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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임 Jan 28. 2024

하양: 열아홉 쌀과 두부, 감자

전남생명과학고등학교에서 온 '열아홉 쌀'

소중한 선물 하나가 제 손에 들어왔습니다.

전남생명과학고등학교 학생들이 정성 들여 기르고 도정한 쌀이지요.     


아이들이 선종, 침종, 볍씨 소독을 거쳐 못자리에 볍씨 조심스럽게 담아 싹을 틔우고 매일 물을 주고 알뜰살뜰 돌봐가며 육묘했습니다.

적당히 잘 자란 모가 담긴 모판을 조심스럽게 옮겨 논에 심어줬습니다.

깨끗하고 적절한 물을 유지하기 위해 항상 관심을 가지고 돌봐야 했죠.

혹여나 병충해 영향을 받지 않을까 바라보고.

영양분은 부족하지 않을까 바라보고.

잡초 관리도 해줘야 했습니다.

100일 동안 잘 자란 벼를 수확합니다.


미래에 부농을 이룰 학생들이 100일 기도 하듯 돌봐준 쌀이 나의 손에 들려있습니다.



깔끔한 상자에 ‘열아홉 쌀 이야기’라고 적힌 커다란 글씨 옆에 쓰인 글을 읽어 봅니다.


연필 대신 씨앗을 움켜쥐고

지우개 대신 운전대를 잡으며

수학이 아닌 수확을 하면서

만들어진 열아홉 쌀     



쌀이 담긴 봉투를 열어 냄새를 맡아봅니다.

쌀 꽃 냄새가 은은히 풍겨 나옵니다.


저는 이 쌀로 맛있는 밥을 지어야겠지요.     


쌀이 담긴 볼에 약수를 넣고 조몰락 댈 때마다 달고 고소한 꽃내음이 오르락내리락 코끝을 톡톡 칩니다. 아직 씻고 있을 뿐인데 반짝거리는  밥향이 코로 들어와 이미 오물오물 맛을 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쌀을 씻은 뜨물로 찌개를 끓이면 금상첨화이겠네요.   

  

전화를 들어 동생에게 전화합니다.

“두부야, 두부 한모 사 올래. 아무래도 쌀뜨물로 찌개를 끓여야겠어.”

“언니, 쌀이 좋아?”

“응, 너무 좋아.”     


아이들이 재배한 하얀 쌀과 아이들의 마음 같은 하얀 재료로 음식을 만들기로 했어요.     


하양 열아홉 쌀밥 하기

우선 불려놓은 하얀 ‘열아홉 쌀’을 솥에 넣고 밥을 합니다.

평소 누룽지를 좋아해 조금 눌려 먹지만 오늘은 눌리지 않을 겁니다. 순수한 맛을 보고 싶어서요.

불을 강불로 켭니다. 한 5분에서 7분 사이 정도가 되면 보통 불로 줄입니다.

눋을까 싶어 10시간 같은 10분을 기다렸다가 불을 끕니다.

이제 뜸을 들입니다.

5분이 지난 후 뚜껑을 열었습니다.

밥이 끓을 때 고소하고 달큼한 냄새가 냄비 틈새로 하늘하늘 돌아다니더니, 반짝반짝 윤이 흐른다는 말이 이런 말이구나 싶어요.     


사진사의 솜씨가 미흡해 사진이 예쁘게 안나와 속상합니다.


이제 하양 두부요리를 해볼까요.    

두부두루치기 만들기

냄비 아래 양파를 깔았습니다.

그 위에 두부를 올리고요.

쌀뜨물을 부었습니다.

간장, 매실액, 고춧가루, 설탕 조금 그리고 다진 마늘과 생강을 넣은 간단한 양념장입니다. 부족한 맛은 쌀뜨물에서 우러나올 테니 맛은 걱정하지 않습니다.

양념장을 쌀뜨물에 풀어 줍니다.

그리고 끓이지요.

하얀 대파 줄기를 어슷하게 썰어 한 움큼 올려줍니다.  

   


하양 감자 요리입니다.    

감자채볶음

감자를 깨끗이 씻어 껍질을 벗깁니다.

아주 가늘게 채를 썹니다.

그리고 물에 담가 전분기를 빼줍니다.

양파를 투명할 정도로 얇게 썹니다.

전분을 뺀 감자에 생양파를 넣으면 양파맛이 너무 강하게 나서, 양파도 감자가 들어간 볼에 넣어 매운맛을 뺄 겁니다.

전분과 매운맛이 빠진 채를 친 감자와 양파를 채반에 걸러 물기를 제거합니다.

강한 불에 프라이팬을 올리고 뜨겁게 달궈줍니다.

들기름과 채소유를 2대 1로 넣어 줍니다.

뜨거워지면 물기가 제거된 감자와 양파를 넣습니다.

단숨에 잘 섞고 뒤집어주며 볶아주어야 합니다. 잘못하다간 감자가 너무 얇아 전이될 수 있습니다.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합니다.

총총 썬 대파잎을 넣어 줍니다.

아쉽게도 하양 깨가 없어 넣지 못했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상을 차려 봅니다.

아이들 덕에 맛있고 건강한 비건 밥상이 차려졌습니다.     


하양 쌀밥이 너무 달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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