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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Dec 03. 2021

잠시 잠깐 시간 여행

나이 오십에 아직도

작년, 폭설이 내렸던 한 날, 나간 사람은 발이 묶여 못 들어올지 모르겠다고 연락을 했다. 퇴근 시간 즈음에 집중해서 내린 눈이라 그렇잖아도 도로에 차들이 꼼짝 않는 모양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집에 있던 두 사람은 이런 함박눈을 언제 다시 맞으랴 해서 눈길로 나선 참. 

와야 할 사람이나 안 온다 했으나 걱정할 상황은 아니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책을 두 권 들고 핸드폰을 들고. 침대 한가운데를 혼자 차지하니 아주 오래전 혼자 살 때... 그때인 듯 시간과 공간이 훌쩍 되돌려졌다. 몸은 한껏 느긋해지고 책장은 잘 넘어가고, 마침 읽던 책에서 류이치 사카모토의 <BTTB>라는 앨범 얘기가 있어 그것을 찾아 백 뮤직으로 삼았다. 

'음악이 좋다'  중얼, 내 속 저 아래 어딘가에서 올라온 말이다. 피아노 소리가 들리다 안 들리다, 책장을 넘기던 손이 움직이다가 멈추다…… '띠링' 문자가 도착했다.

 "출발"

그 즉시 와장창! 현실이 돌아오는 소리. 

음악을 껐다. 책을 덮고 핸드폰 알람을 맞추고 침대 한 쪽을 비웠다. 

잠시 후 현관문이 열리며 "나 왔어요."

뜨거운 생강차 한 잔 건네고, 어떻게 돌아왔는지 밖에서의 모험담을 듣고 있으려니 잠깐 틈입해 왔던 과거가 제자리로 돌아가는지 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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