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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임 Nov 03. 2023

역시 밖은 위험해 2

못난 글

하아아안참을 아래를 내려다보다 두부를 돌아봤다.

“저기, 지도 보고 내려가는 길은 알고 가자.”

“내가 보고 왔지 언니.” 난 의심스러운 눈으로 뿜뿜거리며 방향을 잡는 동생의 뒤통수를 노려보고 걸었다.     


우리가 들어선 길은 내려가야 하는 방향보다 오른쪽으로 돌아 굽이굽이 내려가는 찻길이었다. 조금 갔을까? 유명할 듯한 한정식집 옆으로 골목이 나왔다. 샛길처럼 보이는 길, 이 길로 내려가면 왠지 빠를지도 모른다는 예감인지 바람인지 모를 기분이 들었다. 식당 앞에 후식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에게

“이 샛길로 내려가면 근대역사관으로 통하나요?”

“어쩌죠. 우리도 여기 사람이 아닌데.”

'아이쿠! 하필이면.'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두부야 이 길로 내려가 볼래?”

“막힌 길이면?”이라고 말하며 다시 걸어 내려가려는 두부의 옷자락을 끌고 샛길로 들어섰다. 하얀 교회 같은 집 담벼락이 보였다. 아직 건물과 간판은 나오지도 않았다.

“언니, 여기도 식당인가 봐?”라고 발길을 돌리는 그녀.


난 그 뒤를 안 따를 수도 따를 수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오늘은 두부를 따라주기로 했다.

“두부야 그런데, 여기 엄청난 부촌이었겠다.” 하며 분위기와 기분을 바꿔 보려 했지만, 며칠 무리했던 몸뚱이가 말을 듣지 않았다.

“그지, 이 동네에 부자들이 많이 살았다던데.”하고 기운을 내는 동생을 따라 씩씩한 척 걸었다.      


드디어 내려왔다.


내 눈에 들어온, 아파트 사이에 이상스레 들어선 주택, 여기서 이탈리아 요리와 음료를 판매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 바퀴 돌아보고 쉬어야겠지라며, 두부를 바라봤다. 뭔가 새로운 찻집을 찾는 듯 두리번거리며 걷고 있다.

“저 집은 전에도 있었나? 생각이 안 나네. 여긴 가봤는데.” 베이킹 클래스를 겸하던 커피숍을 지나쳐 걸었다.

“언니, 나도 저 집은 생각이 안 나.”

“그럼 한 바퀴 돌고 새로 생긴 가게가 없으면 저기로 갈까?”     

우리는 걷고 또 걸어, 언젠가 꼭 가서 사진을 찍고 싶은 사진관을 지나 동네 한 바퀴를 후딱 돌았다.


우린 결국 새로 생긴 곳을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쳐왔던 그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나와 간판을 확인하고 다시 들어갔다.

“저 2층은” 말할 기운도 없다.

“죄송합니다. 1층에서도 음료 서비스됩니다.”

그런데 내가 체해서인지 매장 안에서 음식 냄새가 너무 진하게 났다.

“언니도 그래?”

난 고개를 끄덕이며 테이크아웃해서 나가자 했다.


드르륵거리며 진동벨이 춤을 추는 걸 보고 일어서려는데, 주문을 받았던 총각이 쟁반에 음료를 들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시켰는데.’라며 내려놓던 라테컵을 바라보자.

“아이스아메리카노입니다.”라고 잘못 나온 게 아니라는 듯 날 보며 설명했다.

음료가 나오는 입구가 작은 컵에 아이스아메리카노용 빨대를 주는 점원에게 어쩌라는 제스처를 취하자. 뚜껑을 열고 마시라는 그에게 걸어가며 마실 거라 하니, 손으로 빨대를 꼭꼭 눌러 넣어주는 그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자, “컵이 없어서요.”라며 돌아선다.

‘오 마이 갓! 이런 해괴망측한 일이.’ 여기서 시간 끌어봐야 내 힘만 소진될 것 같아 나왔다.

설마 했는데, 여름이 이제 막 지났던 터라 여기저기 걸린 거미줄은 이해한다만 이건….

두부가 낄낄거리며 웃다 음료를 쭉 빨더니 “윽 달아.”라며 카페를 째려봤다.

“단 게 지. 우리 아들이랑 연배인 거 같아, 손맛으로 마시려고 했는데 내 껀 사약이야. 하하하.”     


버리지도 못하고 걷다, 동네 분에게 길을 물어 찾은 산으로 올라가는 샛길을 오르다, 계단을 발견할 때쯤, 풍경이 예쁠 것 같은 카페를 발견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몸을 틀어 가게로 들어갔고 푹 퍼져 앉아 시원한 음료를 쭈우욱 들이켰다.

역시 풍경이 좋았다. 정원수가 잘 관리된 미술관 마당을 넘어 볼 수 있는 집이었다.

“언니, MZ는 아까 같은 상황이면 아무 말없이 어떻게든 빨대 구겨 넣고 마신다.”

“그런 게 MZ야. 차라리 라테가 낫네. 테이크 아웃 컵이 없어 그렇다고 설명이 먼저지. 뚜껑을 열고 마시라는 게 맞아? 내가 손님이라고 왕 대접해 달라는 게 아니고 서로 지켜야 할 예의지.”라며 남은 커피를 벌컥벌컥 마셨다.

“너도 그래. 쉬고 싶으면 쉬고 싶다고 말을 하면 되지 왜 투덜대니? 너희는 왜 말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알아줘야 해?”

“알았어?”

“그럼 몰라. 난 그런 MZ 시켜줘도 안 하련다. 어른들이 알면서도 내 자식 같아서 모른척해 주고 넘어가 주는 거지.”

“언니, 미안해.”

코롬빵 제과 가는 길은 알지? 언니 내일 4시간 내내 서서 뛰 다녀야 해.

“위에 있는 지도가 잘 안 나와서 그래. 이번엔 잘 찾아갈 자신 있어.”

“핸드폰 네비는?”

“아! 그러네.” 하며 투덕거리던 우리는 다시 산을 넘었다.  

    

그리고 난 대로에 서서 코롬빵 제과점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반복하며 찾는 두부를 바라봤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올 때면 동생말로는 난 계획형이고 자기는 즉흥적이라며 MBTI 유형을 설명해 줬다. 그런데 그거랑 이거랑 정말 상관이 있는 거야?

찾아낸 제과점에서 두부가 먹고 싶다던 소스가 발라진 바게트와 옛날 빵을 사들고 차에 올랐다.


“언니 이제 방역 세차하고 가면 돼.”

이마트 앞 세차장에 차를 맡기고 이마트로 들어갔다. “언니 1시간이면 끝나. 사장님이 전화해 준 데.” 요리재료를 보면 정신없이 돌아다니던 내가, 집이라는 단어만 생각이 났다.

한 시간이 흘렀다. 세차장 사장님에게 연락이 없어 그냥 가보자고 졸랐다.

오마나! 세차가 다 돼 있었다. 사장님이 바빴다고 생각했는데, 사장님은 왜 이리 안 오나 하셨단다.

아! 우리 두부, 사장님께 연락해 달라는 말한다는 걸 잊었단다.


우린 다시 다이소로 그리고 스에서 눈꺼풀은 내려앉고 다리는 후달거리기 시작했다.

“언니, 이거 살까? 저거 살까?”라고 하는데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집에 가고 싶다.     


역시 집이 안전한 건가!     


난 동생 두부와 같이 산다.

두부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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