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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임 Jan 31. 2024

싸한 분위기 속에서 만두전골 두 냄비를 비우다니 대단해

못난 글

집에서 만든 만둣국과 찐만두를 먹었던 동생 경태, 그 후로 나만 보면 만두 이야기를 합니다.


급기야 경태가 어물거리며 만두 만들 때 도와드릴 테니 만두를 먹자 성화를 댑니다. 

결국 경태는 우리 집에 와서 만두 만들고 김밥도 었어요.

제 생각보다 경태의 뭉툭한 손이 제법 예쁘게 만들더라고요.

“이제부터 같이 만들지 않으면 만두를 만들지 않겠어.”

“에이~ 누님.”이라고 애교를 떠는 경태에게 단호하게 “안돼.”라고 말했죠.

 그 뒤로 만두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그럼 같이 만들어."하고 만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참 얄미운 누나죠.


며칠 전 동생 두부가 만두를 만들자는 제의를 했고 전 손쉽게 승낙했어요.

그래서 만든 만두 200개.

일부는 주위 분들에게 포장해 나눠드리고, 경태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경태야, 두부랑 시간 맞춰 집에 와 만두 만들어 놨다.”


경태가 집으로 온다는 소식을 듣고 저녁 밥상 차릴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멸치, 다시마, 양파, 마늘, 대파, 통후추를 넣어 맑은 육수를 끓입니다.

왕대 숲에서 채취하고 손질해 얼려둔 죽순도 꺼내 녹이고 있습니다.

냉장고에 있는 시금치도 꺼내 다듬고 깨끗이 씻어주었고요.

쪽파와 대파, 양파, 배추, 미니당근, 쑥갓도 손질해 채반에 담아두었습니다.

마늘과 생강도 다져서 요리에 필요한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제 아이들이 퇴근해 돌아올 시간 맞춰 요리를 시작하면 됩니다.     


그나저나 다이어트를 다시 시작하고 신경이 날카로워진 동생 두부가 걱정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일 년에 한 두어 번 겪는 질풍노도의 시간이 있지요. 바로 지금이 그녀의 시간으로 다가왔나 봅니다.

저도 가끔 괜스레 우울하고 짜증이 나는 날들이 찾아옵니다. 동생 앞에서 내색하지 않으려 용을 써도 요 기간에는 숨길 수가 없더라고요.

그러니 맞춰줘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저 또한 그 기간에 머무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저는 언니니까요.  

   

아이들이 올 시간이 다가오네요. 저녁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매콤 달콤 죽순구이

녹여둔 죽순을 가늘게 찢고 면 보자기에 쌓아 물기를 짜줍니다. 그리고 볼에 담아놓아요.

고추장 1대 고춧가루 2 비율로 넣습니다.

양조간장 2, 국간장 1, 어간장 1 비율로 섞어 넣어요.

여기에 다진 마늘과 생강, 매실액, 물엿, 설탕 조금, 후추를 넣어 잘 버무려줍니다.

간이 배도록 잠시 옆에 둡니다.   

  


시금치 무침

팔팔 끓는 물에 소금을 조금 넣고 시금치를 데칩니다. 시금치를 물에서 건져 꼭 짜줍니다.

다진 마늘과 소금, 송송 썬 쪽파, 깨 그리고 들기름을 넣어 시금치와 잘 버무려 줍니다.

역시 겨울 시금치는 양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맛있어요.      


경태가 좋아하는 달걀찜.

달걀 5개를 볼에 넣고 소금과 후추를 넣어 포크로 노른자와 흰자가 잘 섞이고 소금이 녹아나도록 섞어줍니다.

잘 섞어졌다 싶으면 달걀 양의 5분에 2 정도의 물을 넣습니다. 반보다 조금 적은 양이지요.

이제 솥에 넣어 쪄냅니다.   

  

 

만두전골

아이들이 전골에 필요한 소고기와 버섯을 사 왔습니다.


재빠르게 사과 4분에 1개를 강판에 갈아 즙을 짭니다.

삼등분으로 자른 소고기를 볼에 넣고 사과즙, 탱자즙, 매실액, 간장, 소금, 설탕, 다진 마늘과 생강을 넣고 조물조물 섞어줍니다.

하얀 전골냄비에 썬 배추를 넣고 만두, 쑥갓, 버섯, 미니당근, 소고기를 넣고 끓입니다.     



매콤 달콤 죽순구이

뜨겁게 달군 프라이팬에 채소 기름을 두르고 양념한 죽순을 넣어 여러 차례 뒤적여 볶아준 후 중간 불로 줄여 완전히 익혀줍니다. 다시 강한 불로 올려 썰어 놓은 쪽파를 넣고 빠르게 볶아 불맛을 넣어주고 불을 끕니다. 여기에 갈아놓은 깨와 참기름을 넣어 섞어줍니다.     



자 이제 먹어야겠지요.

상을 차리고 앉았습니다.

약간 복잡하고 이상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습니다.

점심도 대충 때웠다는 입 짧은 경태가 너무 잘 먹어주어 고마웠지요.


혼자 청개구리처럼 투덜대던 두부가 갑자기 “나 혼자 있고 싶어. 집에 오면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라는 겁니다.

떠들고 있던 경태와 저는 입을 벌린 체 두부를 쳐다봤습니다.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어요.     


만두를 전해드리며 고맙다는 소리에 즐거워하고, 경태를 초대해 저녁을 먹고 있는 와중에 ‘혼자 있고 싶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라니 황당했지요.     


두부가 회사 일에 지치는 것 같아 빨래, 밥은 전적으로 제가 알아서 하고, 두부의 부제 시 길동이 돌봄도 제가 맡아서 하는데? 청소는 번갈아 가며 분리수거 정리는 저 그리고 쓰레기와 분리수거 버리는 일은 두부. 동생이 오롯이 도맡아 하는 건 길동이 밥 주고 산책인데 견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데.

그렇다고 제가 두부가 필요할 때만 나타나 줄 수 있는 지니도 아니고.    

 

20대가 지나 성인이 되어 사람과 사람이 만나 같이 지낸다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사회생활이나 결혼 생활도 마찬가지지요. 그렇다고 기분에 따라 만났다 헤어졌다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모든 일은 지나고 나면 별일 아니거든요.


그렇지만 지금은 현재 진행형이고 지난 일이 아니니 나이가 많은 경태와 저는 동생 두부와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많이 지친 상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 마냥 행복한 시간이 어디 있겠어요.


“집에 오면 누워만 있고 싶어.”라는 겁니다.

두부의 이야기를 듣다 시간은 11시가 훌쩍 지나갔습니다.     

그러더니 다가오는 생일에 선물 또는 케이크나 생일상을 안 만들어도 좋으니 저녁에 길동이 산책을 시켜 달라고 하더군요.

“OK”하고 대답을 했더니 잠잠해졌습니다.   

  

이 와중에 입 짧은 경태와 다이어트 중인 두부는 만두전골 두 냄비와 전골 국물에 끓여준 죽까지 다 먹었습니다.

그러더니 봄이 빨리 오는 것 같다고 올해는 텃밭에 채소를 일찍 심자고 이야기합니다.    

 경태는 냉동 만두를 싸가지고 갔습니다.


“두부야, 언니는 요술램프에 사는 지니는 아니란다. 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지나고 나면 별일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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