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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라이프는 어디에? 옥수수를 사려던 건 아니었습니다

프레쉬 토마토소스에 옥수수, 귀리, 병아리콩, 완두콩을 넣은 웜 샐러드.

by 서진

집에서 로컬 마켓이 가까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무더운 여름, 답답하고 무거운 공기에 눈을 떠 가만히 앉아있던 날이 많았습니다.

늘어진 몸을 움직여 기지개를 켜고, 건강을 위해 따땃한 물을 마실 것인지 아니면 몸과 마음이 원하는 찬물을 마실 것인지 고민을 합니다. 그러다 결국 포트에 데운 물을 미온수에 섞은 미적지근한 물을 마셨지요.


그러던 요 며칠 한낮보다 시원한 바람이 살랑살랑 몸을 스쳐서인지 이른 아침에 가볍게 눈이 떠집니다.

조금이라도 시원할 때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사과와 토마토를 꺼내 씻고 한입에 들어갈 수 있게 잘라 접시에 담습니다. 손가락으로 한 개 한 개 또 한 개씩 집어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으며 생각합니다.


오늘은 뭘 먹지?


냉장고를 열었습니다. 맨 위 칸부터 맨 아래까지 훑어보았죠. 냉동실도 열어봤지요. 그러나 여전히 뭘 먹을지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열무김치로 냉국수를 만들어 먹을까? 아니면 열무 비빔밥?

전을 부치고 남은 호박을 넣은 수제비를 만들어 먹을까?

그러다 제 생각은 또 산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결국, 도달한 생각의 산은 ‘간장 양념한 버섯을 상추에 싸 먹을까?’가 되어버렸죠.

참 희한한 것은 항상 냉장고에 있는 재료가 아닌 새로운 재료가 필요한 음식으로 향한답니다.

이놈에 식탐은 짜증 나는 무더운 여름 때문이라고 스스로 위로와 자책하며 어떤 재료가 필요한지 적어봅니다.


사실 옷, 신발, 가방 같은 제품들은 튼튼한 놈으로 구매해서 10년이고 20년이고 떨어져 도저히 사용하지 못할 때까지 입고, 신고, 들고 다닙니다.

지인들이 저의 집에 오면 생각보다 옷이 적다고 놀라시곤 할 정도거든요.

그런데 음식재료를 보면 자제가 안 됩니다.


그나저나 로컬 마켓 오픈 시간이…. 두어 시간 기다려야 했습니다.

책을 만지작거리고, 핸드폰도 들어보고, 빨랫감도 찾아보고, 분리수거할 물건도 만지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드디어 시간이 왔습니다.

챙 넓은 모자를 쓰고 장바구니를 들며 ‘꼭 버섯과 마늘 그리고 쌈 채소만 사야 해!’라고 다짐하듯 집을 나섰습니다.


장바구니가 들어있는 조그만 카트를 밀며 농민들이 정성 들여 키운 먹거리들이 놓여있는 진열대 사이를 누비고 다닙니다.

쌈 채소를 둘러봅니다. 적상추와 청상추가 섞인 녀석을 골랐습니다. 깻잎도 한 묶음 집어 담았지요.


여름, 옥수수가 자연스레 생각나지요.

참 신기한 것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바뀔 때마다 계절 음식이나 재료의 맛이 입안에서 왔다 갔다 한다는 겁니다.

입안에 맛 타이머를 설치한 것도 아닌데 말이죠.

이 말은 버섯보다 옥수수를 장바구니에 먼저 담았다는 핑계를 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잠시 고민했습니다.

상추와 깻잎을 다시 가져다 놓을 것인지 아니면 버섯도 살 것인지.

내일 다시 와서 버섯을 사더라도 오늘은 버섯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장바구니에 복숭아까지 넣어 집으로 돌아왔지요.


껍질을 벗기고 깨끗이 씻은 옥수수를 찜기에 넣어 찌고 있습니다.


식이섬유가 많은 옥수수, 변비 있는 분들이 드시면 좋지요. 거기다 지방도 적고 칼로리도 92 정도로 낮아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아주 좋습니다. 생으로 먹을 수 없어 삶고, 찌고, 구우면 최대 132kcal까지 올라가지만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요.

하지만 필수 아미노산이나 비타민, 무기질 같은 영양소가 부족해 한 끼 식사용보다는 간식으로 먹었나 봅니다. 그러니 다이어트한다고 옥수수만 식사 대용으로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겠지요.


위 내용으로 보아 어림짐작하시겠지만 저는 옥수수를 이용해 무언가 만들 것이라는 말을 에두르는 겁니다.


우선 잘 쪄진 옥수수를 하나 들고 알맹이 하나씩 떼어먹으며 남은 옥수수 중 하나를 집어 들었습니다.

알을 하나하나 떼어냈지요.

이 귀찮은 짓을 왜 하고 있는지 저도 제가 이상하다 인정했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옥수수를 사 와서 오전 나절을 다 보냈습니다.



냉장고에 전에 만들었던 생토마토 소스가 있습니다. 냉동실에 삶아 놓은 병아리콩과 귀리가 있지요. 그 옆에 깨끗이 씻어 넣어둔 완두콩도 있습니다.

그럼 감자를 껍질을 깎고 옥수수보다 조금 크게 썰어 물에 담가, 감자의 전분기를 빼놓아야겠습니다.





프레쉬 토마토소스에 옥수수, 귀리, 병아리콩, 완두콩을 넣은 웜 샐러드.
fit 구운 감자


1. 귀리는 냄비에 넣고 물을 넉넉하게 붓습니다. 그리고 푸우욱 아주 푹 삶아줍니다.

2. 반나절 물에 넣어 불린 병아리콩도 냄비에 물을 넉넉히 붓고 익을 때까지 삶아줍니다.

3. 소금을 (완두콩의 녹색을 유지하기 위함입니다) 살짝 넣은 물에 완두콩을 익혀 줍니다.

4. 찐 옥수수의 알맹이를 사용했습니다.

5. 감자는 껍질을 까고 콩보다 조금 크게 썰어 물에 담가 감자에 들어있는 전분을 빼줍니다. 전분이 빠진 썬 감자의 물기를 제거해 줍니다.

(위 1.2번은 미리 준비해 냉동실에 넣어 둔 것을 준비했습니다.)



요리하기


- 달궈진 프라이팬에 기름을 살짝 두릅니다. 센 불로 올리고 물기를 제거한 썬 감자를 넣고 재빨리 기름이 골고루 섞이도록 뒤적여 줍니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감자는 약한 불에서 서서히 익혀 줍니다.

- 감자 한 개를 꺼내 먹어보고 익었다 싶으면, 썬 감자를 담았던 그릇에 물기를 제거하고 감자를 다시 넣고 소금과 후추를 뿌려 섞어줍니다.


- 감자를 익혔던 팬에 옥수수, 귀리, 병아리콩, 완두콩을 넣고 살짝 볶아 물기를 제거합니다.


- 팬에 프레쉬 토마토소스를 넣습니다. (소스 만드는 레시피는 아래 링크에 있습니다.)

- 소스와 재료를 잘 섞어줍니다. 그리고 끓이다 보면 수분이 증발할 수 있으니 육수나 물을 반 컵 정도 넣어주세요.


- 옥수수, 귀리, 병아리콩, 완두콩에 토마토소스의 맛이 스며들 수 있도록 보글보글 끓여주세요.

- 간을 보고 소금이나 후추로 간을 맞춰주세요.

- 그릇에 웜 샐러드를 담습니다.

- 감자를 올립니다.

- 치즈를 올립니다.

- 말린 딜을 올렸습니다.



드디어 한 끼 식사가 마련됐습니다.


알알이 남은 옥수수는 잘게 나누어 냉동실에 넣었습니다.

냉동실 문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이 빠지고 한숨이 새어 나왔습니다.

냉동실에 쟁여있는 음식 재료만 보면 한동안은 마트엔 가지 않아도 되겠네요.

그런데 과연 제가 그럴 수 있을까요?

집에서 로컬 마켓이 가까워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다음 일은 다음으로 미루고요.

배가 고파 먹던 밥부터 마저 먹어야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건강한 여름 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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