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요리동아리가 만들어지고부터 수업이 있는 날이면 팀장이 점심시간에 동아리 아이들을 소집해 내게 전화한다. 올해 팀장이 된 재범인 핸드폰이 없다. 그래서 래도의 핸드폰을 빌려 전화한다.
“선생님, 저 재범이예요.”
“응. 잘 지냈어?”
“오늘은 뭘 준비하죠?”
“양파 3개, 마늘 한 통. 오늘 전 부칠 거야. 쌀은 안 씻어도 돼.”
“그럼, 냉장고에 있는 야채와 달걀만 꺼내 놓으면 돼요?”
“돼지고기는 없어?”
“고기도 있어요? 풀만 있는데요.” 에고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학교에서 요리재료 비용을 너무 작게 주는 바람에 아이들도 고기 사는 게 부담스러우면서도 반가워한다.
“냉동실 봐봐. 풀이 뭐냐! 두부도 있을 거야. 두부는 그냥 냉장고에 놔둬.”
“돼지고기로 뭐해요?”
“동그랑땡.”
“오 예~”
“이따 보자.”
시원한 커피를 나에게, 따뜻하고 연한 커피는 김 선생님에게 드리고 오늘 할 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1학년 아이들이 먼저 들어오고, “선생님 고추로 전을 부쳐요?”라며 빨강. 초록 고추를 가져온다.
“이따 보면 알아.”
“선생님 고기 넣은 전이 동그랗고 납작한 거죠?”
“그래 일명 동그랑땡. 집에서 안 해봤어?”
“저희는 사다 먹는데.”
“그럼 오늘 해보면 되겠네. 그리고 돌아오는 설엔 너희가 부쳐 드려봐.”
이제 몇 번 남지 않은 수업은 잔칫상이나 명절 상에 올라가는 메뉴를 선택했다. 그래야 엄마들도 아이들 성화에 음식도 만들고, 아이들은 엄마를 도와줬다는 으스댐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2, 3학년 아이들도 뛰어 들어온다.
“독후감?”이라며 두 손을 모으고 아이들에게 내밀었다.
요 녀석들이 내 눈을 피한다. “약속은 지켜야지? 성적이 떨어지면 페널티 받는다고 너희들이 약속했잖아. 선생님 집에서 과외받는 대신 독후감 써온다며.” 아이들이 조용하다.
“그럼 좋다. 읽고 있는 책이라도 내놔봐.”
책가방에서 하나씩 꺼내는데 그리만 가만히 눈을 피하고 두리번거린다.
“좋아. 그래도 좋은 책이고 어려워 보이니 이번 주말까지 기다려 주겠어. 대신 이메일로 보낸다. 좋지?”
아이들이 헤헤헤 거리며 다행이라며 좋다고 한다.
“그리는 왜 약속을 안 지킬까?” 또 입을 닫고 말하지 않는다.
작년 음식 축제가 끝나며 굳게 닫혔던 그리의 입이 열리고 수다쟁이가 됐었다. 하지만 올 추석이 지나고 다시 입을 굳게 닫고, 숙제도 안 해 온다는 말이 들려왔다.
“그럼 오늘은 맛있는 거 먹고, 이번 주말까지 선생님 이메일로 독후감 보내는 거야!”
“네에에에에” 대답들이 시원치 않다.
나도 안다. 아이들은 선생이 성적에 신경을 쓰고 걱정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특히 3학년 문제아 3인방은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선생님들이 손을 놓았다고 한다. 3학년 총학생 수가 딸랑 3명이다. 이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는 4명, 중학교에 오고 나서는 지금까지 3명이 지내고 있다. 그런데 녀석들의 수준이 초등학교 저학년에 머물러 있다는 거다. 내가 이해가 안 가는 건 겨우 3명인데 모두 공부를 못한다고? 그럼 지금까지 수업은 어떻게 진행이 된 거지?
그만그만 생각은 지우고 아이들과 맛있는 전이나 부쳐 먹자.
“그리, 래도 양파하고 마늘 다진다.”
“달콤아, 배추를 하나씩 이렇게 따서 소금에 절여 줄래.”
“저 우스야, 쪽파 다듬고 씻자. 팀장님 이리 와 보셔.”
“선생님 저는 뭐해요?” 재범이가 씰룩거리며 날 바라본다.
“두부 짜야해. 면 보자기 가져와.”
“깻잎도 씻고, 고추도 반으로 갈라 씨를 빼냅니다.”
“동태는 녹았니?”
“두껍게 썬 두부는 소금을 뿌려 수분을 빼는 거야.”
아이들이 분주하게 준비한 재료들을 모으고 모아 전을 부치기 시작했다.
“호박 하고 당근 채를 잘 썰어 놨네. 실력이 많이 늘었어요.”
이번 수업은 우리 밀 통밀가루를 사용해 색이 예쁘지는 않지만 아이들에게 우리 밀 쓰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동그랑땡 반죽은 간 돼지고기에 수분을 꼭 짜낸 두부를 넣고, 마늘, 생강, 쪽파, 소금을 넣고 반죽을 잘 치대야 합니다.
고추전
반으로 갈라 씨를 빼낸 고추 안쪽에 밀가루를 바르고, 반죽을 넣는다.
깻잎 전
깨끗이 씻은 깻잎은 안쪽에 밀가루를 바르고 반죽을 넣어 반으로 접는다.
고추와 깻잎에 밀가루를 묻히고 잘 풀린 달걀물에 넣었다 빼내어 프라이팬에 굽는다.
그리고 남은 반죽으로 동그랗게 굴리고 누른다. 깨지지 않게 조심해서 모양을 잡아주고 쟁반에 올리고 가운데를 꾹 눌러주세요. 구워지면 수축이 되며 위로 올라오기 때문에 눌렸던 곳이 평편해집니다.
그다음 잘 풀린 달걀 물에 담갔다 꺼내 굽는다.
이제 배추 전,
1컵 통밀가루에 물 1, 1/3을 넣어 걸쭉한 상태를 만들고 소금을 넣어 간합니다.
잘 절인 배추를 씻어 밀가루 반죽에 적셔 프라이팬에 구워준다.
다음은 동태 전이다.
소금과 후추로 간하고 물기를 톡톡 닦아줍니다. 그리고 밀가루를 골고루 묻히고 잘 풀어진 달걀 물에 적셔 프라이팬에 구워준다.
두부 전은
소금에 절였던 두부의 물기를 닦아내고, 들기름에 구워내면 돼. 깨지지 않게 잘 뒤집어야 해.
마지막으로 호박전
채를 썬 호박, 당근, 양파를 볼에 넣고 같은 크기로 썬 쪽파도 넣지요. 남은 고추, 배추, 깻잎 등의 재료들도 채 썰어 넣는다.
밀가루를 넣고 물도 부어주고, 소금으로 간하고, 잘 섞는다.
자 이제 부쳐 볼까?
한 국자 가득 떠 기름을 두른 뜨거운 프라이팬에 올린다.
자 살살 돌려 기름이 골고루 묻게 하고, 익은 정도가 보이면, 프라이팬을 앞뒤로 흔들고, 호박전을 과감히 위로 높이 던져, 뒤집힌 호박전을 프라이팬으로 받습니다.
"짠~ 어때 멋있지?" 아이들이 박수를 친다.
아이들이 각자 맡은 전은 뒤로 한 채 호박전 뒤집는 것에 홀렸다.
“자. 자. 얘들아 지금 하는 전부터 끝내고 와서 해보는 거야. 봤지! 양이 어마어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