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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035끼니, 맨날 먹는 얘기

58,035끼니, 맨날 먹는 얘기

by 서진

58,035끼니, 맨날 먹는 얘기

1년 365일.

하루 세끼, 1년 동안 1,095끼니. 세끼가 많아 1끼를 먹는다면 730끼니를 먹는 사람도 있겠지만 하루에 4끼를 먹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어쩌다 오늘은 1끼 그리고 어제는 2끼를 먹는 사람도 있겠지요.

위에 이야기는 밥(쌀이나 곡물류를 밥상에 올리는 끼니. 쌀밥, 보리밥, 콩밥, 여러 가지 곡물을 섞은 잡곡밥 등)을 먹기 시작하면 생성되는 숫자이지만, 이유식(모유나 분유를 통해 보충하지 못하는 아기들에게 주는 익혀 만든 반 고형식의 음식, 서서히 모유나 분유가 아닌 밥으로 전환하기 전에 아기에게 먹이는 음식)을 먹기 전, 아기들이 먹는 모유나 분유를 먹는 횟수가 6번 정도라 하니 사람마다 나이에따라 먹는 끼니의 숫자는 다르겠죠.


저만 보더라도 커가는 과정, 즉 유아기 이전과 후 그리고 10대에 시절엔 얼마나 많은 끼니를 먹었을까요?

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봅니다.


저 손이 내 손인지 아니면 내가 본 누군가의 손인지 모르겠지만, 조그만 몸을 일으켜, 잔칫상에 무릎을 꿇고 앉아 담긴 접시에 담긴 돼지고기 수육을 잡기 위해 엉덩이를 들썩들썩하며 겨우 하나를 움켜쥐고 웃었습니다. 그리고 손에 물기가 흥건하도록 지금은 좋아하지도 않는 비게 부분을 푸딩을 먹듯 오물오물 먹어버리고 살코기는 바닥에 살포시 내려놓았습니다.

다시 주위를 살피고 다시 돼지고기 수육이 담긴 접시를 바라보다 어른들에게 발각되어 공중을 잠시 날았습니다. 아~ 잔칫상이 저 멀리 보이네요. 눈높이가 맞지 않아 저 상위에 돼지고기 수육이 보이지는 않지만, 저 또는 누군가가 확신하고 젖먹던 힘을 다해 상으로 돌진합니다. 재빨리 일어서려 했지만,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졌습니다. 그렇지만 울지 않았습니다. 다시 일어나 뒤뚱거리려 비계가 많은 돼지고기 수육을 움켜잡았습니다. 성공입니다. 다시 누군가의 몸에 대롱대롱 매달려 멀어지는 잔칫상 위에 있는 놓인 돼지고기 수육을 바라봤습니다.

손에 있던 수육을 누군가 빼앗으려 합니다. 재빨리 입에 넣었지만 몇 번 빨아보지도 못하고 뺏기고 말았지요. 그리고 고개를 들었습니다.

할머니가 ‘비게 많이 먹으면 설사하는데, 우짜까.’라며 따뜻한 수건으로 내 손을 닦아줍니다.

‘크면 많이 먹고, 넌 이거 먹자.’라며 다른 어른이 손에 사과를 쥐여줍니다.

음식을 뺏긴 아쉬운 마음을 다른 음식으로 달래 주시네요.


엄마가 아침이면 밥 먹으라고 깨웁니다. 엄마는 동생들 먹이느라 날 챙길 새가 없습니다.

세 동생이 제비 새끼처럼 순서대로 밥을 받아먹고 있습니다. 난 어려서부터 혼자서도 밥을 잘 먹었던 것 같습니다.

밖에서 둘째 동생과 놀고 있으면 엄마가 부릅니다.

‘서진아, 동생이랑 밥 먹어.’

난 동생 손을 잡고 집으로 뛰어가 조그만 상에 놓인 음식을 먹으며 엄마와 작은 동생들이 비빔밥인지 섞은 밥인지 모를 것을 여기저기 흩으러 티며 씨름하는 걸, 둘째 동생과 바라보며 깔깔대고 웃습니다.


저는 동생 셋과 같은 초등학교에 다녔습니다. 세 동생은 수업시간이든 쉬는 시간이든 이유와 시간을 불문하고 저의 교실 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왔어요. 그런데 나의 기분이 창피하다거나 불편한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 지금도 미스테리합니다. 지금의 내 성격이라면 분명, 동생들에게 들어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을 텐데 말입니다.


아! 각설하고.


이때만 해도 저와 둘째 동생만 학교에 다녔지요.

수업시간입니다.

우리 반 교실 뒷문이 드르륵 열립니다.

‘선생님 서진이 좀 데려갈게요.’

‘서진이 동생한테 무슨일 있어?’

‘애가 밥을 안 먹어요.’

‘서진이 가봐라.’

선생님은 점심밥 한 끼가 뭐라고 저보고 가보랍니다. 지금 같으면 ‘한 끼 안 먹는다고 죽나.’라고 했겠지만, 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동생 선생님을 따라갑니다.

양호실 옆 선생님 숙직실 앞에 도착한 선생님이 ‘자장면 시켰으니까, 좀 먹여봐.’라며 날 바라봅니다.

‘엄마는요?’ 아니! 동생 자장면 먹이려고 난 수업까지 빠져야 하는 거야.

‘전화했는데 회사일이 바쁘셔서 못오신데.’

나는 방에 들어가 동생을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쳐다봤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은 ‘누나’하고 달려와 날 꼭 안 씁니다.

엄마가 사과 한 상자를 사 오면 동생들과 사과 상자를 가운데 두고 둘러앉아, ‘우리 누가 사과 씨 더 많이 모으나 내기할까?’라고 눈을 희번덕이면, 나의 말에 답하듯 바로 밑 남동생이 씨익 웃음을 지으며 사과하나를 쥐어 듭니다.

조막만 한 작은 동생들도 두 손에 사과를 들고 크게 한입 베어 물겠다고 사과를 이빨로 갉아댑니다.


친구들과 버스를 타고 다니던 10대, 아침 먹고 학교에 도착하면 겨우 1교시가 끝나고부터 매점을 기웃거립니다. 점심을 먹고 개구멍을 빠져나와 친구들과 햄버거나 라면을 먹던 기억. 커다란 다라이를 머리에 이고 학교에 들어온 할머니 앞에 둘러앉아 다라 안에 들어있는 잡채 만두 튀김이랑 꽈배기 같은 군것질거리를 종이봉투에 담아 교실로 뛰어 들어가 친구들과 나누어 먹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수업이 끝나고 학교 앞 분식점에서 오뎅 하나라도 먹어야 집에 갔지요. 어쩌면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보다 악착같이 친구들과 군것질했던 기억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엄마 말에 의하면 저는 학교만 갔다 들어오면 ‘엄마 밥’하고는 냉장고에서 우유 1병 벌컥벌컥 마셨다고 합니다. 거기다 고추장이나 간장에 조린 멸치 조림, 각종 나물류, 생선이나 해물류 구이에서 무침, 찌개, 장아치, 할머니가 만든 젓갈 같은 반찬을 햄이나 소시지보다 좋아해서 반찬 남아 버리는 걱정은 없었다네요.


여담이지만

과연 엄마의 말은 칭찬으로 한 말일까요?

19년 동안 3끼를 멀티플라이 하자면 20,805끼니인데, 아무래도 저는 더 먹었던 것 같습니다.

하루 필요한 칼로리는 남성 2100~3000Kcal, 여성 1800~2200Kcal이지만 생활방식, 생활 환경, 체형, 나이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아무래도 전 하루 2200Kcal를 지켜 먹었던 적은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제가 비만이었던 적도 없습니다.

친구들과 밥을 먹을 때도 페스트 푸드 보다 돼지나 오징어 두루치기 정식, 고등어나 꽁지 구이 정식, 돌솥비빔밥, 김밥에 오뎅 국 같은 걸 선호했고, 라면보다 버섯전골, 갈비탕, 사골국물, 된장찌개 같은 걸 좋아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려서부터 먹던 습관 때문일까요?


요즘 관심사가 ‘뭘 먹지’와 ‘다이어트’, 먹고 살 빼는 이야기가 같이 오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먹는 이야기를 더하다보면 건강하게 먹는 이야기도 나오겠지요.

지금도 ‘내일은 뭘 먹지?’라고 생각하며, 이 글이 끝나면 ‘뭘 먹어야 할까?’를 고민합니다.


일러스트 by 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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