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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Oct 30. 2021

감정이 휘몰아칠 때 쓰는 글

나는 써야 하는 사람이다

오늘 너의 글은 화가 나있다. 

무례한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의 글에는 오늘 원색적인 언어가 잔뜩이다.


어디서 배워먹은 버르장머리인가

낯짝 참 두껍다

신물이 난다

천박한 인간

경멸스럽다

치를 떨었다

배를 까고 간식을 바라는 것처럼 나이를 까고 존중을 조르는 인간

추저분하고 가련하다 


글에서 격한 감정이 느껴진다. 감정이 휘몰아치고 있는 상태에서 쓴 글이다. 그래서 네 글은 참신하게 읽히지 않는다. 감정이 나아가는 행로란 누구 것이나 비슷한가, 생각해보고 있다. 너의 화가 완벽히 이해된다. 나를 너의 자리에 앉히면 나도 네가 쓴 것과 똑같은 글을 쓸 것이다. 아주 익숙해서 친근할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뻔하게 읽힌다. 


감정이 느끼는 사람의 고유함을 품고 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을 글로 표현할 때는 언어의 제약을 받기 때문에 세심하게 주의해서 쓰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느끼는 감정과 구분되지 않는다. 감정의 행로가 비슷하고 같은 단어들을 사용한다면 다르게 읽힐 가능성은 없는 것이다. 


동일한 행로라도 수많은 샛길이 있다. 그 샛길을 표현하지 않으면 글로써는 읽을 만한 것이 못된다. 감정의 고유함에 대해 억지를 부리기만 했던 때가 떠오른다. 그렇다면 그 고유함을 글로 표현했어야 했다. 


오늘은 너의 글이 반면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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