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슈퍼 블랙 푸드인 김을 세계인이 찾는다더군요
김밥
김밥을 만들려면 김과 밥이 필요합니다.
김은 바닷속 홍조식물을 채취해 얼기설기 납작하게 펴서 말린 것입니다. 가로 27, 세로 19. 까맣고 종잇장처럼 얇고 길쭉한 네모입니다. 두툼하고 커다랗게 말린 김 뭉텅이도 있으나 자반이나 국 같은 음식을 만드는 용도로 쓰이죠.
김의 종류에는 우리가 가장 많이 먹는 재래 김이 있고요.
돌에 붙은 김을 따서 말린 돌김. 거칠고 투박하지만, 맛이 재래 김보다 강하지요. 특히 단맛이 많이 돌지요. 김밥용보다는 구워서 양념간장 찍어 먹는 방법을 권합니다.
파래김은 김과 파래를 섞어 만든 김입니다. 거칠고 톡톡 올라오는 쌉쌀한 맛과 푸른 바다향이 매력적이죠. 김이 섞여 있지만 김 맛보다는 파래의 맛과 향이 짙습니다.
감태김은 파래김과 색이 비슷하지만 파래와 감태는 다른 해조류입니다. 파래보다 감태가 더 얇고 매생이보다는 굵습니다. 부드럽고 쌉쌀한 감칠맛이 특징입니다. 파래보다 조금 비싸다는 이야깁니다.
곱창김은 돌김과 같은 종류인데 돌김보다 거칩니다. 요즘 곱창 김이 재래 김보다 높은 몸값으로 판매되지요. 우리 집에도 곱창 김 한 축이 한지에 쌓여 냉동실에 있습니다.
김은 바닷속 식물이라 약간 짭짭한 맛에 감칠맛이 올라오죠. 거기다 입안에 조각조각 묻은 김의 여운에 단맛은 계속됩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좋아하는 음식이란 건, 절대 맛은 묻고 따질 사항은 아니라는 것 같습니다.
김 100g에 들어있는 단백질은 콩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했어요. 특히 무기질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인 김은 고기를 안 먹는 사찰에서도 상에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반찬 중 하나입니다. 아침에 엄마가 입에 넣어주던 몇 개 안 되는 하얀 쌀밥을 싼 김밥이 든든했던 이유였나 봅니다.
밥
하얀 쌀밥도 좋고 보리를 넣은 보리 쌀밥이나 흑미를 넣은 검은 밥, 콩을 넣은 콩밥을 갓 지어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따뜻한 밥이 필요합니다.
살랑살랑 불 위에 구운 바삭한 김에 밥을 쌉니다. 아무런 양념도 하지 않은 조선간장에 찍어 입으로 들어갈 준비를 마치죠. 입가에 다다른 밥을 싼 김의 짭조름하고 달달구리한 향이 콧구멍으로 들어오며 목구멍 안에서부터 혓바닥 끝까지 침이 솟아나기 시작. 입안으로 들어간 김밥은 씹을수록 침과 섞여 맛은 한층 달아오릅니다. 밥에서 품어내는 뜨거움에도 뱉어버리지 못하고 허허 호호 소리를 내며 뜨거운 김만 입 밖으로 내보냅니다. 꿀꺽 삼키자마자 김 한쌈 준비합니다.
요래 간단히 싸 먹어도 맛있는 김밥.
기다란 둥근 김밥, 네모난 김밥, 세모난 김밥, 꼬마김밥, 미니 김밥, 누드 김밥, 모양도 다양한 김밥.
해의(海衣), 해태(海苔)라 불리는 김을 옛날이야기책인 삼국유사에 신라 시대부터 먹기 시작했다고 나옵니다. 그렇다면 아주 오래전부터 김밥을 먹었다는 이야기죠.
살펴보면 충무김밥이라 불리는 김밥은 맨밥을 구운 김에 돌돌 말았습니다. 어쩌면 간단하고 오래된 형태의 김밥이었을 겁니다. 어부들이 간단히 허기를 때우기 위해 한입 먹기 좋은 크기의 김밥과 김치와 반찬을 싸서 배에 탔다고 합니다. 전해오는 이야기로는 밥 안에 반찬을 넣었더니 상하기 일쑤였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김밥 따로 반찬 따로 준비하게 된 것이지요. 소금으로 간한 주먹밥을 김에 감싸서 일터에 가지고 갔다는 이야기도 있었지요.
김밥 하면 일본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으시더군요. 화려함 때문일까요? 아니면 단무지?
사람들의 입을 타고 오는 이야기엔 20세기 초 일본에 의해 억압을 받던 시절 우리나라 김밥 문화가 일본의 영향받아 발전했다 합니다.
우리나라 김의 역사는 일본을 앞섰다는 이야기는 아시는지.
일제강점기, 암울하던 그때 그들이 일본보다 질 좋고 맛 좋은 우리 김을 싹 쓸어갔습니다.
그러곤 우리나라 김으로 일본요리를 고급지게 탈바꿈해 발전시켰다는 겁니다.
해방 후에도 질 좋은 김은 일본으로 팔렸다죠. 그러고 보니 전복도 그랬네요.
우리 김을 뺏긴 우리 서민들에겐 김이 비싸고 귀한 재료가 되었다는 거 아닙니까.
광양에 가면 ‘김시식지’라는 유적 전시관이 있습니다. 김여익(1606년~ 1660년)이라는 분이 1640년부터 최초로 김 양식을 하셨다 합니다. 지금은 김 양식하던 장소에 제철소가 건설돼 사라졌지만, 그분이 살던 집은 남아있어 전시관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바다를 덮은 이불이란 해의(海衣)나 바다의 이끼라는 해태(海苔)라 불리던 것을 김여익 선생님의 성을 붙여 ‘김’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그들이 보관한 자료에 의하면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77년이 늦은 1717년에 종이 같은 김의 형태가 처음 만들어졌다고 하지요.
말하자면 고추가 일본에서 들어왔다는 확인이 미약한 말과 유사한 미확인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맛 좋은 영양식이라 주목받는 김이 세계인들에게 환호를 받고 있습니다. 세계 속 한·중·일 세 나라만 생산하는 김의 원조싸움은 거세지고 치열합니다.
생각해 보면 스무 살 어린 나이에 외국에 살았을 때입니다. 다양한 외국인 친구들에게 김은 일본 음식이라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도 김이 있다며 구운 김을 학교로 들고 간 적도 있었지요. 두툼하고 뻑뻑하며 짜고 단 일본 김보다 들기름을 발라 소금을 살살 뿌린 우리 김을 좋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김의 두께를 조절하는 기술은 우리나라가 세 나라 중 으뜸이라는 걸 아시나요?
재래김보다 얇은 김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은 우리에게만 있답니다. 중, 강, 약 자유자재로 선택할 수 있지요.
그래서일까요. 우리 김을 더 선호한다고 합니다.
가수 화사가 유행시킨 뜨거운 김부각이 떠오릅니다.
언제부턴가 시중에 팔고 있는 김밥용 김은 아마 일본과 한국의 김 두께의 중간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세상 참 좋아졌습니다. 김밥용 김을 따로 팔다니요.
예전엔 김 한 축, 그러니까 100장이 묶음으로 된 김을 종이에 싸서 다시 커다란 비닐에 넣어 보관해 사용했습니다. 그랬던 김에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바르고 소금을 살살 뿌려 구워 먹었지요. 맨 김을 구워주면 짜증을 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러다 시판용 기름 발라 구운 김을 시장에서 묵음으로 팔기 시작했고, 이윽고 한입 크기의 구운 김이 공장에서 생산되어 다량으로 짜잔 하고 나타났습니다. 그 덕에 엄마들의 바쁜 아침 시간이 여유로워졌지 않았을까 싶네요.
여기에 주머니 사정의 혁명, 천 원 김밥이 등장했습니다. 김밥 전문 분식집이 등장했습니다. 소풍날, 운동회날이면 새벽부터 일어나 밥 짓고, 썰고, 굽고, 무치고 말아야 하는 김밥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거였죠. 맛과 모양 면에선 엄마가 예쁘게 싸서 한입 크기로 잘라 도시락에 넣어주신 김밥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저렴하고 조금만 웃돈을 얹어주면 다양한 김밥을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단무지, 시금치나 부추, 당근, 우엉, 햄이 든 기본 김밥에 참치 추가 참치김밥, 치즈 추가 치즈 김밥, 볶음김치 추가 김치김밥 그리고 야채 김밥이 기본이었습니다. 그러나 김밥전문점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김밥 종류에도 경쟁이 붙었으니. 돈가스에 양배추 샐러드, 삼겹살에 쌈채와 쌈장, 마요네즈에 섞은 참치, 매콤한 멸치나 진미채, 갖가지 치즈, 새우튀김과 타르타르, 불닭, 날치알, 소고기, 계란말이, 낫또, 스팸, 훈제오리가 들어간 김밥에 맵기가 조절되는 김밥, 김이 안으로 들어간 누드김밥 등 셀 수 없이 많은 김밥이 김밥전문점 메뉴판에 꽉 차 있습니다.
거기다 한우 불고기, 랍스터, 각종 회, 송로버섯, 갈비, 육회, 국산 새우 등 풍미 가득한 최고급 재료가 들어간 시각적을 황홀한 김밥이 등장했습니다.
급기야 냉동김밥도 수출하고 있지요. 앞으로 김밥이 어디까지 진화되는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김밥이야기를 했으니 저도 김밥을 만들어 먹어야겠습니다.
요 며칠 냉장고를 열면 마음이 풍성해지고 뿌듯합니다. 냉장고 안에 무나물, 고비나물 그리고 고구마 줄기 나물을 나란히 놓아서일까요.
오늘도 나물 하나를 더 만들어 볼까?
호박나물? 아니야 노각나물? 글쎄... 요즘 토란대는 어떨까? 고춧잎도 나오던데. 로컬마트에 갈까 말까. 고민했지만 있는 반찬부터 먹기로 했습니다.
단무지가 없어 노각을 무칠까 했지만, 간단히 먹기로 했습니다.
아파트 앞, 작은 마트에서 단무지를 사 왔습니다. 단무지는 물에 담가 짠맛을 빼주고, 다시 건져 물기가 빠지도록 채에 바쳐두었습니다.
달걀을 꺼내 소금 약간, 후추 아주 조금을 넣고 풀어 주었습니다. 지단 팬에 달걀 물을 부어 부쳐줍니다. 작은 크기로 쓰지 않고 장으로 쓰려합니다.
당근은 껍질을 벗기고 채 썰었습니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볶아줍니다. 소금을 살짝 넣었습니다.
하얀 쌀밥이 아닌, 보리, 수수, 병아리콩, 귀리가 섞인 밥에 고추장 한 숟가락, 매실액 약간, 참기름 주르륵 뚝, 살짝 간 참깨를 넣어 비벼줍니다.
냉장고에 있는 무나물, 고비나물 그리고 고구마 줄기 나물 꺼냅니다.
김을 깝니다.
밥을 김 위에 펴줍니다. 콩이 약간 거치적거리지만 괜찮습니다.
밥 위에 달걀지단 한 장을 올립니다.
달걀지단 위에 무나물, 고비나물 그리고 고구마 줄기 나물, 볶은 당근 그리고 단무지를 올립니다.
달걀지단으로 무나물, 고비나물 그리고 고구마 줄기 나물, 볶은 당근 그리고 단무지를 잘 말아줍니다.
무나물, 고비나물 그리고 고구마 줄기 나물, 볶은 당근 그리고 단무지를 말은 달걀지단을 밥이 올려진 김으로 꼭꼭 눌러 말아줍니다.
한입크기로 썰어 줍니다.
접시에 담습니다.
접시에 담긴 김밥을 보고 후회했습니다. 조금만 부지런 떨어 새콤달콤 매콤한 노각나물을 단무지 대신 넣었다면 완벽한 한국식 김밥이었을 것인데.
아! 병아리콩은 어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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