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저티프로젝트 창립 8주년 기념 백일장
2014년 4월 3일은 진저티프로젝트가 처음 시작된 날입니다. 2022년인 올해로 벌써 창립 8주년을 맞았네요. 4월 3일 당일은 일요일이어서 케이크의 촛불을 불지도 않고 조용히 지나갔지만, 그다음 날인 4월 4일 월요일 주간회의에서는 창립멤버이자 그 주의 주간회의 담당자였던 현선님이 백일장을 열었습니다. 시제는 바로 '진저티의 유산'. 진저티플이 각자만의 방식으로 써 내려간 글을 한 데 모아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이고, 앞으로는 어떤 것이 우리에게 남으면 좋을까요?
최예은 RecreaTeave Digger
'가치 있는 것, 본질을 대대로 물려주는 것'
가치 있는 것, 본질을 대대로 물려주는 것이 유산 같다. 진저티에 들어온 기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진저티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가치는 알 것 같다. 사람의 일을 한다는 것.(사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존중하며, 편견 없이 융합하는 것)
진저티의 창립멤버가 아닌 두 대표님인데도 흔들리지 않으시고 진저티의 본질이 잘 지켜지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을 받았다. 보통 회사의 대표가 바뀌게 되면 회사 색깔이 바뀔 수도 있고 문화가 바뀔 수도 있는데 그런 부분이 전혀 없었다. 20년 후, 30년 후의 진저티를 생각해 본다면 대표님들이 바뀌어도 이 조직의 문화는 그대로 남아있을 것 같다.
이게 유산이 아닐까?
김영재 HoodTea Busker
'어떠셨어요?' & '한 사람'
내가 생각해본 지금까지 진저티가 남긴 유산은 ‘어떠셨어요?’이다. 내외부로 진저티플이 만나는 사람마다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자, ‘편견 없이 앞사람의 마음을 들을 준비가 되어있다는 태도’이다. 이 유산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서로에게 솔직할 수 있고, 연결된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맥락 속에서 본질을 찾으려 하는 태도까지 연결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우리를 나타내는 가장 핵심적인 유산이다.
앞으로 남았으면 좋겠는 유산은 ‘한 사람'이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중 ‘한 사람'이라도 한 줄기 빛을 얻어 변화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기도 하고, 한 사람 한 사람마다 정성을 다해 듣고 섬기고자 하는 다짐일 수도 있다. 물론 그 다짐은 이미 진저티 안에 내재되어 있다고도 생각하지만...! 한 사람이 자신의 삶에서 발견한 그 빛이 그 무엇보다 위대한 유산이지 않을까?
홍승현 MoTeavation Amplifier
'유산은 새로 만들어진다'
한자로 ‘유산’은 남길 유遺자에 낳을 산産자를 쓴다. 영어로 heritage는 achievement로 설명이 된다. 유산이라는 것은 결국 전 세대의 결과, 성취를 말한다는 뜻이다. 이 해석이 인상 깊은 이유는, 결과와 성취라는 것은 어느 시점에서 끝난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그 유산이 의미 있는 이유는 다음 세대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유산이라는 것은 무한하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한 세대에서 남긴 것을 다음 세대가 받아서 새로 남기고, 또 그다음 세대가 받아서 남기는 방식으로 연속성을 가져간다.
유산을 받았다고 하면 마치 영원의 시간 동안 변함없이 지켜야 할 것으로 생각해왔지만, 사실 유산은 계속 전해지고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저티프로젝트의 유산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진저티의 문화는, 진저티의 색은 계속해서 변화를 가져간다. ‘진저티스러움’은, 그 유산은 어딘가에 묶어두고 지키며 오래된 관습으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앞의 세대로부터 전해받아 새롭게 만들고 또 다음 시간의 흐름에 전달해야 진짜 의미 있는 무언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고가은 CollaboraTeave Infuser
'진저티가 가꾼 내면'
유산 =앞 세대가 물려준 사물 또는 문화.
주말에 책을 보며 ‘체계(외면)가 만들어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면을 가꾸는 것.’이라는 문장이 주말 내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나와 진저티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는데, 진저티를 인격화하면 이 내면이 유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진저티는 어떤 내면을 가꾸었다고 할 수 있을까.
세상의 기준에서 이해가 안 되는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굳이 어려워 보이고 힘들어 보이는 길을 택하는 그 선택들이 나는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입사하기 전 진저티프로젝트는 충분히 연차가 오래 쌓인 사람들만 일하기 좋을 수 있던 구조였는데, 청년활동지원센터에서 청년들과 함께 일하는 경험을 하면서 더 새로운 세계로 확장하는 진저티의 첫 시작이 수많은 어려운 선택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그 선택이 청년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하는 경험,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져 지역과 청년이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만들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무모한(?) 선택을 하지 않았으면 지금의 나, 승현님, 예은님, 영재님이 있을 수 있었을까.
진저티의 무모한 선택들은 사람을 뽑는 과정에서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에서도 보인다. 나는 이 선택들을 따뜻한 선택이라고 말하고 싶다. 프로젝트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정성스럽게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굳이 굳이 이렇게까지?하는 행동을 하며 가서 돕고, 이 따스함이 조직과 개인에게 스며들었을 때 그들이 살아나는 경험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나도 그 유산을 자연스럽게 이어받아 그 태도와 환경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는 요즘이다.
안지혜 CaTEAlyzing Pioneer
유산은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다. 유산은 시간을 뛰어넘는다.
유산은 과거이지만 현재에 영향을 미치고, 현재의 선택과 결정은 미래를 만든다.
유산은 과거에서 현재까지 지켜온 것인 동시에, 미래를 위해 지키고 싶은 것이다.
유산은 존재의 정체성이다.
자신이 어디에서 어떻게 온 존재인지를 기억하게 하고, 그래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잃지 않도록 한다.
정체성은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자신이 자신을 어떤 역할과 정체성으로 바라보는지에 따라 자신의 행동이 결정된다. 그리고 그 행동들이 쌓여 미래를 만든다.
유산은 기억함으로써 존재한다.
기억되지 않는 유산은 자신의 정체성을 잃는다.
표면적으로 보기에 가장 소극적인 행위일 수 있는 기억이 현재를 위한 가장 적극적인 행위가 된다.
유산은 유한한 시간을 넘어 무한으로 연결된다.
유산은 정체성을 넘어 무한한 가능성이 된다.
김고운 EmpaTea Connector
'명령과 순종'
요즘 “진저티-스럽다”, “진저티-스럽지 않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진저티스러움”이 뭘까. 진저티를 거쳐간 혹은 현재 속한 수많은 이들이 각자의 때에 같은 공간을 향유하고 이곳에서의 훈련의 시간을 보낸다. 각기 다른 일과 관계의 경험들을 갖고 와 이곳에서 비로소 나답게 있는 경험, doing보다 being으로 있는 경험을 맛본다.
진저티는 어디로 흘러갈까. 나는 어디로 갈까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연결된 무수한 모먼트들에서 여기에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리마인드의 자정작용이다. 이것은 개인, 조직, 나아가 이웃 공동체로까지 가야 하는 헌신의 책임과 의무 또한 존재한다.
사람들은 바뀌어도 유산은 단단하게 뿌리내린다. 혹은 공간이 바뀌어도 이 유산을 갖고 갈 수 있을 것. 유산은 명령을 앞설 수 없다는 사실 또한 기억하고 싶다. 이 유산이 너무 좋다고 해도 때가 오면 흩어야 될 순종의 마음 또한 있어야 할 것.
강진향 CreaTeave Mediator
'리더의 결정과 헌신' & '커피 잔 넘겨주기'
진저티 8주년. 한 해 한 해 받은 유산이 달라지는 것 같다. 그 전에는 ‘선택할 자유' ‘규칙 없음' ‘내가 원하는 것을 실험할 수 있는 자유와 책임'을 배웠다면 오늘 지하철에서 리더십 관련 책을 읽고 와서인지, 지금 내가 받은 유산은 ‘리더의 결정’과 ‘헌신’인 것 같다.
“작년에 받았던 그 커피 잔 말이죠, 그건 저를 위한 커피 잔이 아니었습니다. 국방차관을 위한 커피 잔이었어요. 사실 저는 일회용 컵이 어울리는 사람이었습니다. (중략) 직급이나 지위에 따라 누리는 복리 후생과 각종 혜택은 사실 여러분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담당하는 역할을 위한 것이죠. 훗날 그 자리에서 내려오면 후임자에게 커피 잔을 건네게 될 겁니다. 당신은 원래 일회용 컵이 어울리는 사람이었으니까요.”
- <리더 디퍼런스> 중
공동대표 2년 차, 진저티는 매년이 새로운 조직이지만 올해는 조직 전체가,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더욱 into the unknown으로 다가온다. 사실 위의 책에서 나오는 리더의 혜택이란 진저티에서 굉장히 미미하다. 이 책의 원제는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인데, 진저티만큼 이를 실천해온 조직이 있나 싶다.
리더로서 내가 잘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더 잘해야지 하는 마음은 작년에 버렸고, 지금 하는 선택이 나를 위한 선택인지 모두를 위한 선택인지 분별할 수 있는 지혜가 많이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리더의 선택과 헌신은 진저티 재직 연차 3순위인 내겐 어떤 스톡옵션보다도 귀한 유산이다. 위의 인용구처럼, 다음 리더에게 커피 잔을 건넬 때 그 안에 또 다른 유산이 담겨 있기를 바라본다.
홍주은 Tea Learning Facilitator
'우리가 전하는 메시지가 우리의 일상이 되는 것'
지난 수개월간 나는 ‘쓰는 사람’의 정체성을 갖고 살고 있다. 진저티를 거쳐간 11명의 고등인턴들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데, 쓰다보니 자연스럽게 고등인턴이라는 실험이 가능했던 그리고 고등인턴 한 사람 한 사람이 성장하고 전환(turn)할 수 있었던 환경으로서 진저티의 조직 문화를 정리하게 되고 또 담게 된다.
진저티를 잠시 거쳐간 고등인턴들은 물론 진저티에서 8년을 몸 담아온 내 안에도 진저티의 문화와 유산이 배어있다. 글을 쓰다 보니 점점 더 선명해지는 것은,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 -그것이 만남이든, 선택이든, 결정이든, 연구든, 출판이든, 교육이든- 이 우리의 일상이 되도록 각자 저마다의 삶의 실험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전하는 메시지가 곧 우리의 일상이 되는. 개인과 조직의 건강한 변화를 위한 실험실이라는 우리의 정체성은 곧 진저티플 개개인 역시 실험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우리의 그리고 각자의 실험 주제는 사회와 개인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고여있는 물이 아니라 흐르는 물이 되도록 계속해서 성장하고 진화하며 앞으로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는 우리의 진짜 DNA는 ‘우리가 전하는 메시지가 우리의 일상이 되도록 따로 또 같이 실험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결국, 유산이란 것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는 공기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가르쳐준다고 배운다고 아는 것이 아니라 부딪혀보고 실천해보고 그러면서 깨닫게 된 것들이 다음 세대 또 그다음 세대에게 자연스레 이어져가는 것이 아닐까. 진저티는 그런 무형의 유산을 갖고 있는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유형의 유산이 별로 없기도 하고)
실험을 이어가기 위한 요소들 -변화를 읽는 눈, 새로운 주제에 대한 호기심과 질문, 대화의 근육, 진심의 경청,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안전함, 회고와 반영- 도 중요하지만, 결국 ‘우리는 실험을 하고 있어!’라는 정체성이 우리로 겸손하게 그리고 끊임없이 시도하고 도전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서현선 Tea Leadership Facilitator
언제 우리의 유산이 만들어지는가?
지난 8년을 돌아보면, 어떤 순간이 유산이 만들어지는 시간인지에 대한 깨달음이 온다.
가장 마음이 무너지는 사건이 있었던 시간, 서로의 눈물을 확인한 시간, 커다란 도전을 시작해서 두려움에 직면한 순간,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구간, 숨이 막힐 듯한 갈등으로 온 신경이 날카로워졌던 시간들이 오히려 진저티의 가장 중요한 유산이 만들어지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유산은 힘든 순간을 지나가기만 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힘든 순간에 우리가 가장 추구하고 싶은 가치가 무엇인지, 각자의 내면에서 어떤 욕구와 기대가 부딪치고 있는지 정직하게 직면하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져 왔다.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유산은 크고 중요한 사건이나 시간에서만 형성되는 것도 아니다. 큰 사건의 시간들이 굵은 나이테 같은 유산을 남긴다면, 일상의 사소한 선택과 대화들도 촘촘히 우리에게 유산을 남긴다. 서로가 서로에게 건네는 온기 있는 안부 인사, 오늘의 업무를 고민하며 하루하루 책을 읽는 습관, 고등학자가 무심히 던지는 말들을 메모장을 꺼내 정성스레 적어놓는 행동 들이 모여 진저티의 섬세한 문화적 유산을 만들어 왔다.
진저티의 유산은 ‘공간, 재정과 같은 유형의 유산’보다는 ‘문화, 지식, 관계망 같은 무형의 유산’ 이 더 많고 중요하기에 가끔씩 우리는 우리에게 남은 유산은 무엇인가를 살피고 정의하고 기록하며 유산을 가꾸고 키워나가야 함을 깨닫는다.
‘진저티 무형 문화유산 1호’를 오늘 우리가 정한다면 그 1호는 무엇이 될까?
그리고 3년 후 우리의 문화유산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시작해야 하는 대화가, 일상이, 습관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