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도 못 쓰는 내가, 글의 맥락도 뒤죽박죽이고, 맞춤법도 틀리며, 단조로운 단어들로 내 학생들의 마음성장 이야기를 작게나마 한글 문서에 조잡스러운 실력으로 톡톡 타자해 댔습니다. 그런 나에게 동생 두부가 브런치에 올리면 책도 만들 수 있다는 귀가 솔깃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몇 년 전, 두부가 브런치 이야기를 꺼냈을 땐, 엉뚱한 호기를 부리며 몇 개의 글을 브런치에 올려보고 똑 떨어졌습니다. ‘그럼 그렇지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 감히.’라며 생각을 접었었죠. 그리고 브런치엔 들어가 보지도 않았습니다.
두부가 다시 브런치 이야기를 꺼냈을 땐 ‘웃기는 소리’라며 나 같이 글알못인 사람은 브런치에 끼어들 틈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습니다. 그리고 또 한 분이 아이들의 상황을 고민하던 저에게 글을 써보라고 권유하더라고요. 그래서 전에 똑떨어진 브런치 사연을 들려드리고, 두부에게 한 것처럼 똑같은 손사래를 흔들어 드렸죠.
운명이었을까요?
자꾸 생각납디다. 그래서 써봤습니다. 그리고 또 똑 떨어졌죠. 이번엔 아이들의 성장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목적이 있어서인지 오기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고민하다, 다시 처음부터 썼습니다. 4편을 써봤습니다. 그리고 3개를 골라 브런치에 올렸습니다.
화가 나 열불이 오르고, 주먹을 쥐고 싶을 정도로 오그라들고, 가슴이 미어져 눈물이 날 것 같고,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웃음이 나와 배를 부여잡으며 깔깔대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차가운 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자판을 두드렸습니다.
결국 다 끄집어낸 1년간의 기억과 지금 다시 일어나고 있는 동아리의 상황을, 불같은 내 성격이 이기지 못하고 부르르 떨며 ‘산천 요리생’을 산으로 다시 진격시켰습니다,
난 마인드 컨트롤을 위해, 동생과 나의 일상 이야기 ‘내가 시킨 두부의 다이어트’를 쓰기 시작했지요. ‘내가 시킨 두부의 다이어트’로 두부와 박장대소하며 정신을 가다듬고, 재미난 생각 하며 그동안 열받게 했았던 이야기들을 원고에서 끄집어내 버리고, 다시 타자해 댄 ‘산천 요리생’은 오늘 끝이 났습니다.
길지 않았던 시간이 길게 느껴진 한 달과 보름이었습니다.
지나간 주말, 두부가 물어보더군요.
“생각보다 빨리 끝났네! 이젠 뭐 할 거야?”
“글쎄. 재미난 생각을 해야겠지.”
“요리 글을 써봐?”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이 요리이고, 취미가 요리이며, 특기가 요리인, 요리 생활인에게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요리를 주제로 글을 쓰는 게 가장 어렵다는 것입니다.
농담을 잘 못 하는 내가 요리 글을 쓰면 너무 진중해지거든요.
다른 작가님들 요리 글을 보면 표현이 아주 예술적이고 재미있으며 중간중간 요리 과정 사진들도 올리던데. 난 중간중간 사진 찍을 자신도 없습니다.
요리는 타이밍이 중요하니까요.
“두부야 ‘칼질만 정석’이라고 써볼까?” 그냥 농담으로 해본 이야긴데, 두부가 재미있다고 내 손을 찍어댔습니다.
그런 두부가 재촉하는 바람에 ‘칼질만 정석’이라는 제목이 달린 매거진을 만들고 말았네요.
나름대로 식단조절을 잘하고 있는 두부를 위해, 메거진은 놔두기로 했습니다.
쉿! 비밀인데요.
지금 두부는 1kg 밖에 안 빠져, 다시 원래의 식습관으로 돌아와 4kg 빠진 저를 부러워하고 있어요. 사람은 동기부여가 필요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