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키우면 애가 이 모양이야?
첫째가 3살이 되던 해, 어린이집에 처음 입소했다.
사실은 만 두 살이 채 안 된, 20개월쯤 되는 아이였다. 나는 둘째를 임신 중이었고, 입덧은 한창이었다.
입소 첫날,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적응 시간.
좁은 교실엔 아이 5명과 부모 5명, 선생님까지 북적였다. 아이들도, 부모들도, 선생님도 긴장한 얼굴이었다. 그날의 공기,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러다, 짜증 섞인 목소리가 교실을 가로질렀다.
“선생님,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하실 거예요?”
순간, 모든 시선이 A엄마에게 쏠렸다. 그리고 그 말의 대상은.. 내 아이였다.
‘뭐지?’
나는 다급히 머릿속을 빠르게 굴렸다. 방금 무슨 일이 있었나? 하지만 아무리 떠올려도 알 수 없었다. 그저, 평범한 적응 시간 속에서 아이들이 어수선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A엄마의 목소리는 점점 더 격해졌다.
“이런 폭력적인 아이를 어떻게 하실 거냐고요!”
폭력적인 아이? 순간 머리가 띵- 해졌다.
A아이와 내 아이가 부딪혔고, 그걸 ‘폭력’이라 부른 것이다. 아이들은 울지도 않았고, 별일 없이 놀이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나는 A아이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괜찮아? 아줌마가 미안해. 많이 놀랐지?”
하지만 A엄마는 더 흥분했고, 나는 이 상황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결국, 수업은 끝났고 아이들과 부모들이 하나둘 교실을 나가기 시작했다. 그때 A아이가 우리 앞으로 다가왔고, 순간 내 아이가 A아이를 밀쳤다. 이번엔 정말 밀쳤다. 다급하게 내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유준아!”
내 아이에게 가르칠 겨를도 없이, A엄마가 아이를 밀쳤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키웠길래 애가 이 모양이야.”
순간, 숨이 막혔다. 내 아이는 바닥에 주저앉았고,
나는 차오르는 분노와 억울함에 눈물이 날 뻔했다.
감정이 치솟았다. 나도 더는 참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다가갔는데, 다행히 원장님이 들어오셨다.
그날 A엄마는 내 아이의 퇴소를 요구했고, 이 싸움의 중심에 내가 서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싸움의 쟁점은 어느새 ‘내 아이가 A를 밀쳤기 때문’으로 바뀌어 있었다.
나는 퇴소 요구를 들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임신 중이었고, 남편의 직업 특성상 육아를 혼자 감당해야 했다. 어린이집이 아니면 하루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침착해야 했다. 나는 원장님께 분명히 말했다.
“사과는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내 아이가 먼저 때린 게 아니라는 사실, 서로의 머리가 맞닿아 생긴 일에 폭력적인 아이로 몰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성인이 아이를 밀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는 점은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A엄마와 통화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처음에는 부드럽게, 하지만 단호하게. 그러자 A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그랬다면 미안해요. 당신이 내 입장이어도 그렇게 했을 거예요.”
사과인지 아닌지 애매한 말. 그 말 앞에서 나는 또다시 멈췄다.
그날 이후, 나는 한동안 잠을 설쳤다. 내 아이가 어린이집에 들어가기도 전에 ‘낙인’이 찍히진 않을까 걱정됐고, 또래 엄마들과의 관계도 두려웠다. 하지만 나는 다른 엄마들에게 먼저 사과했다.
“아이들도 함께 있던 자리였는데, 언성이 높아져 불안하게 한 점은 정말 죄송해요.”
그리고 다짐했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자. 아이의 행동을 되짚고, 가르치고,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되자. 그 사건은 내게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내가 어떤 어른이 될 것인가’를 다시 묻는 계기가 되었다. 누군가를 탓하기보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법을 배웠고, 이후 만난 엄마들과는 서로를 응원하며 울고 웃는 사이가 되었다.
그날은 너무도 아팠지만, 돌이켜보면 정말 필요한 흔들림이었다. 그 흔들림 덕분에 나는 뿌리를 더 깊게 내릴 수 있었다.
< 당신에게 전하는 내 작은 진심 >
그 사건 이후, 저는 아이와의 하루하루를 더 성찰하며 살아가게 되었어요. 그리고 뜻밖에도 같은 반 엄마들과 진심을 나누게 되었고, 육아의 길 위에서 함께 걸어줄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다 잃은 줄 알았지만,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은 셈이죠.
“흔들림 없는 나무는 없다.”는 말처럼, 우리는 흔들리며 자라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중요한 건 쓰러지지 않기 위해, 뿌리를 자꾸자꾸 내리는 일 아닐까요?
“흔들려도 괜찮아요. 아이 앞에 선 당신의 태도가, 그 아이의 삶에 오래 남을 테니까요.”
그러니 매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시길 바라요. '진짜 어른'이 되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