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살 아줌마 'SNS 광고콘텐츠 영상' 제작 도전
‘SNS 광고콘텐츠 영상 기획, 제작, 편집’을 배우러 가는 첫날.
아침 7시 10분
내가 사는 산촌에서 항구도시까지 1시간 거리를 달려가고 있다.
설렘보다는 걱정과 불안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신호도 지키지 않고 머릿속에 훅 들어왔다가 안심이 진정하란 수신호를 보내면 재빠르게 추월해, 내 차보다 더 빨리 달리고 있다.
그럴수록 머릿속 걱정과 불안을 진정시키며 차의 속도를 조금 더 천천히 안정적으로 몰아갔다.
8시 30분
수업 전 등록해야 할 서류가 있다 해서 접수대를 찾았다. 장황한 서류는 아니었고 개인신상에 관한 정보가 필요한 간단한 서류였다.
가방에서 돋보기를 꺼내 쓰고 서류를 읽어보는데, 오리엔테이션이 있던 날 내 옆에 옆에 앉았던 여성이 들어와 서슴없이 같이 앉아도 되냐고 나에게 물어본다.
낯가림이 심한 편이라 조용히 혼자 앉아 있고 싶었으나, 두 달 동안 같이 한 교실에서 지내야 하는 학우이니 마음을 조금 열어 보려 했다.
나는 고개를 살짝 들어 고개를 끄덕이고 서류에 적힌 나머지 질문에 답을 적었다.
앞에 앉아 서류를 작성하던 그 여성이 테이블을 톡톡 치며 말을 걸었다.
“여긴 뭐라고 써요?”
“저도 잘, 데스크에 물어보세요.”
“안 적으셨어요?”
“네.”
사실 서류를 내기 전에 사무실 직원에게 물어보고 작성하려 남겨두었던 문항이었다.
“별 걸 다 적으라 하네요.”라며 씰룩거리던 여자가 나와 같이 쓰는 테이블 반 이상을 차지한 필통, 가방, 텀블러 외 가방에서 꺼내놓은 소지품을 만지작거리며 날 바라봤다.
“국비로 진행돼서 필요한 사항일 거예요.”라 말하고는 나는 남겨두었던 문항을 직원에게 질문하고 적은 뒤 데스크에 서류 접수하고 빠르게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에서 나오고, 사무실 직원이 나를 기다렸다는 듯, 날 보고 “같이 옆 건물로 이동하겠어요. 수업은 옆 건물에서 진행됩니다.”라며 몇몇 사람들은 이끌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듯한 20대와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30대 남자 둘, 긴 곱슬머리에 비쩍 말라 나이에 비해 앳돼 보이지만 산만한 2~30대 여성, 조기 퇴직한 듯 보이는 40대 중후반 혹은 나와 나이가 비슷하지만 조금 어려 보이는 아저씨와 내 옆에 옆에 앉았던 여성분 그리고 나는 직원을 따라 옆 건물 교실로 갔다.
입실과 퇴실을 알려줄 지문 입력을 마치고 교실로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맨 앞자리, 출입문에서 가까운 맨 끝자리에서 두 번째, 프로젝터 스크린 가운데를 살짝 비켜 가는 자리였다. 칠판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덜 답답한 자리라 생각하고 자리 잡고 앉았다.
맨 끝자리인 내 옆자리엔 가방이 놓여 있었다.
덩치가 ‘와우~’ 키 170cm는 충분히 넘을 것 같고, 젊은 아가씨치고는 약간보다 조금 더 살을 빼야 할 것 같은, 그러니까 ‘어머 운동하셨었나 봐요?’라고 물어볼 수 있는 듯한 젊은 친구가 가방을 치우고 내 옆에 앉았다.
내 옆에 옆에 앉았던 그 여성분은 앞줄, 둘째 줄, 셋째 줄 그리고 넷째 줄까지 둘러보더니 그전과 반대쪽 옆에 옆에 자리에 앉았다. 나이에 비해 앳돼 보이지만 산만한 2~30대 여성은 내 옆 덩치가 커다란 젊은 친구 뒤에 앉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담배를 피우다 왔는지 뒤늦게 헐레벌떡 교실로 들어온 조기 퇴직한 듯 보이는 40대 중후반 남성분은 여기저기 살피더니 내 옆에 자리에 앉았다.
9시
선생님이 들어오고 자신의 소개를 끝내며 컴퓨터를 켜라는 말은 없고 3절지 종이를 주더니 마인드 맵을 그리라는 거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적고 해 봤던 일을 적어 넣으라는데, 해봤던 일은 밤을 새워서도 적을 수 있지만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어떻게 잘 늙을 것인가?’만 고민하던 나는 주어진 색연필과 가지각색의 볼펜만 굴리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섭렵한 나야 '또 뭘 해야 하나?’라고 고민할 수도 있겠으나 내 옆 젊은 친구나 그 뒤에 앉은 나이에 비해 앳돼 보이지만 산만한 2~30대 여성도 고민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내 반대쪽 옆에 옆에 앉은 여자분은 그림에 자신 있는지 온갖 색연필을 가지고 그림 그리기 삼매경에 빠져있고, 내 옆에 앉은 조기 퇴직한 것 같은 남성분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게임이고 ‘SNS 광고콘텐츠 영상 기획, 제작, 편집’을 배워 뭘 할지는 생각 중이라며 선생님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젊음이 좋긴 한가 보다, 뒤에 줄지어 앉은 젊은 2~30대 젊은이들은 벌써 인사가 끝나고 벌써 친해졌는지 상의하며 적고 물어보기도 했다.
내 옆에 앉은 젊은 친구는 귀여운 캐릭터를 그리고 조그만 글씨를 깨알같이 적고 있었다. 기척이 이상했는지 종이를 손으로 가리며 살짝 몸을 돌렸다. 덩치는 산만한데 소심한 성격. 역시 사람은 겉만 보고 알 수가 없다.
나도 뭔가를 적어야 하는데, 일단 일러스트와 포토샵 그리고 영상에 필요한 요소들을 인터넷을 뒤져 찾아보고 어떤 분야에 적용해야 하는지부터 정리해 보기로 했다. 그다음 내가 했었던 일을 간단히 적어보고 만약 내가 ‘SNS 광고콘텐츠 영상 기획, 제작, 편집’을 배워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적어보았다.
우선 내가 50대 중반이라 써주는 곳은 없겠지만...이라는 머리글을 올리고...
겨우겨우 3절지를 빽빽하게 적고 가지가 밖으로 나가기 직전, 선생님이 A4 크기의 종이를 주더니 이름을 쓰고 이름에 맞는 이미지를 그려보라 주문했다.
나?
내 이름.
부드러워 보이지만 강한 성품으로 살라고 아버지 훈장님이 지어준 이름입니다만 이름과는 다르게 강한 이미지를 가졌지만 물러터진 성품이 된 이름을 가진 나.
‘어쩌지. 어쩌지.’를 몇 번 되네이다 내 법명인 ‘서진’으로 그림을 그려 보기로 했다.
겉은 딱딱해 보일지 모르지만 부드러운 마음을 가진 나를 그려보았다.
마지막 하이라이트 자기소개. 어디 가든 첫날 빠지지 않는 순서.
선생님이 날 지목한다. “먼저 해주세요.”
확실히 내가 가장 연장자라는 얘기였다.
“안녕하세요. 제가 가장 연장자라 제일 먼저나 봐요. 젊은 분들이 많은데 나이 많은 제가 방해될까 봐. 걱정입니다.”라는 말로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직업과 ‘SNS 광고콘텐츠 영상 기획, 제작, 편집’을 배우게 된 동기를 말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다음이 내 옆에 옆에 앉았던 여성분, 나와 나이가 같은 것 같다 하더니 자신은 젊은 마인드를 가졌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여러분과 좋은 친구가 되고 싶다.”라고 끝을 맺었다.
에고 나도 2~30대에 40대만 넘어도 어르신으로 모셨는데 어떻게 친구가 되겠다는 건지 용기가 가상했다.
12시 50분
이렇게 오전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
반대쪽 옆에 옆에 앉은 여성분이 “도시락 싸 온 건 아는데, 첫날이니까 나가서 같이 먹어요.”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다가왔다.
잠시 고민했지만 ‘첫날이니까 겉돌지 말자.’라고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잘하는 식당 있어요?”라고 내가 되묻자.
내 옆에 앉은 젊은 친구가 학교 주변에 있는 모든 식당들의 정보를 줄줄줄 읊어주었다. 살은 괜히 찌는 게 아니다.
콩나물국밥집으로 결정하고 2~30대 젊은이 세 명 그리고 옆에 옆에 여성분과 같이 식당을 찾았다.
아~ 그냥 싸 온 샌드위치나 먹을걸
콩나물국밥에 밥이 들어가 있었다. 오랜 시간 국물에 담겨있었는지, 끓였는지, 아니면 원래 죽밥이었는지 국밥이 아닌 국죽이었다. 거기다 한 젊은이가 시킨 김치찌개에 들어간 덩어리 고기는 주방에서 나오면서 녹기 시작했는지 풀어지며 빨간 속살을 보여줬다.
대충 배가 고프지 않을 정도만 먹고 식당을 나왔다.
학원으로 걸어가며 고민에 쌓였다. 모두 먹는 둥 마는 둥 숟가락을 놓고 나온 상태라 고플 텐데, 내가 싸 온 샌드위치 하나를 다섯 등분해 먹어야 할까?, 그럼 어떻게 자를 거야? 아니지 양이 적어 줘도 욕먹을 텐데…. 그냥 나 혼자 몰래 먹어야 할까?라고 입속으로만 구시렁대며 학교로 돌아왔다.
2시
드디어 Ai라 적인 네모난 아이콘을 눌러 창을 열었다.
직선도, 곡선도 그려보고, 내모, 세모, 동그라미, 별 등 다양한 모양도 만들어보는 동안 2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쉬는 시간에 화장실 갈 엄두도 못 내고 수업이 끝나버렸다.
걸어오며 샌드위치를 어떻게 먹을 것인가를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나저나 옆에 옆에 앉은 여성분과 통성명하고 동갑이라는 것과 이름도 알게 되었다.
그녀의 이름을 그냥 A라 부르기로 했다.
그녀가 끝나고 교실을 나오려는 나에게 “저도 내일부터 도시락 싸 오려고요.”라고 소리쳤다.
그 말은 앞으로 그녀와 같이 점심을 먹어야 한다는 소리였다.
집에 돌아오고 나서야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샌드위치를 접시에 담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고민에 빠져 버렸다.
과연 내가 이 과정을 무사히 끝마칠 수 있는지….
샌드위치
- 빵은 토스트기에 구웠습니다.
- 양배추, 가늘게 채 쳐서 씻었습니다. 그리고 차가운 물에 한 20분 담가 놓았다가 채반에 담고 물기를 빼주었습니다.
- 이번엔 얇게 채 친 ‘양파’를 넣지 않았습니다.
- 당근, 껍질을 벗기고 씻어 채 쳤습니다.
- 새송이버섯, 채 쳤습니다.
- 볼에 채 친 양배추와 당근, 새송이버섯을 넣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췄습니다. 거기에 계란 2개를 넣었습니다.
- 달궈진 프라이팬에 기름을 늘어 붙지 않을 정도의 올리브오일을 둘러 줍니다.
볼에 담긴 재료를 프라이팬에 전처럼 넓게 펴지지 않게 올려줘 두툼하게 부쳐줍니다.
- 토마토, 편으로 자르되 한쪽은 두껍고 한쪽은 얇게 썰어 줍니다. 그래야 여러 개를 놓았을 때 미끄러져 빠져나오지 않습니다.
- 양상추나 로메인, 루꼴라, 버터헤드 같은 채소를 씻어 물기를 빼줍니다.
- 닭다리 살, 닭가슴살 어느 부위든 어떤 고기든 상관없습니다. 소금, 후추로 살짝 간해서 굽거나, 양념한 고기를 구워 샌드위치에 넣어도 좋습니다.
전 전날 먹고 난 후라이드치킨을 프라이팬을 중간 불보다 낮은 온도에서 올려 기름을 두르지 않고 익혀 사용하기도 합니다.
- 식빵에 홀그래인 머스터드를 바르고, 양배추와 당근, 새송이버섯 그리고 달걀을 넣어 지진 토핑을 올립니다.
그 위에 토마토, 닭다리살, 채소를 올리고 식빵에 사과잼을 발라 닫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