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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Oct 19. 2021

SF와 FS

소소하게 철학적인

SF(Science Fiction)가 주는 먹먹함이 있다.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가 그랬고 오늘 읽은 김초엽의 단편 『선인장 끌어안기』가 그렇다. 그리고 멀리, TV 드라마 <해를 품은 달>과 <도깨비>에도 그런 면이 있었다. SF가 S를 괄호에 넣을 때 오는 것 거기가 먹먹함의 진원지이다. S, 물질세계의 법칙을 믿는 자가 F, 허구 같은 현실을 엿볼 때, 즉 자신의 믿음에 균열이 생길 때 법칙을 믿는 자는 죽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빛 속에서 죽는다. 믿느라 고생한 자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 사라진 자리는 감동이 차지한다. 자기 믿음의 사슬을 끊어낸 존재, 비존재가 되는 이야기는 먹먹하다.


이런 것도 가능할 것이다. 픽션인 세계에 질서를 부여하고 싶어 하는 인문학이 과학적 방법론으로 기울어지는 경향. 그런데 그때는 먹먹함이 아니라 깜짝 놀람이다. 과학에게 픽션이 균열이었듯 픽션적 현실에게 과학은 균열이다. 깨워지는 너를 보는 나는 감동할 수 있지만 깨움을 당하는 나는 놀랄 뿐이다. 


비존재로 끝나는 이야기는 감동적이지만, 끝나지 않는 현실을 사는 존재는 자꾸 놀래기만 한다. 감동은 이야기 안에서 그리고 죽음으로만 가능해진다. 그러나 죽을 수는 없어서... 그러나 죽음을 불사하지 않는 삶은 감동과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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