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동아리의 주인공은 아이들입니다

만두 만들기

by 서진

동아리 담당 선생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신문사에서 촬영을 온다는데요.”

“메뉴는 그대로 할까요?”

“그런데 그날 행사가 있어서 1시간 늦게 시작하셔야 할 것 같아요.”

그놈의 행사는 왜 요리 수업 있는 날에만 하는 거야!

“촬영에 수업 시간까지 늦춰지면 수업 진행이 될까요? 어수선할 텐데.”

“어떻게 안 될까요? 선생님.”

“기자분 오시면 1시간 안에 끝내 달라하실 건데.” 작년부터 몇 번의 촬영을 해본 경력이 있는 동아리다.

“그럼 마트에 생 만두피를 사 오세요. 그리고 가짓수를 줄이는 수밖에 없죠.”

“그럼 부탁 좀 드릴게요. 만두피는 냉장고에 넣어두면 되나요?”

“네”


촬영 당일, 학교로 느지감치 출발했다.

김 선생님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김 선생님과는 어제 점심을 같이 먹으며 오늘 촬영에 관한 이야기를 미리 전해 놓았었다. 시간이 부족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보조 선생님에게 김치를 씻어달라 부탁했다.

“선생님 따뜻한 커피 드릴까요?”

“네 전 마시던 걸로 주세요.”

난 커피를 가지러 탕비실로 갔다. 달그락 소리가 들려서 인지 행정실 선생님이 탕비실로 오더니 날 보고 깜짝 놀라며 눈인사만 하고 나간다.


다시 수업 준비하러 교실로 와, 요리재료를 하나씩 점검해 보았다.

당면, 돼지고기, 숙주, 양파, 마늘, 배추, 씻은 배추김치, 만두피, 재료는 모두 준비가 됐다.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았는데 아이들이 뛰어 들어온다.

“선생님 죄송해요. 저희 행사가 있어서 늦었어요.”라며 서둘러 재료 준비를 시작한다.

우리 아이들이 죄송해할 일이 아닌데.

아이들은 바쁜 와중에도 점심시간에 짬을 내어 양파와 마늘을 다듬고 씻어놓기까지 했다.


“참 선생님 디엔이 형이랑 지혜 누나 왔어요. 행사 끝나면 이리 온다고 했어요.”

작년 동아리였던 아이들이 놀러 왔다.

딸 삼고 싶은 지혜에게 전화를 했다.

“어디야?”

“선생님 보고 싶었어요. 안 그래도 지금 가려고요.”

전화를 끊자마자 디엔이가 들어왔다. 우리는 서로 달려가 와락 끌어안고 펄쩍펄쩍 뛰며 “보고 싶었어.”, “보고 싶었어요.”라며 얼굴을 마주했다.

그리고 지혜가 들어온다. 같은 여자라서 그런지 더 꼭 부둥켜안고 뱅글뱅글 돌며 개구리처럼 폴짝폴짝 뛰고 만남의 반가움을 표했다.


누가 보면 아이들이 졸업하고 한 번도 못 본 사이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작년 음식 축제에 참여했던 졸업생과 재학생들에게 두부와 난 모임을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2달에 한 번 우리 집에서 만나 요리도 같이하며 끈끈한 정을 이어가고 있다.


한쪽 옆에서 1학년 아이들이 ‘이건 무슨 일이야?’라며 수다를 떠는 한참을 바라보고 있다.

“여기 선배님들은 졸업생. 작년 요리동아리였고, 여기 멋진 남자는 작년 음식 축제 요리대회에서 동상을 탄 분이야. 하하하” 웃으며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한 번 더 바라봤다.

“너희들 오늘 수업 같이하고 갈 거지?”

“당연하죠. 늦게 끝날 거 각오하고 왔습니다.”

“우리 7시면 끝나.”

“그렇게 일찍요? 우린 한 11시쯤 끝날 줄 알았는데.”

“얘들 잘해. 신참들이 잘해.”


“자. 자. 오늘은 만두다. 잘 따라 만들어보고 설에 엄마랑 할머니랑 만들어. 알았지?”

당면을 뜨거운 물에 담가주세요.

숙주를 씻어 냄비에 넣어 잘 삶아, 찬물에 헹군다. 그리고 면 보자기에 쌓서 물기를 짜고 다진다.

김치는 다져서 면 보자기에 쌓아 물기를 짜는 거다.

양파는 곱게 다져 차가운 물에 담가준다. 아주 곱게 다져야 해.

마늘과 생강도 곱게 다집니다. 돼지고기가 들어가서 조금 넣어줄 거야.

데친 배추도 다져요. 배추와 같이 물기를 짜줍니다.

불린 당면은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가위로 잘라줄 거야.


김치를 다지는 디엔이를 본 보조선생님이 "쟨 정 말 잘하네요." 하며 아이의 칼 다루는 스킬 바라본다.

"그럼요. 우리 디엔이가 잘하죠"

으쓱해진 아이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세상에 작년까지 옆 초등학교 그리고 중학교를 통틀어 꼴찌라고 내려놓았던 아이가 어느새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오늘 만두엔 두부가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니 만두소를 버무릴 때 서로 잘 엉기도록 반죽하는 게 중요해.”

한 참 바쁘게 아이들과 움직이고 있는데 신문사 기자님이 오셨다.

“안녕하세요. 어디까지 촬영을 원하시나요?”라고 물어봤다.

“요리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1시간은 넘게 걸리지만, 한 1시간 30분까지만 기다려 주신다면 쪄서 먹는 데까지 해 드릴 수가 있습니다.”

한참 생각하던 기자님은 “그럼 그 시간이면 끝나나요?”라며 날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신다.

“원래 4시간 수업을 합니다.”하고 기자님을 쳐다봤다.

“하지만 오늘은 특별히 1시간 30분 안에 끝낼 수 있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나 혼자 하면 만두한판 만들어 쪄내는데, 재료 준비가 다 돼 있으니 금방 끝낼 수 있다. 하지만 오늘도 주인공은 아이들이다.


기자님에게 아이들을 소개하고, 졸업생들도 소개해주었다. 그다음 작년 요리대회에서 상을 탄

디엔이를 소개하며 상금을 동아리 기부금으로 내놓은 이야기도 해드렸다.

“올해는 음식 축제에 안 나가셨나요?”

“학교에서 축제 나가는 걸 반대하셔서 못 나갔어요.” 차마 요리동아리 1년 재료비 300만 원밖에 못 받았다는 이야기는 하지 못했다.

“교장 선생님이 교육청에서 요리 특성화 중학교로 만들고 싶다고 발표하셔서 촬영 온 건데. 지역 홍보 차원에서요.”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아예 발길을 끊어버린 요리반을 특성화시키고 싶다니!

어불성설이 따로 있을까?

우리 뒤에서 음식 축제에 나갈 아이들이 없어서 못 나간다고 얘기하고 다니던 분은 어디 가셨나?

정말 선생님들은 우리 3학년 아이들이 덜떨어진 아이들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럼 아이들이 얼마나 잘하는지 확실히 보여줘야지!

역시 저 어린애들이 내 맘을 알겠어, 아주 그냥 살판났다. 오랜만에 만난 졸업생들과 떠드느라 정신이 없다.

“자 얘들아, 그만 떠들고. 재료가 많이 없으니까 좋지? 저 기자 아저씨에게 감사하다고 해. 촬영한다 해서 가짓수 줄였으니까. 얼마나 좋아 만두피도 안 만들고. 그러니 아저씨 가실 수 있도록 조금 서두르자.”

“아니에요. 천천히 하세요. 아이들 다치면 안 되니까요.”

“이제 칼 쓰는 건 끝났고, 만들기만 하면 됩니다.”

“정리하고 만들까? 반죽을 좀 보자.”

“선생님 돼지고기 안 익은 건데….”

“갑자기 배가…. 억” 아이들이 깔깔대고 웃는다.

“맛있네. 이제 만들자. 방울이가 전분 1컵 그리고 물 1컵 넣어서 섞어줄래”

만두피에 바른 물도 준비했다.


“자 한 숟가락 가득 만두소를 떠서 만두피 가운데에 올려요. 여기 보라고요~ 손가락으로 반두 소를 살짝 눌러 모양을 잡고, 물을 바릅니다. 그리고 피를 반으로 접어서 피 가장자리 가운데를 눌러줘요. 그리고 천천히 꼭꼭 눌러 반달을 만듭니다. 그리고 돌려서 양쪽 끝자락을 잡고 조심스럽게 동글게 말 듯 모아서 끝자락을 겹쳐 눌러줍니다.”

아이들이 조용하다. 얼마나 집중했는지 불꽃이 까만 눈동자가 가운데로 몰렸다.

“어때 쉽지?”

“선생님, 어떡하죠? 제 만두 가장자리는 마구마구 늘어나요.”

“이것은 컵인가요? 불꽃인 좋겠네. 내 것이라는 표시가 나잖아.”

“선생님 이렇게 접어도 돼요?”

“속이 튀어나오지만 않으면 돼. 모양은 너희들이 만들고 싶은 대로 해.”

아이들이 제법 잘한다.

“기자님 아이들이 잘하죠? 얘들 주전부리관 운영하면서 음식을 만들어 판매한 요리사들이에요. 직업인이라고요.”

기자님이 졸업생 인터뷰와 아이들 다듬고 만들어가는 모든 진행 상황을 촬영하셨고, 이제 쪄서 맛을 보는 것만 끝내면 된다.


난 아이들이 만든 만두를 모아 찜통에 쪄냈다.

찌그러진 모양도 없고, 터진 것도 없다. 짧은 시간에 모두 잘 만들어주었다.

마지막으로 찜통에 넣는 영상과 꺼내고 아이들이 먹는 모습까지 무리 없이 끝을 냈다.


그리고 돌아서 가려는 기자님께

“다음엔 지역과 학교 홍보가 아닌 오롯이 아이들만 찍으러 와주세요.”라며 난 고개를 숙여 부탁했다.

요리 동아리는 아이들이 만들고 지켰다.

그리니 지역과 학교에서 홍보용으로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밀어주고 지켜주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 아이들이 주인공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