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아, 선생님이 쿠키 들고 달려갈게

산천 요리생 마지막이 아니길

by 서진

아이들이 학기가 끝나기 전에 쿠키를 만들자며 졸졸 쫓아다닌다.

“선생님 쿠키는 언제 해요?”

“선생님 쿠키하고 비스킷 하고 어떤 게 시간이 덜 걸려요?”

“선생님 마지막으로 디저트 만들고 싶어요.”

라고 성화를 대는 아이들에게 난 졌다.


“알았어. 알았어. 그럼 쿠키 만들면 되지? 하지만 2주에 걸쳐서 만들게 될 거야.”

“힘든 건가요?” 오래 걸린다는 말이 어렵다는 말로 들린 것 같았다.

“어차피 마지막 디저트니까! 진짜 쿠키를 알려줄게?”라는 말에 아이들이 신이 났다.

테이블 위에 피칸, 버터, 제과용 밀가루, 옥수수전분, 베이킹소다, 계피, 백설탕, 갈색 설탕, 바닐라빈, 달걀 그리고 쿠키를 만들기 위한 도구들이 세팅되었다.

“이번엔 어떤 분이 적을 건가요?” 역시나 3학년 형님들이 튀어나오고. 알파벳으로 적힌 재료를 해석하며 열심히 적고 있다.

“선생님 암호 말고 한국말로 적어오시면 안 돼요?”

“재미있잖아. 다 적었지? 그럼 다들 칠판으로 나가.”

아이들이 꼼지락거리며 나가더니, 마카와 분필을 들고 서 있다,


“적힌 재료를 3배로 계산해서 다시 적어 주세요.” 아훙아훙하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몸을 돌리고, 허거걱 거리며 비틀거리며 손가락을 구부리며 분수를 나누고, 곱하고, 빼고, 더하고 선배와 후배로 나뉘어 칠판을 숫자로 가득 메우고 있다.

1학년 녀석이 용기를 낸 얼굴로 나에게 “선생님 핸드폰 계산기 써도 돼요?”라며 고양이 눈빛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안돼! 주판까지는 쓸 수 있게 해 줄게.”

아이들이 다시 수군댄다. “주판? 주판으로도 계산이 돼?”

“얘들아, 오늘 반죽 성형까지 끝내지 못하면 쿠키는 포기해야 해.”라는 소리에 손이 빨라지고 있다.

“선생님 끝났어요.”

“잘했어. 이제 시작해 볼까?”


피칸을 봉투에 넣고 티타월을 깔아놓은 테이블에 올리고 그 위에 피칸이 들어있는 봉투를 올립니다. 그리고 티타월을 올린 뒤 두들겨 주세요.

자~ 부서진 피칸을 녹인 버터가 들어있는 팬에 넣고 볶아줍니다.

“우스 잘하는데! 세리하고 그리가 밀가루와 옥수수전분, 소금, 계핏가루, 베이킹소다를 볼에 계량해서 넣어줄래?”

“선생님 버터가 까맣게 변하는데요?” 커다란 버터 덩어리를 나눠 프라이팬 두 곳에 담고 녹이던 래도가 걱정스러운 듯 버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원래 색이 진해져야 해. 누가 달걀 좀 풀어 주세요.”


녹인 버터를 불에서 내려 커다란 볼에 담는다.

여기에 백설탕과 브라운 설탕을 넣고 녹인다.

바닐라 빈을 길게 반으로 갈라 껍질 안을 긁어낸 후 녹고 있는 설탕에 섞는다.

풀어진 달걀에 녹은 버터를 아주 조금 넣는다. 서서히 버터를 조금씩 더 넣어주며 잘 섞어준다.

그다음 달걀을 버터가 들어있는 볼에 넣어 완벽하게 섞어준다.


부셔서 버터에 볶은 피칸을 볼에 넣어 합체.

밀가루와 옥수수전분, 소금, 계핏가루, 베이킹소다 믹스처를 4번으로 나눠 넣어주며 반죽이 골고루 섞일 수 있도록 한다.

완성된 반죽을 랩에 길쭉하고 동그란 김밥 모양으로 만들어 냉장고에 보관한다.

녀석들 잘하는데~

방울이가 열심히 쌓았는데.

“얘들아, 빨리 떡볶이 만들어 먹고 집에 가자. 너희도 배고프지?”


한 주가 지나고 돌아온 학교, 제법 잘 만들어진 쿠키 반죽이 만족스럽다.

오븐을 켜고, 오븐 트레이와 베이킹 페이퍼가 적당한지 살핀다.

아이들이 하나 둘 들어오며 “선생님 오늘 방울이가 코로나에 걸려서 오지 않았어요.” 오지 못한 학생의 안부를 전해준다.

“에고 그랬어! 그럼 끝나고 가져다줘야겠네.”


“선생님 시험 안 물어봐요?”

“먼저 얘기 꺼내는 것이 잘 봤나 보네.”

방울이는 이 정도 맞았고요. 저는 수학 OMR 카드를 한 칸씩 밀려 쓴 것 같고요. 불꽃이는 수학이…. 이제는 아이들이 내가 성적을 물어보지 않아도 알아서 술술 말해준다.


3학년들이 머리를 빼꼼 내밀고 눈치를 살살 보며 조용히 들어온다.

“이미 들었다. 들어와. 앉아. 이유는?”

“저는 문제를 잘 못 읽어서.”

“그래, 너희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봤을 때, 일단 시험지에 있는 까만 글씨를 잘 안 읽는 것 같다. 그래서 한 주에 한 번씩 독후감을 써서 선생님에게 제출하는 거야. 알았지?” 대답이 없다.

“그럼 2주?” 묵묵부답이다.

“아니면 이번 페널티는 선생님 집? 선생님은 올해가 마지막이 되어도 최선을 다할 거야!” 그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그럼 2주?”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자~ 이제, 후배들은 쿠키 만들고, 형님들은 후배들 저녁 만들어주세요.”


냉장고에서 성형이 된 쿠키를 꺼내 잘라 베이킹 페이퍼가 깔린 오븐 트레이에 올려 오븐에 구웠다.

버터와 시나몬이 어우러지고 은은히 풍기는 바닐라의 향긋한 내음과 피칸의 고소함이 만나 구워나 온 쿠키의 향이 너무 좋다.

“얘들아, 너무 잘 만들어서 팔아도 되겠다. 아무래도 오늘 못 온 방울이도 가져다줘야겠지?”라는 말에 아이들이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불꽃이 집이 방울이 집 지나서지? 끝나고 선생님이랑 같이 가자.”

“네 선생님.”

“너희들 글레이즈도 해볼래?”

“네에!”

아이들이 색색의 슈거파우터와 레몬 믹스처를 쿠키에 바르는 뒷모습을 보고 교무실로 향했다.

“선생님, 오늘 불꽃이 택시 부르지 마세요. 저랑 같이 방울이네 갈 거예요.”

“얘기 들었어요. 그런데 선생님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 거예요.”

아이가 오늘만 기다렸을까 봐요. 아이들이 저번주에 쿠키 반죽을 너무 열심히 했거든요. 오늘을 얼마나 기다렸을까요. 그러니 가야죠.”

하고 난 뒤돌아 나왔다.

어느새 모든 공정을 끝내고 아이들이 저녁을 먹고 있다.

오늘도 정말 잘 먹는다.


“얘들아! 밥 다 드셨나요? 이제 청소하고 집에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