 브런치 같은?”이라는 나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고 점원이 돌아섰다.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우리는 먹는 속도를 빨리하고 가게에서 나왔다. 40년이 넘었다는 ‘태동식당’은 아버지가 주인이자 요리사였고 어머니가 홀을 담당했으나 지금은 직원을 쓰고 있다고 했다.

하여튼 맛있는 중국집을 못 찾고 헤매던 우리에겐 반가운 장소였고, 오래된 식당에서 스멀스멀 흘러나오는 냄새를 상관하지 않는다면 가볼 만한 곳이었다.

다음엔 짬뽕을 먹겠다고 다짐하고 두부가 가르쳐주는 언덕길을 올랐다.

    

“그 역사문화 거리는 여기서 멀어?”

핸드폰을 한참 들여다보던 동생이 이 언덕만 넘으면 된다며 나를 이끌었다. 그리고 갈림길에 서서 기웃거렸다.

“너 길은 알고 있는 거지?” 고개를 끄덕이는 동생을 믿어 보기로 했다.

두리번거리던 두부가 자꾸 내려가는 골목길로 들어서려는 걸 만류하고 “일단 큰길 따라 올라가 보자.”라며 두부를 끌고 올라갔다.

오나마 ‘노적봉’이라고 쓰여있는 커다란 돌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 길치 두부를 따라 걷고 걸어 유달산을 올랐다.

“언니 저 밑에 보이는 동네가 문화거리야.” 두부를 쳐다보기도 싫었다. 내려가야 한다는 거고, 우린 다시 차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다시 올라와서, 또 내려가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두부야 나 체할 것 같아.”


유달산 처음 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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