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여행기 02] 사하라사막, 모로코

사하라 사막에서의 2박 3일

by 생강







페즈에서 고속버스같이 생긴 수프라 버스를 타고 9시간 30분을 달려 메르주가에 도착했다.

밤에탄 버스는 잠결에 보기에도 창문으로 별이 참 많이 보였는데, 가로등이 없는 곳을 지나다보니 어둠속에 어디가 땅이고 하늘인지 구분이 안가 신비로움과 불안감을(?) 동시에 느끼며 잠을 깊이 자지는 못했다. 버스방송이 따로 없어 기사님이 하실라비드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허겁지겁 내렸다. 내린곳에 캠프 안내자분이 서있어서 그분 차를타고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 주변도 불빛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숙소를 등지고 앞을 보면 눈을 감고있는것처럼 어두웠는데, 숙소 예약을 따로 하지는 않아서 휴게실 벽난로에 몸을 녹이며 해가 뜨기를 기다렸다. 근데 아직도 해가 뜰때의 충격은 잊을 수가 없다. 창밖으로 빛이 들어와서 밖으로 나가보니 새벽 내내 어둠처럼 보이던 곳에 사하라 사막과 수많은 낙타들이 있었던게 아닌가! 저곳에 가서 2박3일을 보낸다니 너무 두근거렸다. 여유롭게 있다가 점심쯤에 인원이 다 모이자 짐을 챙겨 낙타를 타고 사막캠프로 출발했다.



해뜨는 새벽 숙소앞 풍경
해가뜨니 벽난로가있는 휴게실에도 빛이 들어왔다


사하라사막에서의 2박3일동안 아주 특별한 활동을 하지는 않았다. 낙타를 타고 이동하거나 간식과 민트티 먹기. 추운 밤에 모닥불에 모여앉아 사람들과 수다떨기. 샌드보딩을 하거나 사막을 산책하기. 모래에 누워서 노을보기. 새벽에 나가서 별보기. 그런 것들을 했다.


그런데 난 한순간도 빠짐없이 그 시간이 너무너무 좋았는데,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원래 하던 여행과 다른것이 가장 큰 것 같았다. 사람에치여 랜드마크를 대충 눈에 담고 돌아오는 여행이 아니라 사방 천지가 랜드마크인 곳에서 이틀동안 보고 만지고 눕고 구르면서 온몸으로 느끼는 평화로움은 나한테 끝내주게 특별했다. 퇴사했다는 자유로움이 갑자기 실감나는 순간이었달까.



노을이 질때면 꼭 다같이 앉아 노을멍을 때린다.
샌드보딩을 하는 보드, 낙타는 생각보다 크고 무서운소리를 낸다.


사하라 사막은 낮이 정말 예뻤다.

사막에 가고싶었던 제일 큰 이유는 그냥 밤에 쏟아지는 별이 보고싶어서였다. 그런데 직접 경험한 사하라 사막은 의외로 밤보다 낮이 더 좋았다. 파란하늘과 대비되는 붉은땅, 사방으로 보이는 지평선, 해 위치에따라 변하는 듄 그림자, 해가질때쯤 유난히 더 붉어지는 모래색, 발과 손 사이로 들어오는 부드러운 사막의 촉감, 안전하게 느껴지는 정적. 사막의 낮은 내 생각보다 훨씬 아름답고 경이로웠다.



낙타를 타고 지나가며 찍은 다양한 듄 모습
해가 지기시작할때의 사막


당연히 밤 풍경도 당연히 엄청나게 멋지긴했다. 기억에 남는 건 캠프안내자분들이 달이 져야 별이 잘보인다고 이야기해준 건데, 난 평생 달빛이 얼마나 밝은지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근데 정말 달이지니까 하늘에 별이 훨씬많이보였다. 사방이 지평선이라 사하라사막은 하늘이 참 넓은 범위로 보이는데 그곳에서 쏟아지는 별들은 그저 자연의 위대함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서늘한 밤공기와 어울리는 까만 사막 실루엣도 정말정말 예뻤다.



달이 지고 찍은 하늘사진. 다음엔 더 좋은 카메라를 가져가야겠다.


캠프 생활을 도와준 베르베르인 모하와는 2박 3일간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자하게 웃고 뭐든 들어주려는 친절한 모하는 내 어처구니없는 질문에 모두 정성껏 답해주었다. 모하를 붙잡고 이것저것 참 많이도 물어봤는데 모하가 해준 이야기들은 다 너무 신기하고 소중했다.


모하는 40년 한평생을 여기있었고, 사하라를 정말 사랑하며 사하라 사막은 모하에게 엄마같은 존재라고 말해주었다. 우리가 타는 낙타는 모두 수컷이고, 암컷은 새끼를 길른다는것. 낙타는 잠을 자지않는다는것.(진짜일까? 알수없다) 베르베르인들은 낙타우유를 먹는데 내가 먹으면 탈이 날거라는 것. 여름의 사하라 사막은 50도 정도 되지만 그래도 두꺼운 젤라바를 입는 겨울보다 여름이 좋다는 것. 6개월된 어린낙타를 키운다는 것. 사하라사막에는 샌드피쉬, 사막토끼, 사막여우, 스콜피온, 풍뎅이, 캥거루쥐 같은 동물들이 산다는 것. 성인 낙타는 아마 400키로정도 되고, 낙타의 수명은 30년 정도라서 6살부터 사람이 타고다닐 수 있다는 것. 베르베르인들은 다 베르베르노래와 악기를 할 수 있다는 것 등등..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가장 기억나는 순간은 둘째날 낮에 사막에 엎드려 내가 아침에 본 발자국을 모래에 그리며 모하에게 무슨 동물인지 물어보던 때이다. 곡선만있는 발자국은 뱀이고, 발이 많은건 아마도 도마뱀이었을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모하는 풍뎅이 발자국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래에 그리며 설명해줬다. 그 때, 갑자기 나는 모든 것이 신기했다. 북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 사는 베르베르인 모하에게 그가 알고있는 것들을 듣게되다니. 그것도 그 사람이 태어난 땅에서. 그 순간에 ‘아! 이거지. 이게 바로 내가 하고싶었던 여행이지!’ 생각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밤새 온갖 동물들의 발자국들이 찍혀있다.


하루에도 몇잔씩 먹던 따뜻한 민트티. 태어나서 처음 기다린 달이 지는 시간. 발로 사막을 느끼며 소소하게 나눈 이야기들. 불앞에 앉으면 이상하게 진심을 나누던 사람들을 나는 아마 평생 잊지못할 것 같다. 사하라사막은 내 평생 최고의 여행지였다. 역시 난 자연여행이 체질이야!



사하라사막에 대해 멋지게 설명한 네이버 지식백과



* 나는 카멜라이딩이 엉덩이가 그렇게 아픈줄몰랐다. 생각보다 높아서 2m가 훨씬 넘어보였는데 여기서 떨어지면 그대로 죽을것같아 손이 부서져라 꽉 잡았다. 마지막날 새벽 다섯시에 낙타를 타고 나갈때는 별똥별이 많이 떨어졌는데, 어둠속에서 낙타를 타는게 무서워서 낙타움직임에 집중하느라 나는 별은 하나도 보지못했다. 일행들은 살면서 그렇게 많은 별똥별은 처음봤다고 했다.

* 사하라사막의 단점은 2박3일동안 세면대 물로만 씻어야한다는 것과 낮과 밤의 온도차가 심하다는 것.. 그 두가지이다. 특히 1월 사막의 온도차는 극과극이라서 얇은긴팔 하나 입어도 더운 낮과 달리 밤에는 옷을 4~5개 입고 이불도3개 덮고, 핫팩을 쥐어야 따뜻하게 잘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퇴사여행기 01] 페즈, 모로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