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요리를 배우며 성장하고 난 아이들을 보며 큰다

산천 요리생 마지막이 아니길

by 서진

“얘들아, 다 챙겼어? 그리야 육수도 챙겨야지.”

아이들이 짠하고 자랑과 잘난 척으로 식구들이 보는 앞에서 냄비에 넣어 끓이기만 하면 되는 유부전골 밀키트를 하나씩 손에 들려 보내고, 깨끗한 교실을 둘러보고 마음을 내린다.

“선생님, 수고하셨어요. 아이들이 집에 가서 잘하겠죠?”

“끓이기만 하면 되는데, 걱정하지 마세요.”

“다음이 선생님 마지막 수업이네요.”

“벌써 그렇게 됐네요.”하고 교실을 나섰다.


동아리 담당 선생님이 웬일로 복도에 서서 나에게 말을 건다.

“선생님, 학교 일정으로 다음 요리 수업을 못 하게 됐어요.”

또다시 갑작스러운 통보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올해 마지막 수업에 참석을 못 하는 김 선생님이 다음 수업에 아이들과 인사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갑자기요?”

“아이들이 김장 체험이 있어요.”

“다음 수업은 김 선생님 마지막 수업인데. 아이들하고 인사도 못 했어요.”

“죄송해요. 그렇게 됐어요.”


어쩌면 이렇게 무례할 수 있을까?

학교 일정을 우리가 관리할 수는 없다는 걸 알고 있으나,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따라야 한다는 것이 약간 서글프기는 하지만 어쩌겠는가. 단지 서운해하는 김 선생님께 미안한 마음만 가득했다.


며칠이 지나고 담당 선생님의 전화다.

“선생님, 수요일 말고 목요일에 수업을 진행해 주실 수 있으세요?”

마음 같아선 ‘시간이 안 되겠는데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돼지고기를 삶아 수육을 만든다는 말에 들떠있던 아이들과 김 선생님을 생각하니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인터넷으로 음식 재료 주문하기에는 빠듯한 것 같으니 선생님이 장을 봐오신다면, 할 수 있습니다.”

“장 봐올 게 많아요?”

“아니요. 돼지고기하고 텃밭에 없는 채소 정도요.”

“그럼 목록 작성해서 보내주세요.”

사야 할 목록을 선생님께 문자로 전해주고, 점심을 먹으려 준비 중이었다.


‘선생님, 하루 더 시간이 있으니 장바구니에 재료 담아주세요.’라는 문자가 왔다.

전 수업만 하더라도 일주일 전에 주문을 안 하면 품의 받기 힘들다며 일찍 주문해 달라더니, 이번엔 예외인가 보다.


요리 수업 일주일 전에 난 학교 아이디로 들어가 각종 사이트에 로그인한다. 그리고 선생님을 대신해 요리 수업에 필요한 재료를 장바구니에 담아 놓고, 학교와 연락을 취해 품의를 받아야 한다. 일일이 수많은 구매자의 정보와 상품 가치를 확인해야 하는 일로 귀찮기는 하지만, 조금이라도 좋은 재료를 구하기 위해 또한 재료비를 아끼기 위해선 최선이었다.


좋은 상품을 주문하고 택배비를 아껴보고자 여기저기 상품 판매 업체 하다 보니, 점심때를 놓쳤다.

내가 이 대우를 받으며 내년에도 아이들 수업을 받아야 하는 건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면서도 빠진 게 없는지 마우스를 붙잡고 확인하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 싫었다. 돼지고기 주문 확인하며 ‘조금 더 사야 할까? 조금만 더 사자.’라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내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수업 당일

필요한 고춧가루와 월계수 잎, 매실청 부족한 재료를 주방에서 주섬주섬 가방에 하나씩 체크하며 넣고 있는데 문자가 왔다.

‘선생님, 아이들이 30분 정도 수업에 늦게 들어갈 것 같습니다.’

오늘도 아이들 저녁 먹일 시간이 부족해 곧바로 레시피 수정에 들어갔다.

그리고 서둘러 학교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들에게 학교 텃밭에서 배추와 무 그리고 당근을 뽑아 놓으랬더니, 조리실은 깨끗했다. 아마도 아침 일찍부터 외부 활동이 있는듯했다.


비가 부슬부슬 오더니 이제 제법 내리기 시작한다.

텃밭에 나가 둘러봤다. 교장 선생님께 배추 몇 포기만 남겨 달란 부탁을 드렸건만, 슬쩍 봐도 아무도 안 가져갈 것 같은 것들만 남겨 놓았다. 우산을 쓰고 커다란 통에 칼을 넣고 텃밭으로 들어갔다. 배추를 하나하나 만져보며 그나마 속이 차 있는 것만 골라 통에 담았다. 무와 당근은 더 가관이다.

우산을 가져다 두고 다시 와야 하나 고민하는 나에게 뒤쫓아 와 준 김 선생님 덕분에 조금은 수월히 무와 당근을 골라 통에 담았다.

비 오는 날 밭에 들어갔다 나왔으니 신발이 온통 흙투성이. 시멘트 바닥에 흐르는 빗물을 손으로 쓸어 올려 신발 바닥과 주위에 묻은 흙을 털고 닦은 후 들어왔다.


“선생님, 아이들이 조금 늦을 것 같아요. 밥 먹여 보내려면 우리가 손질을 좀 해야겠어요.”

언제나 ‘왜요? 왜 애들이 늦어요?’라는 질문 없이 ‘그럴까요.’라고 답해주는 선생님이 정말 좋

다.


아이들이 뛰어 들어온다.

“선생님, 죄송해요. 우리가 많이 늦었죠? 뭐부터 할까요?”라며 앞치마를 두르고 티타월을 하나씩 주머니에 넣고 손을 닦아 나이트릴 장갑을 서둘러 장착하고 있다.

“선생님, 우리 정우성하고 황정민 보고 왔어요.”

“영화 세트장 갔다 왔구나? 좋았겠다.”

배시시 웃으며 래도가 다가오더니 “선생님, 제가 꽃다발 드리고 악수도 했어요.”라며 온몸을 베베꼬고 있다.


“아이고 행복했겠네. 잘생겼지?”

“역시 영화배우는 다른가 봐요. 느낌이 달라요.”라며 일곱 놈이 점점 나에게 다가오며 이야기하는데 말릴 새가 없었다.

“알았어. 알았어. 부럽다. 그런데 너희 배고프지?”

“네.”

“그럼 우리 얼른 만들어 먹으며 이야기할까?”

“오늘 수육 하는 거죠? 고기 많이 왔던데.”

“그래 겉절이도 할 거야. 누가 음악 좀 틀어 줄래?”

“제가 하고 있어요.”라며 우스가 유튜브로 오늘의 노래를 찾고 있다.

자 일단 고기는 삶을 거야.

휴대용 불판에 냄비를 올리고 통삼겹살을 담아, 마늘, 생강, 파, 무, 양파, 고추, 다시마를 넣고 물을 붓고 된장을 풀어줍니다.

“선생님 된장을 넣는 건 죽순 삶을 때와 비슷한 거죠?”

“그렇지 잡내도 없애주고 부드럽고 단단하게 삶아줄 거야.”

강한 불에서 익혀서 중간 불로 부드럽게 익혀주고 다시 강한 불로 단단하게 뭉쳐주고 불을 끈 다음에 뜸을 들인다.

무, 당근절임은 무와 당근을 조금 두껍게 잘라서 설탕, 소금 그리고 식초에 넣어서 절인다. “원래 소금과 설탕만으로 절이는데 오늘은 시간이 없으니 식초도 넣어서 빨리 절일 거야.” 그런 다음 꼭 자서 다시 고춧가루, 다진 마늘과 생강, 소금으로 간을 해서 먹는다.

겉절이는 씻지 않은 배추를 조각조각 떼어내서, 칼로 톡톡 쳐서 잘라주는데 무서우면 길쭉길쭉하게 잘라도 돼.

그런 다음 물을 조금 넣고 소금을 넣어서 절입니다.

잘 절인 배추는 여러 번 물에 헹궈 채반에 올려놓고 물기를 빼준다.


그사이 양념장을 만들어.

선생님이 주문한 육젓, 6월 산란기 가장 맛있을 때 잡은 새우로 만든 젓으로 소금에 절여 만들지 그리고 굴속에서 익힌 ‘토굴 육젓’을 이용해 만들 거야.

“오늘은 특별히 기구를 이용해 만든다.”

푸드 프로세서에 양파와 무 그리고 당근을 넣고 간다. 면 보자기에 갈아 놓은 채소를 담아 꽉 짜낸 즙을 사용한다.

즙을 믹서기에 담고 육젓, 빨간 고추, 마늘, 생강, 설탕을 넣고 갈아내 볼에 담는다. 거기에 고춧가루, 액젓을 넣고 간을 보자.

“맛있어?”

“네.”


“거기 절여놓은 배추 가져올까?”

커다란 바트에 배추를 넣고 양념장을 넣어 잘 버무리면 돼. 유의할 점 “너무 박박 문대지 마세요. 왜?”

“맛이 써질 수 있어요.”라며 아이들이 합창한다.

내가 아이들을 잘 가르치기는 했나 보다.

여기에 쪽파와 갈아 놓은 깨를 넣고 마무리합니다.



“선생님, 수육이 잘 삶아졌나 봐요.”

“어떻게 알아?”

“눈에 보이는 느낌이 딱 좋아요.” 녀석 제법이다.

“그럼 우스가 1학년 동생이랑 썰어봐. 이제 정리하고 밥을 먹자.”


수육과 절 임무 그리고 겉절이로 상을 차렸다. 당연히 솥 밥은 필수.

아이들이 허기가 졌는지 그 많던 고기가 사라져 버렸다.

‘이런 아이들을 보고 내가 어찌 학교에 나오지 않을 수 있겠어.’라며 나 자신을 책망해 보지만, 아직도 갈등은 여전하다.


마지막으로 “오늘이 김 선생님의 마지막 수업이야.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인사를 해야지.”

아이들이 배꼽에 손을 대고 선생님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렸다.

그동안 아이들의 더딘 손을 한숨 한번 안 쉬고 기다려주던 선생님이다. 김 선생님은 항상 “제가 하는 일이 없어서. 미안해요.”라고 말씀하시지만 가장 어려운 일을 해주셨던 분이다. 다음에 또 기회가 생긴다면 나는 주저함 없이 김 선생님과 일하고 싶다.

오늘도 우여곡절과 갈등은 많았지만, 아이들과의 수업은 행복했다.


수육포장 정신없어 수육 사진은 못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