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는 나이가 없다잖아요. 더 늦기 전에 배워볼라 했는데...
글이 부족하면 사진이라도 잘 찍어 올려야 하는데, 제가 찍은 음식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거기다 브런치에 올리는 음식 관련 글은 굳이 글로 써야겠다 작정하고 음식을 만드는 것이 아닌지라 사진 찍을 새도 없이 먹고 있습니다. 조리를 시작하면 불조절부터 시간을 맞춰야 하다 보니. 그렇다고 사진이 없다고 먹을 만큼 만들어놓은 음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찍기 위해 다시 만든다는 것도 참 그렇습니다.
그래서 동영상을 찍어보자 하고 핸드폰으로, 디지털카메라로 찍어 봤습니다. 아무래도 이쪽으로는 영 소질이 없나 봅니다.
그럼 어쩌나?
글 쓰는 것을 포기할 것인가?
저는 저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던 중 컴퓨터 한 사이트에서 우연히 보게 된 ‘SNS 광고콘텐츠 영상 기획, 제작, 편집’을 가르쳐준다는 문구가 있는 겁니다. 거기다 전액 국비 지원.
‘와, 이런 것도 있어.’라며 전화도 해서 자세한 내용을 질문해 보고 답도 얻어 센터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등록하고 오리엔테이션참가 후 결정해도 된다고 하더군요.
저는 친구에게 “유튜브에 나오는 분 중에 나이 드신 분들도 많다더라.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고 했어. 컴퓨터는 전원을 껐다 켜는, 그것만 알면 할 수 있다 했어. 우리도 할 수 있어!”라고 호기롭게 용기를 북돋워주며 설득했습니다. 같이 다니자고 혼자는 다닐 용기가 나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둘이서 나란히 ‘SNS 광고콘텐츠 영상 기획, 제작, 편집’ 수업에 등록했습니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겁이 났지요.
등록한 분들이 대부분 2~30대 던데 내가 방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됐고요.
그래도 오리엔테이션 가보고 결정하자고 머리에 떠도는 모든 생각을 지워버렸습니다.
컴퓨터를 켜고 유튜브를 열어 영상편집 기초를 찾아보았습니다. 어떻게 만드는지 조금은 알고 오리엔테이션에 가야 할 것 같았습니다.
유튜브 안에 있는 유튜버는 참 알기 쉽게 알려주더군요.
조금의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오리엔테이션 당일.
나보다는 아니지만, 나이가 들어 보이는 아저씨들도 있고, 내 옆에 옆에 앉은 여자분은 얼추 나와 나이가 비슷할 것 같았습니다.
친구가 조용한 목소리로 “학생이 대부분 어린애들인데. 우리 할 수 있는 거 맞겠지?”라며 날 빤히 쳐다봅디다.
"일단 들어보자."라고 말했지만, 난 솔직히 할 말이 없었습니다. 나 또한 당황하고 있었으니까요.
선생님이 출석 확인을 하더니 컴퓨터를 켜라는 겁니다.
켰지요.
‘Ai’라는 것을 누르라네요.
눌렀습니다.
그리고 새로 만들기를 누르라고 해서 눌렀습니다. 창이 열리고, 이때부터 ‘이것은 무엇인고?’라는 말이 입에 맴돌았습니다.
이래 봬도 제가 대학 다닐 때 프레젠테이션에 필요한 시청각 자료 만드는 도사였습니다. 보통 프레젠테이션은 매 학기 90% 이상으로 받아 평균 학점을 상향시킬 정도로 파워포인트와 프레지를 잘 다뤘거든요. 요 기술 때문인지 나이 많은 저를 동기들이 서로 팀으로 데려가려 했었답니다.
그런데 내 눈앞에 보이는 화면은 태어나서 생전 처음 봤습니다.
그러더니 선생님이 이거 눌러봐라. 저거 눌러보라 하는데, 옆에 앉은 꼬맹이 녀석이 날 답답한 눈으로 날 쓱 보더니 ‘잠시만요.’라면서 내가 잡고 있던 마우스를 슬쩍 뺏어갑니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습니다.
혼이 빠져나간 느낌이었지요.
친구와 학원을 빠져나와 차에 올라탔습니다.
“너 할 수 있겠어?”라고 친구가 물어봅니다.
한숨이 나왔지만, 지금이 아니면 언제 배우겠냐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주일 해보고 포기해도 된다니까. 난 일주일 해보련다. 너는?”
“난 생각을 좀 해봐야겠어.”라고 말하는 친구와 헤어졌습니다.
일주일 후, 아무래도 젊은 친구들을 따라가려면 시간 절약도 필요하고, 두 달 동안 매일 바깥 음식을 먹을 자신이 없어 도시락을 싸서 학원에 왔습니다.
(아! 직업훈련원은 학원이 아니라 학교라 하더라고요.)
친구 없이 다니려니 막막하고 낯설고 답답했어요.
결국, 친구는 포기했습니다.
친구의 말에 의하면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합니다. 2달 동안 진행되는 수업내용을 전하며 그만둬도 된다는 식의 유도 질문을 받았다더군요.
더군다나 그때 보였던 나와 나이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 보이던 사람들은 다 빠지고 내 옆에 옆에 앉았던 여성분과 조기퇴직한 것 같은 아저씨 한분 계셨습니다.
첫날 마인드맵을 그리는 수업과 자신의 이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림으로 그려보라 해서 그려보기는 했는데, 학교 다닌 지 오래돼서인가 선 듯 머리가 잘 돌아가지는 않더라고요. 정말 공부는 젊었을 때 해야 하나 봅니다.
그러니 더 나이 먹기 전에 일주일이라도 열심히 해보기로 했습니다.
수업 일정은 이러했습니다.
한 달 동안 일러스트를 먼저 배우고, 그다음은 포토샵, 이 두 가지를 다 배우고 나서 2주간 영상편집을 배우고 1일주일동안 결과물 제출순이었습니다.
이 짧은 시간에 3가지를 정확히 내가 써먹을 수 있을 정도로 배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았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마우스를 잡고 눈 빠져라 컴퓨터를 들여다봤습니다.
역시 2달은 무리였습니다. ‘SNS 광고콘텐츠 영상 기획, 제작, 편집’이라고 말할 수는 없고 필요한 기능을 익히는 정도였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SNS 광고콘텐츠 영상 기획, 제작, 편집’을 배운 실력보다 도시락 빨리 만들어 싸는 기술이 늘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두 달 동안 매일 다양한 도시락을 30분 이내에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목은 거북목이 된 것 같아요.
그 덕에 포토샵 1급 자격증이 생겼습니다. 아쉽게도 2점 차로 떨어진 1급 일러스트 시험을 치러본 경험이 생겼고요. 컴퓨터 그래픽기능사 필기에 합격했네요.
훈련과정을 마치고 ‘컴퓨터 그래픽기능사 실기’를 볼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는 단계가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가지고 있는 컴퓨터엔 그래픽카드가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용량이 부족한 관계로 열정은 조금씩 사그라져가고 있습니다.
혹여 영상편집까지 할 수 있는 상태의 컴퓨터를 산다면 두 눈감고 해 보겠지만요.
사실 ‘컴퓨터 그래픽기능사 실기’를 보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면 일러스트와 인디자인 1급 자격증 그리고 전자출판 기능사에 도전하려 했거든요.
배우다 보니 영상보다는 제 요리책을 만들어보고 싶더라고요.
터무니없는 욕심인 줄 압니다만, 이왕 시작했으니 도전해보고 싶더이다..
배우면 배울수록 단순히 하고 싶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 느끼기에 고민합니다.
'그간의 이야기를 써보면 마음이 달라질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끄적거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