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댄다"는 말 앞에서 움츠러들 때

'나댄'걸까 아니면 '조금 용기 내서 움직였던 걸까

by 어쩌다현모양처

어느 날, 아이의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반대표(반을 대표하는 학부모 대표)를 맡아줄 수 있겠느냐는, 조심스러운 부탁이었다.
누군가는 시간 때문에, 누군가는 부담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자리.
하지만 나는, 나와 내 아이를 믿어주시는 그 마음에 감사해 흔쾌히 수락했다.

학교 활동에 참여하며 알게 되었다.
엄마들의 관심이 아이들의 학교 환경을 바꾼다는 것을. 1년의 시간 동안 아이와 학교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학부모의 의견이 필요하다고 하시면 진심으로 의견을 내었고, 반을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지나치지 않으려 자중하기도 했다.
작은 보탬이 되고자 한 나의 노력을 알아봐 주신 선생님께서는 다음 해에 나를 학교운영위원으로 추천해 주셨다.


학교의 학부모 운영위원으로 1년의 시간을 보내고, 2년 차가 되었을 무렵, 운영위원회 화장을 뽑던 어느 날이었다. 기존 회장님이 일 년을 연임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투표를 통해 결정되는 것이라, 비밀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결과를 본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10표 중 4표를 받은 것이다. 모든 일에 앞장서서 나서지는 않았지만, 항상 참석하여 운영에 보탬이 되고자 노력했고, 의견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신중하게 내 의견을 전달했다. 그저 내가 위치한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그런 나를 지지해 준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적잖게 놀랐다. 당선되지는 않았지만, 나를 믿고 응원해 준 사람들의 시선이 참 고맙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그 와중에 남편의 말이 자꾸 마음 한편에 남았다.

"나대지 마. 제발 좀 가만히 있어."

그 말은 나서서 뭘 할 때마다 괜히 앞서지 말라는 뜻처럼 들렸고, 점점 내 행동이 조심스러워졌다. 결국 부회장 투표 때, 나는 나 자신에게 표를 주지 못했다. 감사한 마음,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괜히 나서는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 용기를 낼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가끔 생각한다.

내가 ‘나댄’ 걸까, 아니면 그냥 조금 용기 내서 움직였던 걸까.

이런 나를 두고 어떤 이는 “나댄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단지 움직였을 뿐이고, 행동으로 보여주었을 뿐이다. 필요한 자리에서,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마주하며, 내가 낼 수 있는 만큼의 용기와 책임을 다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것을 알아봐 주었다. 나의 남편만 제외하고 말이다.

그렇지만 나는 남편의 “나댄다”는 말에 움츠려들지 않으려 한다. 나는 나를 안다. 그리고 나를 믿는다. 정도를 지나치지 않으며 나의 의견을 말하고, 책임을 다해 성실하게 임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나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오늘의 참견



부모라면 공감할 것이다. 아이가 어릴 때는 내 말을 고분고분 잘 듣길 바라고, 청소년기에는 주도적으로 하길 바라고, 성인이 되었을 땐, 알아서 하길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놓치고 있는 큰 사실은 배우는 과정 중에 스스로 나의 위치를 만들어가는데, 고분고분 말을 잘 듣기만 하는 아이는 결국에는 스스로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어른이 된다. 늘 따르기만 하던 아이가 어른이 되었다고 갑자기 주도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말'이라는 것에 대해 스스로에게 수 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그것을 통해 얻은 결론은 “말”이란 것은 큰 사람을 작고 좁게 만들기도 하고, 작은 사람을 더 크고 넓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말”이라는 것은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해 할 수도 있는 것을 몸소 느끼며 옛 어른들의 지혜가 떠올랐다. 나의 배우자에게, 가족에게, 자녀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일상에서 나누던 대화에서 전해지기 때문에, 나의 대화방식이 닫혀 있는지, 아니면 열려있는지 당사자는 인지하지 못한다. 그것은 오직 상대방만이 알고 있고, 상대에게 조금씩 쌓인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부정적 의미가 담긴 말이 많이 쌓일수록 상대에게 반감이 많이 생긴다는 것이다. 여러분에게 부정적 감정이 쌓인 누군가가 떠오른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찾아보길 바라며, 나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반감을 쌓고 있지 않는지 돌아보길 바란다.

여러분들은 사랑하는 이에게 오늘 어떤 메시지를 전하셨나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오해 없이 잘

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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