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황석희'
번역계에서 베테랑으로 자리 잡은 황석희 번역가의 진솔한 일상 에세이입니다
데드풀의 재기 발랄한 번역으로 유명하고 현재 번역가 중에서 제일 인지도가 높은 분 같은데요
번역에 대한 노하우나 번역가가 된 계기, 번역 에피소드와 애환 그리고 딸과 함께 부부번역가의 작업실 겸 집에서 사는 일상에 대해 담담하게 그러나 진솔하게 쓰셨습니다 글도 쉽게 잘 넘어가고 진솔해서 읽는 재미가 있는데요 다만 표지가 좀 무섭죠 영화 마지막 자막에 뜨는 글자를 의도하고 제목을 짓고 표지도 저렇게 시커멓게 만든 것 같은데 제목도 검색이 잘 안되고 배경도 좀 더 밝은 색이면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구성은 아래와 같습니다
1부 최대 두 줄 한 줄에 열두 자:번역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2부 나는 참 괜찮은 직업을 골랐다:이 직업을 고르기까지의 이야기,보람,에피소드(애플 드라마 파친코 등)
3부 1500가지 뉘앙스의 틈에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SNS관련, 에피소드(드라마 런온)
막노동하는 아버지와 파출부일을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가난하게 어린 시절을 보내셨으며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중 잘되지 않아 우연히 발을 들인 곳이 번역계였다고 합니다 번역하신 영화나 드라마 관련 에피소드가 좀 있어서 영화나 드라마를 즐겨 보는 저는 재미나게 보았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와 얽힌 일화가 참 마음이 아프면서도 뭉클하더라구요
번역이나 영화나 드라마에 관심 있으신 분은 소소하게 읽으실 수 있으실 거에요
몇 가지 인상적인 구절이 있어서 옮겨봅니다
언어란 복어에 가깝다 누구나 맛있게 즐길 수 있지만 작은 무지나 실수로 치명적인 독을 품기도 한다. 황석희는 언어를 복어처럼 다룬다(김이나 작사가 추천사)
좋은 번역은 완벽하게 투명한 유리 같아야 한다는 통념이 있지만 진정 훌륭한 번역은 현실의 거울처럼 작은 얼룩들과 결함들이 있는 번역이다(100)(주:진정한 번역은 번역자의 인성이 느껴져야 한다는 뜻으로 자막은 영화 번역가가 사는 집이니 문맥상의 의역, 영화 속 캐릭터를 반영한 번역, 두 줄에 넣기 위해 의도적으로 단어를 붙여 쓰는 띄어쓰기에 태클 걸지 마시라)
아버지일을 겪은 후로 사람을 대하는 게 조금 달라졌다 모든 사람에게 살갑게 대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일부러 상대를 아프게 할 필요는 없다 살면서 만나는 모든 사람은 저마다 당신과의 마지막날이 있다 그래서 소중한 사람은 물론이고 싫은 사람이라도 마지막 인사는 무던히 하는 게 좋다 그저 덤덤하게 후회가 남지 않을 만큼은 인사하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139)
(주:'쓰리 빌보드' 무대인사 이야기를 하시며 꺼낸 이야기입니다 영화속 부녀처럼 살갑지 않은 사이였던 작가님과 아버지는 그 날도 통화하다 다투었고 평생 보지 말자 고함을 지르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영화처럼 아버지는 그 날 갑작스런 사고로 현장에서 바로 돌아가셨고 그 단어 하나하나 그 뉘앙스까지 생생하게 떠올라 괴롭다고 합니다)
당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때때로 상기시켜 주는 것, 그게 모든 죽음들이 남기는 유산(206)
언제부터인가 말이 마음처럼 나오지 않는다 아는 단어인데 입밖으로 내려면 떠오르지 않아 고민이었다. (중략)생각의 속도가 말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병목현상이 일어나는 것이었다. 기운 빠지지만 나이듦은 자연스러운 것이니까. 말의 속도를 생각의 속도에 맞추면 된다.
하다보니 생각보다 좋은 점이 많다. 말을 뱉는 속도가 느려지니 단어를 신중하게 고르고 내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느낌이 들고 의도한 건 아니지만 내 이런 말투가 신중하고 진중한 사람이란 인상을 준다니(236) (주:럭키비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