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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임 Nov 10. 2023

동생 ‘스파크’가 ‘벤츠’를 긁었습니다 (뒷이야기)

아무래도 '스파크'가 '벤츠'보다 센 듯

새로 배정받은 보험 담당자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자신에 찬 목소리로 “운전석 문까지 찌그러졌다고 ‘벤츠’ 차주분이 항의하셔서, 범퍼 교체만 하는 걸로 합의 봤습니다.” 당당히 말하는 것이었다.     


이런 황당할 때가!      


스파크: 보험회사에서는 긁힌 정도가 도색 정도로 끝날 사건이라고 했는데요. 벤츠 서비스 안 가보셨죠? 사진은 보셨어요?

보험 담당자: 차주분이 너무 완강하셔서요. 그리고 도색이 잘못돼서 벗겨지고나 들뜨면 다시 서비스센터 들어와야 하는데, 이중으로 돈이 들어가는 것보다 교체가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스파크: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두부의 에서 큰소리가 이어졌다.     


스파크: 도색이 잘못되면 벤츠 서비스 책임이지, 왜 제 책임이 되는 거죠?

보험 담당자: . . .     


아니 아닌 말로 앞 범퍼 모서리를 점검해 보니 구멍이 났다던가, 회생 불가능하다고 했으면 당연히 교체를 해야지. 그런데 보험회사에서는  규정상 그 정도는 아니라는데.  운전석 문까지 찌그러졌다는  '벤츠' 차주의 말만 듣고 합의를 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스파크: ‘벤츠’ 차주와 사고 난 부분 확인하고 사진까지 같이 찍었는데요? 그 이후 나타나는 대미지는 저와 상관이 없는 게 맞죠? 그리고 보험회사 사고 접수하는 분도 나와 확인하셨고요.     


만약, 동생이 ‘벤츠’ 운전석 문까지 받았다면, 뒤로 후진을 해서 다시 앞 범퍼 모서리 부분을 작은 차가 큰 차를 들어 올리며 긁었다는 건데? 두부 말론 차 뒤 아파트에서 튀어나오는 어린아이들 피하다 사고를 냈, 그 상황에 후진하고 다시 앞으로 나갔다고?

아무리 소형차라지만 운전석을 받고 공처럼 튕기지 않았다면 문과 범퍼 사이에 아무런 자국 없이 동생 '스파크'가 범퍼까지? 에이~ 말도 안 돼.

그럼 두부의 ‘스파크’도 범퍼에 긁힌 자국이라도 있던가, ‘벤츠’의 주장에 따른다면 ‘스파크’ 조수석부터 범퍼까지 대미지가 장난이 아닐 건데.

전화상으로 들리는 말로는 진짜 큰 사고다.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거지?   

그런데 어쩌나, 두부 차는 멀쩡하다.

'스파크' 정말 튼튼한 차였네!


서진: 경찰 조사받자고 해?

스파크: CCTV도 확보해 놨으니 확인하죠?

보험 담당자: 저 죄송한데요. 어차피 도색하던 범퍼를 교체하던 보험료 1구간 올라가는 건데 이해해 주시면 안 될까요?

보험 담당자: 사실 이미 진행된 상태이고 ‘벤츠’ 서비스센터에서도 교체해야 한다고 하네요.     

스파크: 무슨 말씀을 하는 거예요? 제가 지금까지 5년 넘게 보험을 들었고 이번 사고가 처음인 건 아시죠? 이런 사고 중재하고 후처리 해달라 보험을 드는 거예요.     


두부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보험 담당자를 바꿔 달라는 컴플레인을 하고 있는 와중에, 이미 그전 담당자가 '벤츠'차주와 연락을 했고, 탁송차 또한 배정이 되어 사고 수습이 '스파크' 차주와는 상관없이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보험 담당자: 죄송합니다. 한 번만 선처해 주면 안 될까요?

스파크: 만약 1구간 이상 올라가면 항의합니다. 참고로 저희 대화 녹음되고 있습니다.     


인명사고 없어 다행이라 생각하고,  부탁과 감사가 담긴 커피 쿠폰이라도 보냈을 것인데.


“참 이상해, 사고가 났다고 하면 여기저기서 전화 오고, 조언해 주고 사고 낸 사람에게 뭐 하나라도 뜯어내려고 혈안이지.” 속에 있던 말을 보험 담당자에게 쏟아내지 못해서인가, 내 입이 멈추지 않는다.

“안 다치고 많이 고장 나지 않았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라며 씩씩거리는 나를 두부가 워워 숨 고르기를 시켜준다.

“어차피 도색하나 범퍼를 교체하나 보험료는 1구간 올라간다잖아.” 이럴 때 두부를 보면 통이 크다.

“그래 사람 안 다쳤고, 크게 고장 난 데 없으면 다행이지.”라며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래도 언니 없을 때 이런 일이 또 일어나면, 꼭! 침착하게 보험회사 부르고, 사고 난 부위 사진 찍어두고. 알았지?”

“응”이라고 그녀가 대답을 하지만...


“언니 오늘 치킨에 맥주 어때?”

“좋지”     

치킨집 앞, 얼큰히 한잔씩 한 사람들이 도로를 걸어오고 있다. 두부가 그들을 피하겠다며 스멀스멀 움직인다.

“멈춰.”

두부가 차를 세우고 날 쳐다본다.

“언니가 뭐라고 했어. 사람이나 차가 네 차 가까이 오면 피하지 말고 멈추라고! 몇 번을 말해?”

 “헉!”

“언제 철들래!”     

아무래도 다시 잔소리를 시작해야 할 타이밍인가?     


“두부야, 언니도 잔소리하기 싫어.”

옆에서 웃고 있는 두부. 한 대 콕 쥐어박고 싶다.


어찌 되었든 그날 보험 담당자와의 통화 후 조용해졌습니다.


모두 안전 운행하시기 바랍니다.


https://brunch.co.kr/@ginayjchang/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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