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되는 꿈>, <데미안>, <해방자 신데렐라>와 교육
최진영의 <내가 되는 꿈>이라는 책에 흠뻑 빠져 읽었다. '내가 되는 꿈'이라니 제목부터가 궁금했다. 소설에는 유년의 나와 지금의 내가 서술된다. 직장에서는 위태롭고, 애인에게는 배신당한 태희는 할머니의 사망을 기점으로 달라져야겠다고 생각한다. 우연히 들어간 카페에서 편지 쓰기 이벤트를 보고 편지를 쓰는데, 여러 차례 지우다가 결국은 자기 자신에게 이런 편지를 쓴다.
"아무도 내가 될 수 없고 나도 남이 될 수 없다. 내가 될 수 있는 건 나뿐이다. 자칫하면 나조차 될 수 없다."
원래의 나의 모습대로 살아가는 일- 쉽지 않은 그 길을 향해 나아갈 때, 태희는 유년의 태희에게 그 용기를 얻는다.
내 모습은 어떤가 돌아보게 되었다. 마흔 해를 지나오면서 인생이란 본래의 내 모습을 되찾아가는 여정임을 내 삶으로 증명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나는 이과생으로 대학에서 과학교육을 공부하던 국어교사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에는 지경사에서 나온 명랑소설을 사 읽는 게 낙이었다.(한 권에 1,800원 하던 게 2,000원으로 오르기도 할 때였다.) 중2 때 내가 즐겨한 일에는 라디오 듣기도 있지만, 하늘색 또는 파란색 볼펜으로 일기 쓰기(그것도 순전히 내 상상 속 이야기를 끄적이거나, 괜히 슬픈 일들을 써나가던 요상한 일기였다)였고, 매년 다이어리를 써오고 있다. 고3 졸업 때 받은 성적우수상의 과목은 문학이었다. (오해 마세요, 지난 주말 책장을 정리하다 발견한 중고등학교, 대학교 성적표는 가관입니다. 허허.) 이런 사람이 대학에서 물리, 화학, 지구과학, 생물, 수학 등을 배우느라 괴로웠다. 4학년 여름방학이 되어서야 국문과를 부전공했고 임용시험은 국어로 치렀다. 지금도 중학생들의 과학 시험지를 보면 혼란스럽다. 내가 이런 걸 어떻게 공부했지 하는 마음에. 지금의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지내고 있으니 행복하다. 학생들에게 내가 읽은 책을 얘기해주는 게 좋고, 교과서 속 문학작품에 여전히 감동을 받는다.(헐-, 참 이상해요.) 학생들이 쓴 글을 읽으면서 짜릿한 기분을 느끼기도 하고 문법을 가르칠 때에는 명쾌한(음, 간혹 명쾌한) 답을 얻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
교육과정에 관한 연수를 듣는데 강사님이 말씀하셨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일을 찾게 해주는 게 궁극적인 교육의 목표가 아니냐고. 어제는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강원국 작가님의 강연을 들었는데, 그분도 이렇게 말씀하셨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일이 뭔지를 찾는 일을 학교에서 해주면 좋겠다고. 좋아하면 잘하게 되고, 잘하면 좋아하게 되니까 말이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떤 것을 잘하는지,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한지 알아차리는 데에 우리 학생들은 12년 동안 통제받으며 획일화된 지식을 익히고 있다. 사람은 다 다른데.
진정한 내가 되는 것, 그것은 헤르만 헤세가 <데미안>으로 남긴 메시지가 아니던가. 내가 밑줄 그었던 수많은 문장들은 모두 비슷한 내용으로 귀결된다.
"그사이 나를 내면적으로 키워준 것은 학식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였다. 기분 좋았던 것은, 나 자신 속에서 앞으로 나아감이었다. 나 자신의 꿈, 생각, 예감에 대한 커가는 신뢰였다. 그리고 내가 나 자신 안에 지니고 있는 힘에 대한 늘어나는 앎이었다."
자기 자신의 모습을 찾고 더 그 모습에 가닿기 위해 우리의 교육은, 학교는 기능하고 있을까. 교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리베카 솔닛이 쓴 신데렐라 책을 보고 벅차오르는 기쁨과 자유를 느꼈는데(꼭 찾아 읽어보시라!), 그가 쓴 책의 신데렐라는 '신더(cinder, 재)'를 털어내고 해방자 '엘라'로 거듭난다.
"신데렐라는 사람들과 같이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눠. 그럴 때 꿈이 무어냐고, 뭐든 원하는 대로 될 수 있다면 뭐가 되고 싶으냐고, 자유롭다는 건 어떤 것일 것 같으냐고 묻기도 해. 그러고 사람들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가끔 도울 수 있는 일은 돕기도 하지."
"해방자란 다른 사람들이 자유로워지는 길을 찾도록 돕는 사람이야."
교사가 해야 할 일이 바로 이런 일이 아닌가 싶다. 아이들 각자가 가진 내면의 결을 귀하게 여기고, 좋아하는 일을 찾도록, 그 일의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일 말이다. 누구나 해야 한다는 공부보다는, 자기에게 가치 있는 보석을 자기 안에서 캐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국어 시간에 삶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책을 통해, 사람을 통해.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의 한 구절로 끝맺는다.
"모든 사람에게 있어서 진실한 직분이란 다만 한 가지였다. 즉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 것."
@ 최진영, <내가 되는 꿈>, 현대문학
@ 헤르만 헤세, <데미안>, 민음사
@ 리베카 솔닛, <해방자 신데렐라>, 반비