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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 시원한 콩나물 닭볶음탕입니다

건강하게 여름 납시다.

by 서진

초복입니다.

사실 초복인지도 몰랐습니다.

어디에선 200년 만에 또 다른 곳에선 500년 만에 하늘에 구멍이 뚫렸듯 연일 비가 왔습니다. 저는 비 오면 으레 찾게 되는 김치전, 조선호박전, 부추전, 버섯 전 그리고 요거조거 다 섞은 채소전 등 온갖 전들을 집에서 부쳐 먹었습니다.

그러다 부추·호박전을 먹다 말고 ‘뭐 먹지?’라는 생각이 머리에 돌아다니기 시작해, 서둘러 먹던 부추·호박전을 입게 구겨 넣고 장바구니를 들었습니다.


보통은 로컬마켓부터 들러가는 순에 맞는 것인데 발걸음이 우리 동네에서 제일 큰 대형 식자재 판매장으로 향했습니다. 그래 봐야 별로 살 물건이 없겠지만 한참을 걸어야 하니 이 빗길에 운동은 되겠다 싶더군요.

그래도 우리 마을에선 백화점 대신 눈요기하러 가는 곳이라 오늘도 여기저기 훑어보고 다녔습니다.

결국, 장바구니에 든 것이라고는 닭 한 마리 그리고 콩나물뿐이었지만요.


집에 돌아와 장바구니에 들어있던 닭 한 마리와 콩나물을 꺼내놓고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내가 이 조합을 왜 사 왔을까?

콩나물로 칼칼하고 시원한 콩나물국밥을 만들고, 남은 콩나물국을 냉장고에 넣어 시원한 냉국으로 먹을까?

닭은 닭 간장 볶음 탕?


그러다 다시 장바구니를 들고 로컬마켓으로 향했습니다.

감자, 옥수수, 자두를 장바구니에 넣었고 대파를 꽃을 들 듯 살포시 감싸 안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언젠가 먹었던 콩나물이 들어간 닭볶음탕을 만들려고 합니다.

처음 사상의학을 접하고 강의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몸에 맞지 않는 음식은 자제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닭도 그중 하나죠.


솔직히 제 나이 20대, ‘소양인’이라 열을 발산하는 음식이 몸에 맞지 않는다고 합디다.

백숙에 닭갈비, 닭 한 마리 칼국수, 닭찜, 닭강정, 훈제 치킨, 바비큐 치킨, 육개장보다는 닭개장 그리고 각종 닭 전문점에서 판매하는 후라이드 등 닭을 좋아하던 저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습니다.


하지만 저의 식구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보았지요.

그나마 가장 흔한 태음인과 소양인만 사는 집이라 단순하지 않은 단순한 밥상을 차리기 시작했습니다.

정반대의 체질이 만나 살고 있어 반찬도 따고 국도 따로 모든 음식을 분리하여 조리하게 되었습니다.

정성이었을까요? 아니면 정말 체질에 맞는 음식이 있는 것인지 식구들은 몸이 가벼워졌다는 소리를 많이 했었습니다.


계속 그렇게 해 먹었냐고요?

에이 실험은 실험입니다.



저는 음식은 골고루 가리는 음식 없이 먹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되도록 자신에게 맞는 음식을 주로 찾아 먹는 버릇을 들이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그 덕에 엄마에게서 ‘너한테 닭똥 냄새날 것 같어.’라던 말을 듣고 살던 저는 되도록 집에서는 닭요리는 하지 않습니다. 대신 단백질이 풍부한 달걀을 닭똥 냄새날 것만큼 먹고 삽니다.

하하하하하

아이러니하게도 달걀은 ‘소양인’에게 좋다고 합니다.


닭은 ‘소음인’에게 좋은 따뜻한 음식이라 합니다.

체질적으로 몸이 찬 소음인은 ‘닭과 인삼’만 먹고살아도 평생 건강하게 살 수 있다 할 정도로 잘 맞는다고 합니다.

선천적으로 마른 체질에 입이 짧은 ‘소음인’을 위한 음식이 닭을 이용한 보양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소음인’이 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돼지고기와 오리고기를 많이 먹어야 할 ‘소양인’으로 평생을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닭볶음탕에 콩나물을 넣었습니다.


1. 닭을 토막을 내고 깨끗이 씻어줍니다.

(생닭에는 식중독을 일으키는 살모넬라균이 있습니다. 생닭을 만지고 나면 도마와 칼 그리고 손 등과 함께 주위를 깨끗이 씻고 소독하세요. 75도 이상으로 조리한 닭이야 이상이 없겠지만 생닭을 손질하고 다른 재료를 만지거나 익히지 않는 음식을 만들면 살모넬라균이 옮겨 갈 수 있지요.)

2. 감자와 당근, 양파를 깨끗이 씻어 껍질을 벗기고 큼직하게 토막을 냅니다.

(닭볶음탕에 들어가는 감자와 당근, 양파 같은 뿌리채소도 ‘태·소음인’에게 좋다고 하지요.)

3. 마늘과 생강을 손질해 다져줍니다.

4. 콩나물을 깨끗이 씻어줍니다.

5. 대파를 다듬고 오늘따라 유난히 진액이 많은 푸른 잎 부분을 큼직하게 어슷하게 썰어줍니다.


- 냄비에 닭을 넣고 다진 마늘과 생강을 넣어줍니다.

- 이번 닭볶음탕은 고춧가루보다 간장을 많이 넣어줍니다. 그리고 액젓 조금, 후추, 고춧가루를 넣어줍니다. (약간 달달한 맛을 원하신다면 설탕을 살짝 넣어주세요. 저는 햇양파를 사다 말려 놓았더니 아직 단맛이 많이 돌아 달큼한 맛이 나는 재료는 넣지 않았습니다.)

- 가스레인지에 냄비를 올리고 약·중 정도로 불 조절해 냄비에 들어있는 재료들을 잘 섞이도록 골고루 볶아줍니다.

- 잘 섞였다 싶으면 물이나 육수를 재료가 반쯤 잠길 정도로 넣어줍니다. 그리고 강한 불로 올려줍니다.

- 닭이 잘 끓고 있다면 냄비에 감자와 당근을 넣어줍니다. 잠시 뒤에 양파도 넣어줍니다.

- 감자가 거의 익어간다는 느낌이 들면 한번 골고루 뒤집어주고, 약·중간 불로 조절하고 씻어놓은 콩나물을 넣고 뚜껑을 닫아 줍니다.

(콩나물이 익기 전에 뚜껑을 열지 않습니다. 콩 비린내가 나기 때문이죠. ‘나는 콩나물이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모르겠다.’ 하는 분은 뚜껑을 열고 조리하시기 바랍니다. 대신 강한 불로 유지하고 물이나 육수를 조금 더 넣어주세요.)

- 대파를 넣고 한소끔 끓여 줍니다.

- 간은 본인의 입맛에 맞게, 저는 슴슴한 맛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콩나물은 차가운 음식 재료입니다. 열이 많은 음식으로 가득한 닭볶음탕을 중화시키기엔 좋은 재료라고 생각하고 맛있게 먹겠습니다.



동그란 오봉 밥상에 콩나물이 들어간 닭볶음탕을 올렸습니다. 옆에 옆집 할머니가 담가주신 열무지도 곁들였습니다.

시원하게 선풍기를 틀고 TV 앞에 앉아 닭볶음탕에 들어있는 닭살을 발라 수저에 올리고 콩나물도 야무지게 올려 한입 가득 먹었습니다.


미디어 여기저기에 복날 음식이 나왔습니다.

핸드폰으로 2025년 복날을 찾아봤습니다.

하하하하하

몸은 아나 봅니다.

복날이 왔다는 걸.




오늘이 초복입니다.


우리는 여름 한참 더울 때를 3번으로 나누어 초복, 중복, 말복 이렇게 삼복으로 나누었습니다.


뜨거운 햇볕아래에서 땀을 뻘뻘 흘리던 가장 더웠던 날, 몸을 보호하는 복달임 음식을 먹었다 합니다.

양반들이야 자라, 소고기, 잉어, 민어 등 갖가지 호사스러운 재료로 몸을 보했겠지만, 어렵던 시절 일반 사람들도 그러했겠습니까?

양반들이 누에 앉아 소고기를 구워 먹을 때 하인들은 개를 보며 입맛을 다시고, 고놈을 살살 꼬드겨 밖으로 유인해 잡아먹었다 하지요. 그나마 조금 살만한 사람이나 닭을 잡아먹었겠지요.


'증보산림경제'에 개를 조리해 먹는 방법이 나옵니다. 더군다나 개고기를 마늘과 함께 먹으면 해롭다는 것에 놀랐지요.

'동의보감에도 황구육이 허손(몸이 점점 수척해지고 쇠약해지는 증상, 네이버) 된 것을 보한하도 나옵니다.

'음식디미방'을 보면 닭을 먹인 개를 대엿새쯤 지나 잡아 살을 바르고 항아리에 넣고 저녁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삶거나 아침부터 저녁까지 누렁개 삶는 조리법이 나옵니다. 그 외에도 개장, 개장꼬지 누르미, 개장국 누르미, 개장찜, 개장 고는 법이 나오는 걸 보면 양반가에서도 먹었던 것 같습니다.


요렇게 열거해 놓고 보니 닭을 먹인 개요리가 가장 으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금지된 음식 재료입니다.

개고기 식용 금지법이 2024년에 제정되었지요. 반려동물이 급증하며 동물보호차원에서 시작되었다지요.


아주 멀리에 서있어도 개고기 냄새는 기가 막히게 맡고 가던 길도 멈추고 돌아가지요. 염소다리나 개다리나 비슷할 것인데 저는 요리사임에도 정육점이나 육가공 매장에 진열되어 있는 개다리는 못 보는 사람입니다만.


반려 동물 급증으로 인하던 동물보호차원에서 '개고기 식용 금지법' 좋지요. 하지만 키우던 반려견 버리는 사람들 처벌이 먼저 아니것어요?


말이 또 산으로 올라갔네요.


저는 개고기를 못 먹으니, 어제 저의 복달임 음식이었던 닭볶음탕, 배가 부르도록 먹고 남은 닭의 살을 발라 냄비에 넣었더니 닭볶음탕이 아닌 커다란 감자와 당근이 들어간 닭개장처럼 보입니다.

남은 콩나물은 국으로 끓여 냉장고에 넣어 두었습니다. 저에겐 시원한 냉국도 생겼지요.


초복이니 복달임 음식을 먹어야겠지요.


남은 닭개장처럼 보이는 닭볶음탕에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콩나물국을 더해줍니다.

그리고 팔팔 끓여 대파를 넣어 마무리했습니다.

진짜 닭콩나물국 밥이 완성되었습니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좋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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